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권리 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은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대기업과 아이디어·기술 탈취 문제로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알고케어, 프링커코리아, 키우소, 닥터다이어리, 팍스모네 등 5개 스타트업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의 분쟁 현황을 공유하고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분쟁 해결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 IoT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영양제 디스펜서를 개발한 알고케어는 롯데지주와 롯데헬스케어를 상대로 아이디어 탈취 의혹을 주장했다. 지난 12일 알고케어는 롯데지주와 롯데헬스케어를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에 부정경쟁행위법 위반 혐의로 고소, 특허청에 부정경쟁행위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본 신고를 접수해 현재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타투 프린터 업체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이 공개한 타투 프린터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월 LG생활건강을 상대로 공정거래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촉 소명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보호울타리에 피해구제를 접수하기도 했다. 프링커코리아와 LG생활건강은 협의 당시 NDA(비밀유지계약)도 체결했지만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 목장 관리 플랫폼 키우소는 축산 농가에서 소가 태어나 도축될 때까지 생애 전 과정을 관리해 주는 기술로 2020년 12월 농협중앙회 주최 공모전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으며 농협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2021년 키우소와 농협경제지주는 젖소검정자료연동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하고, 농협경제지주 디지털혁신팀의 서비스 설명 요청에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 후 농협경제지주는 회원농가로 위장 가입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며 목장관리 애플리케이션(APP)을 출시하고 키우소의 '한우종합 개체이력조회' 접속을 방해하기도 했다.

◆ 헬스케어 플랫폼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가 발표한 혈당관리 서비스가 자사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닥터다이어리는 2020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제안에 기업설명회를 갖고, 2021년 카카오브레인의 공동사업 제안에 기밀 유지 약정 및 사업협력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와 그 후 어떠한 협력이 진척되지 않았음에도 자사 건강관리 플랫폼과 동일한 서비스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 핀테크 기업 팍스모네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 P2P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특허를 등록했다. 통장에 잔고가 없어도 신용카드로 상대방 카드에 이체하고 입금 받은 사람은 카드 결제대금을 차감 받는 시스템이다. 팍스모네는 과거 신한카드에 사업 협력을 제안,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다며 신한카드의 송금 서비스가 자사 모델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현재 팍스모네는 신한카드와 4년째 법정 공방을 이이어가고 있다.

"대기업은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는 등 사회적 책임 지켜야…"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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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아이디어 도용과 기술 탈취는 법적으로 풀기에 시간적 비용뿐만 아니라 입증 책임에 한계가 있다"라며 "대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일이자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처사다"라고 지적했다.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LG생활건강의 윤리규범에는 공정한 경쟁, 공정한 거래, 임직원의 기본 윤리를 가장 큰 가치로 삼는다고 돼있는데 협업을 미끼로 기술적 정보와 제품을 확보하는 방법이 윤리규범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라며 "아이디어 도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법적 판례조차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대기업이 영업기밀을 탈취한 후 편법으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스타트업은 향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며 "카카오가 비밀유지계약서, 파트너십 제안으로 획득한 영업기밀과 노하우를 악용하는 건 갑의 횡포 그 자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과 분쟁 중인 대기업들은 꾸준히 해당 논란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도용과 탈취를 주장하는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부터 존재했다', '해당 기업과 논의했던 내용은 다른 서비스에 대한 협의였다',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등의 입장을 표명해왔다. 

대기업 상대할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촉구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2018년 아이디어 도용 시정권고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 인정 사례가 10개도 안된다. 도용 사실도 피해기업이 입증해야 하며, 베껴놓고 오리발을 내미는 대기업이 허다하다"라고 비판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분쟁 발생 시 스타트업은 영업비밀보호 및 특허침해 방지에 속수무책이다"라며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대기업의 갑질과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 또는 국회 직속의 상설기구 설치와 제도 개선을 요청한다"라고 호소했다.

방성보 키우소 대표 역시 "유명무실한 부정경쟁방지법 및 공정거래법을 개선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의 기술에 대해 섣불리 침해할 수 없게 해야 한다"라며 "스타트업이 거대 대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는 "특허법원의 판단으로 팍스모네의 기술이 특허로써 효력이 있다는 것이 인정됐음에도 신한카드는 대법원에까지 상고했다"라며 "신한카드가 상생과 피해 회복은 외면하고 막대한 소송비용을 들여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사회적 부조리다"라고 꼬집었다. 또 "대기업이 기술·아이디어 탈취를 할 경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 형사처벌 규정 신설과 함께 행정조사 범위를 성과물 침해까지 확대하고, 아이디어 침해와 데이터 부정사용으로 위법성이 인정되면 시정권고를 넘어 시정명령까지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및 기술침해 발생 시 상설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할 것과 아이디어·성과물·데이터 등에 대한 객관적 가치평가를 위한 평가기관을 마련해 건전한 기술거래 질서를 도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태관 재단법인 경청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아이디어와 기술만 믿고 창업에 뛰어드는데 대기업이 협업을 이유로 기술자료를 확보하고 동일한 사업을 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는 "지금이라도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분쟁 중인 중소기업과 상생방안을 마련하는데 열린 자세로 소통에 나서줬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하며 국회와 정부에는 "중소기업의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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