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롯데헬스케어의 '캐즐'이 자사 영양제 디스펜서 '뉴트리션 엔진'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알고케어가 롯데헬스케어를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에 신고한 상태로 공정위가 롯데헬스케어에 대한 1차 현장 조사까지 마치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기부는 알고케어의 조정 신청에 따라 변호사 등 조정부를 꾸렸지만 양 사간의 조정이 불가할 경우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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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불거진 대기업의 스타트업 표절 논란에 이어 또 모방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가 LG생활건강이 2023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가해 선보인 미니 타투 프린터(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 앱에서 타투 도안이나 사진을 통해 피부나 옷에 타투를 그려주는 휴대용 프린터) '임프린투(IMPRINTU)'에 대해 자사의 '프링커(Prinker)'를 모방했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LG생활건강 "누구나 사용 가능한 특허권… 기술 자료 제공받은 적 없어"
LG생활건강은 "타투 프린터는 국내외 여러 업체에서 개발해 판매 중이고 특정업체만 독점할 수 있는 콘셉트가 아니다"라며 "1999년 HP가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 HP의 해당 특허권은 시간이 지나 소멸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태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임프린투는 타투 프린터 후발주자로서 시장 진입을 위해 이미 공개된 특허 기술과 기존 제품들을 검토·연구한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은 "모바일 잉크젯 기술을 활용한 기본적인 원리는 유사하지만 디자인·사용방식·기술 등 디테일 차이가 있다"라고 강조하며 "가장 큰 차이점은 '타투의 안정적 유지 기술'에 있다"라고 밝혔다. 타투 프린터 사용 후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프라이머·픽서를 사용하는데 임프린투 제품은 파우더와 밤 타입이며, 프링커코리아 제품은 스프레이 형식의 액체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프링커코리아와 접촉했던 사항에 대해서는 "당시 전달받은 자료는 제품 가격, 제품 정보, 브로슈어, 리플렛, FAQ 등 외부 배포용 홍보자료가 전부이며 핵심기술이나 특허 등 업무협의나 기술공유는 이뤄진 바가 없다"라고 전했다. 또 "프링커코리아와는 어떠한 업무협의나 기술공유가 이뤄진 바 없으며 NDA(비밀유지계약)체결 이후에도 양 사간 접촉과 교류가 전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LG생활건강의 실무진이 프링커코리아의 타투 프린터 1대를 온라인으로 구매한 사안에 대해서는 "신규 시장에 진입하기 전 타사 제품을 모니터하는 기업의 업무 개념이다"라며 "아직 제품이 정식 출시되지 않아 기술 사양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허 침해나 기술 탈취 등을 제기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프링커코리아, 뷰티테크계 대기업 진입 '청신호'… But 카피 제품이라면 글쎄
프링커 타투 프린터는 프링커코리아가 2018년 1월에 처음 출시한 타투 프린터다.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LG생활건강의 표절을 제기한데 이어 공식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LG생활건강과 맺은 NDA 일부도 공개했다.
