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이 묘하다.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일하는 벤처캐피탈(VC)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VC가 되었다는 의미일까. 잠시 호기심이 생겼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제목에 대한 상상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 책의 본질은 제목의 해석에 있지 않고, 그 내용이 완벽한 '교과서'라는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내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사업의 본질이 아닌,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겪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힘들어할 때다. 아무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수많은 용어와 복잡한 문서들 앞에서 작아지는 대표들
'스타트업'어딘가 모르게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 정신이 맑아질 것 같지 않은 이 흐릿함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는 물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 역시 비슷한 고민과 경험의 강을 건넌다. 대표와 투자자, 즉 '사장님과 물주' 사이에 끼어 고생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일종의 위안을 건넨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우리 모두가 같은 길 위에 서 있다는 안도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책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초
오래된 책을 꺼내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그때의 예측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확인하는 재미가 가장 크다. 특히 7년 전, 현직 VC 5명과 시니어 VC들이 함께 쓴 책을 다시 펼쳤을 때,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7년이 훌쩍 넘은 책인데도 마치 오늘 쓴 것처럼 느껴지는 내용들 때문이었다.책의 내용은 당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VC와 AC가 같은 문제투성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책 펀드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하는 이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투자 결정의 기준을 이야기하거나, 이미 투자를 감행한 이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두 가지 질문은 결국 하나의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자는 단순히 현재 보이는 가능성에 베팅하는 행위가 아니다. 글쓴이는 이 책을 통해 투자는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어떻게 자라나 열매를 맺을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하는 정교한 과정과 같다고 말한다.'좋은 사업 같아서', 혹은 '매력적인 대표라서' 투자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는 그저 흘러나오는 피상적인 견해일
팁스233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의 선정 전략을 평이하게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사람이 실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마주한 현실적 어려움과 치열한 고민, 깊은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뜻 보면 그저 추상적인 방법론이나 설명의 나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모든 통찰의 결론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 목표로 향하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하고 실행해야 할 일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 바로 거기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묵직한 메시지다. 저자는 겉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