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계열사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형 게임회사와도 아이디어 도용과 저작권 논란에 휘말리며 연이은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주가조작 혐의로 압수수색까지 당하면서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현재까지 불거진 아이디어 도용 및 저작권 논란에 대해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닥터다이어리 VS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달 2일 경기도 카카오 판교에서 열린 프레스미팅에서 올해 내 스마트폰을 활용한 혈당관리 서비스 '프로젝트 감마'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베낀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논란에 휘말렸다.
닥터다이어리는 "지난 2020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제안해 기업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2021년에는 카카오의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이 공동 사업을 제안, 기밀 유지 약정과 사업 협력 협약을 맺었다"라며 "같은 해 11월 이후 협력이 진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내놓은 프로젝트 감마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카카오헬스케어의 모바일 플랫폼을 연동해 운동·수면·식사·스트레스·체지방·근육량 등 혈당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입력 및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가 발표한 서비스 중 연속혈당측정, 식단·건강 데이터 관리, 커뮤니티 등 주요 구성이 자사 건강관리 플랫폼과 동일하다고 전했다.
이에 카카오헬스케어는 "연속혈당측정기는 헬스케어 업계에서 현재 게임 체인저로 이미 급부상했고, 해당 기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와 서비스가 국내외에서 이미 준비되고 있었다"라며 "아직 출시되지 않은 서비스를 콘셉트만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닥터다이어리는 자가혈당측정기(BGM) 기반으로 채혈을 통해 측정한 데이터를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고, 카카오헬스케어는 연속혈당측정기의 데이터를 실시간 플랫폼으로 가져오는 서비스 방식이다"라며 기술상 차이를 언급했다. 이어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3월 출범된 자회사로 닥터다이어리와 접촉이 없었으며, 각자 독립 경영으로 각 자회사가 취득한 정보를 타사와 공유하지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올아이티탑 VS 카카오뱅크

지난달 29일 생체 융복합인증 보안전문기업 '올아이티탑'이 카카오뱅크를 자사 금융거래 중계 시스템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올아이티탑은 지난 2014년 다중 안전 잠금 기능을 구비한 금융거래 중계 시스템 및 처리 방법에 관한 원천특허와 151건의 하위 특허를 출원해 공식 등록했다. 당시 특허를 받은 시스템은 지문 정보, 전화번호, 계좌 비밀번호를 인증하면 이후 지문만으로 간편하게 이체가 가능한 기술이다. 이에 해당 기술이 카카오뱅크에서 사용 중인 간편 결제 기술과 동일하다며 2018년 카카오뱅크를 상대로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1심(서울지방법원)과 2심(특허법원) 모두 패소했다. 이후 올아이티탑은 원천 특허를 인정하는 정정심결을 내렸지만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특허법원에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 결국 특허심판원은 올아이티탑의 해당 특허권을 취소했다. 그러나 올아이티탑은 이에 불복해 특허 무효처분 취소를 접수하고 해당 기술을 저작권으로 등록해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올아이티탑의 특허는 개인 금융 거래 중계 서버가 고객의 단말기로부터 지문 정보를 받아 등록된 지문 정보와 비교해 일치하면 온라인 은행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라며 올아이티탑의 기술과 자사 기술은 아예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뱅크를 포함 시중 금융기관은 애초 중계시스템이 없고 삼성과 애플 등 제조사 보안 정책에 따라 중계 서버로의 생체 정보 전송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며 "어쨌든 민사소송에서 두 번 패소한데다, 특허권도 무효가 된 사안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올아이티탑이 특허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생체인증 보안 시스템은 간편 결제, 타행 이체 등 서비스를 운용하는 금융사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어 해당 시비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VS 카카오게임즈

대형 게임사도 카카오 계열사를 상대로 아이디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 엑스엘게임즈가 지난달 21일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저작권 침해 논란에 섰다.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IP) 리니지2M의 시스템, 성장·전투에 필요한 핵심 콘텐츠, 게임 UI(User Interface)를 표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5일 엔씨소프트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
엔씨소프트는 "지식재산권은 장기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라며 "이번 법적 대응은 자사 지식재산권 보호뿐 아니라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게임 콘텐츠 저작권 기준의 명확한 정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라고 말했다.
또 다수의 게임 이용자 및 인플루언서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두 게임의 비교 영상을 올려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종류)'지만 너무 유사하다고 평가한다며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도 전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대해 "동종 장르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임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추후 소장을 수령해 면밀히 검토 및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20년간 플랫폼 구분 없이 MMORPG 장르를 고집하며 다수의 게임을 제작한 기업이다"라며 "'아키에이지 워'는 PC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 IP의 세계관, 캐릭터, 지역명 등을 재해석해 PC와 모바일 크로스플랫폼 환경에서의 플레이를 모두 고려해 개발한 게임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MMORPG 시장에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은 매출이 보장돼 인기가 많은 장르다"라며 "대충 게임 장르의 일환이라고 보기보다는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어 엔씨소프트가 장르의 유사성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받고자 '리니지 라이크' 게임 전체를 향한 돌직구를 날린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 출범 1년 만의 사태… 카카오 계열사 모두 전면 부인
지난해 3월 출범한 카카오헬스케어는 1년 동안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IT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출범 한 달 만에 AI 전자문진 시스템 기업 '히치메드'를 시작으로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 서비스 '지니너스' △의학 콘텐츠 제공 서비스 '위뉴' △AI 푸드 스캔 기술 서비스 '누비랩' △모바일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스카이랩스' 등 다양한 스타트업과 MOU를 체결하고, 인수합병(M&A) 및 투자에도 나섰다.
또한 지난달 카카오헬스케어는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을 토대로 출범 1년 만에 첫 번째 사업과 비전을 공개하며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번째 사업과 비전을 밝힌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카카오헬스케어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의 잇따른 논란에 카카오는 일단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번 의혹에 대해 업계에서는 플랫폼들이 보편적으로 향유한 장르적 특성인지, 지적재산권 혹은 특허로써 보호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