윤 대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LG생활건강과 같은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뷰티테크계가 잠재력이 크고 중요한 Seed 기술이라는 반증인 반면, '타투 프린터'를 검색만 해도 프링커 제품이 조회되는데 스스로 기획 개발했으며 타사의 제품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LG생활건강 측의 말이 신빙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에서 주장하는 '1999년 HP의 미국 특허 건'과 관련하여 "당사 제품 보호를 위해 제품의 특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잉크, 소재, 프라이머를 포함한 부대 악세서리, 시스템 구성, 비즈니스 모델 등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다수의 국내외 지적재산권 보유 사실을 덧붙였다. 또 LG생활건강의 제품이 출시되면 국내외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LG생활건강에서 타투 프린터 1대를 모니터링 용으로 구매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프링커S 출시 이후 자사 온라인몰에서 확보한 구매 이력만 다수의 건으로 확인됐다"라며 중기부 및 공정위 조사관이 요청할 시 기기를 등록·사용한 로그기록들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NDA 전까지 수차례 피드백을 했으나 NDA 체결 이후 수개월간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라며 "LG생활건강이 프링커와 연락하기 전에 출원한 '피부미용문신기'가 2020년 9월 3일에는 '타투 프린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디자인 특허 출원을 하고 창작자명에 담당자명이 적혀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프링커코리아는 타투 프린터 사업을 하면서 "재밌고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서 시장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1위 LG생활건강에서 동일한 제품으로 이 시장을 탐낸다는 것만으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협업과 상생을 원했기에 NDA 계약을 통한 협의, 파트너사를 통한 협업 제안에 항상 열려있었다"라며 현재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프링커 & 임프린투 유사성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이 내세운 피부화장용 '비건잉크'에 대해 "잉크젯 잉크 물성은 노즐 토출 제어에 매우 민감하고 동물성 유기물을 포함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라며 마케팅을 위한 용어가 아닌 정확한 성분 등을 밝힐 것을 당부했다. 이어 화장품 염료 잉크에 대해서도 피부 프린팅 목적 사용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LG생활건강이 언급한 프라이머의 제형에 관련해서는 현재의 액상 형태 스프레이 타입을 선택하기 전까지 고형부터 액상형까지 모든 타입을 연구했고 포괄적인 기술과 지적재산권 역시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양 사가 제작한 디바이스 사용 영상을 보면 전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 현재 양 사의 디바이스는 카트리지 장착, 휴대폰과 블루투스 연결, 도안 선택, 프린팅 할 부분에 프라이머 도포, 디바이스 버튼 눌러 인쇄 등의 작동법으로 이뤄져 있다.

중기부 실태 조사 착수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에 공정거래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저촉 소명을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또한 중기부 소관 중소기업 기술보호울타리 피해구제에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관 파견을 요청했다.
중기부는 실태조사를 위해 기술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 등을 파견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제 막 조사 개시 단계라 아직 사건 성립 여부를 확답할 수 없다"라며 "양측 모두 충분히 조사한 후 사건이 확정되면 기술 분쟁 조정·중재 등을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모방 의혹은 혁신 스타트업의 육성과 항상 공존해왔던 문제 중 하나다.
앞서 지난해 KT는 대본을 입력하면 감정이 담긴 AI 음성 서비스로 변환해 주는 'KT AI 보이스 스튜디오'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당시 KT는 '국내 최초의 감정 더빙'이라고 주장했으나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가 출시한 '타입캐스트'를 베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KT는 UI를 일부 수정하고 자체 개발한 서비스가 아닌 스타트업 휴멜로에 의뢰해 만들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또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LG유플러스가 출시한 집안일 플랫폼 '홈인'이 스타트업 생활연구소의 '청소연구소' 애플리케이션 UI와 UX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자본력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면 스타트업이 불리한 입장이다"라며 "그나마 위안을 한다면 대기업이 표절하면서까지 시장에 뛰어들면 시장 규모가 커지는 효과는 있다"라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성립하나…권리 보호를 위해 스타트업이 해야 할 것은?
만약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업무 협약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투자 검토에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과 서비스 공개 요구를 받는다면 반드시 NDA를 체결해야 한다.
NDA 체결을 요청했으나 대기업이 거절해 어쩔 수 없이 NDA 체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에게 기술과 서비스를 공개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NDA를 체결하지 않았어도 대기업의 기술 탈취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법률 위반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기업이 스타트업에게 해당 상품에 대한 내용을 제공받기 전에 이미 그 아이디어를 알았거나 그 계통에서 해당 아이디어가 널리 알려진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때문에 NDA 체결까지 시간과 과정이 다소 복잡하더라도 스타트업은 핵심 기술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프링커코리아와 LG생활건강은 NDA를 체결한 이력이 있어 중기부와 공정위의 조사 절차와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