2024년을 맞는 중소·벤처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의 숙원이었던 각종 법·제도들이 본격 시행되면서 경기 침체와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더욱 탄탄하게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1월 2일 열린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는 총 4개의 개정안이 의결됐다. 한시법으로 운용되어왔던 '벤처기업법'의 상시화,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의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수탁기업의 납품대금 제값 받기를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의 환수 면제 근거를 담은 '소상공인법'의 일부개정법률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① 벤처기업법 상시화

먼저,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의 일부개정 법률이 의결됨에 따라 한시법으로 운용돼왔던 벤처기업법이 상시화된다.

벤처기업의 육성을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목적으로 1997년 제정된 벤처기업법은 다양한 지원 제도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발굴 등 국가 경제 발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원 제도의 근간이 되어야 할 벤처기업법이 1997년 제정 이후 2007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연장되었을 뿐, 한시법으로만 운용되고 있어 지속적인 벤처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업계의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에 이번 국무회의에서는 현재 2027년으로 규정된 벤처기업법의 유효기간을 삭제, 상시화함으로써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법 개정에 따라 미국 등에서 널리 활용 중인 성과조건부 주식이 도입된다. 현재 국내 벤처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제도는 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주식시장이 침체한 경우 인재 유인 수단으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측면이 있다.

반면, 성과조건부 주식 제도는 신주를 유상으로 인수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주식매수선택권과 달리, 임직원에게 실제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함으로써 확실한 이익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어 미국 등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일부 대·중견기업에서 도입을 시작하고 있으나, 불명확한 절차와 자기주식 취득이 어려워 벤처기업이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제기돼 왔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이 없을 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어 창업 초기 이익을 내기 어려운 벤처기업은 자기주식 취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우수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성과조건부 주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기주식 취득 조건 완화를 통해 벤처기업이 해당 제도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벤처기업법은 오는 9일 공포되어 6개월 뒤 본격 시행되며, 제도 시행에 앞서 하위법령을 정비할 예정이다.

②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근절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및 법원의 자료송부요구권을 개선하는 '상생협력법'과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손해배상액이 기존 3배에서 5배로 상향된다.

지난 5년간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사례는 약 40만 건에 달하며 그 피해 규모는 4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드러난 사례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추가하면 보다 많은 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술탈취의 선제적 억지 효과를 강화하고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위해 현재 '3배 이내'로 규정되어 있는 부당한 기술자료 유용행위 및 관련 보복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5배 이내'로 강화했다.

아울러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기록을 사건관계인·참고인 또는 감정인의 진술조서, 당사자가 제출했거나 현장조사 과정에서 당사자로부터 확보한 기록전체목록 등으로 구체화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장관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기술탈취 기업을 대상으로 5배 배상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피해구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라며 "특히 자료송부요구 제도의 개선을 통해 행정조사와 법원의 소송을 연계하여 중소기업의 피해 입증 문제를 원활하게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③ 상생협력법 개정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한 납품대금 조정 협의(대행협의) 시 신청 요건을 삭제하고 납품대금 연동 탈법 행위와 관련된 분쟁에서의 입증책임을 수탁기업에서 위탁기업으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먼저, 수탁기업이 중소기업협동조합 및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행협의를 신청할 경우 그에 필요한 신청요건이 삭제됐다. 이에 수탁기업은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공급원가가 상승하는 경우 납품대금조정협의 제도를 활용해 위탁기업과 직접 납품대금 조정을 위한 협의를 하거나, 중소기업협동조합 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한 대행협의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수탁기업이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행협의를 신청하는 경우 계약금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의 재료비가 10% 이상 변동하는 경우이거나, 노무비가 계약금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로서 최저임금이 변동된 경우, 또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가 잔여 납품대금의 3% 이상 변동된 경우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신청이 가능했으나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을 통해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수탁기업이 대행협의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납품대금 연동 탈법행위와 관련된 입증책임은 수탁기업에서 위탁기업으로 전환됐다. 기존에는 부당한 수령거부 및 납품대금을 깎는 행위, 현저히 낮은 납품대금의 결정 행위, 위탁기업이 발주자로부터 증액 받은 후 수탁기업에 증액하여 지급하지 않는 행위, 물품 등의 구매 강제 행위에만 입증책임이 수탁기업에서 위탁기업으로 전환되어 있었으나, 이번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납품대금 연동 탈법행위까지 적용이 확대됐다.

수탁‧위탁거래의 불공정거래 행위 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확대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위탁기업의 보복행위와 기술유용행위에만 적용됐던 기존 법률에서 나아가 부당한 수령거부 및 납품대금을 깎는 행위, 현저히 낮은 납품대금의 결정, 정당한 사유없는 발주 감소‧중단 행위에 대해서도 수탁기업은 발생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정기환 상생협력정책관은 "대행협의의 신청요건 삭제에 따라 수탁기업이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공급원가 상승에 대해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 중앙회를 통한 대행협의로 보다 쉽게 납품대금을 조정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납품대금 연동 탈법행위의 입증책임 전환으로 수탁기업이 관련 분쟁에서 보다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행협의에 관한 개정조문은 이달 9일부터 시행되며, 그 외 개정 사항은 오는 7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④ 소상공인법 일부개정법률 공포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초기 영세 소상공인에게 선지급했던 1·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환수를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소상공인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의결됐다.

​코로나19 초기에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과정에서 과세자료가 없던 영세 간이과세자(당시 연매출 4,800만 원 미만) 등에게 1차(2020.9), 2차(2021.1) 재난지원금을 우선 지급하고 국세청 과세신고(2021.2) 이후에 매출 증가가 확인되면 환수하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법률상 환수 의무가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 및 고금리 등 어려움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해 소상공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며, 이후 지난해 10월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환수 대상이 대부분 영세한 간이과세자인 점, 선지급은 오지급·부정수급 등과 달리 행정청·소상공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법률 개정을 통한 환수 면제 추진이 결정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1·2차 재난지원금을 선지급받은 업체가 사후에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행정청에서 환수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약 57만 명의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8천여억 원의 환수금액이 면제된다.

오영주 장관은 "고금리 장기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이번 면제조치가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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