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CES 2023에서 롯데그룹이 미래 먹거리라며 선보인 신기술이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고, 소송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내비쳤다. 정부까지 나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등 대응에 착수한 가운데, 롯데그룹과 알고케어를 둘러싼 제품 도용 문제가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 스타트업 투자 제안한 뒤 아이디어 탈취

알고케어가 개발한 '뉴트리션 엔진'과 '뉴트리션 보틀' /알고케어 제공
알고케어가 개발한 '뉴트리션 엔진'과 '뉴트리션 보틀' /알고케어 제공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021년 9월 알고케어가 개발한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뉴트리션 엔진'에 대해 투자를 제안했다. 롯데벤처스가 앞장서 투자 의사를 내비쳤으며,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알고케어 측에 IR(기업 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자리에는 롯데헬스케어도 함께 참석했다.

알고케어는 "IR을 통해 뉴트리션 엔진에 대한 제조 기술과 사업 방식, 관련 규제 등을 설명했다"라고 회상했다. 롯데 측에서 제품에 대해 상세히 묻는 질문이 이어졌고 알고케어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질문에 답변, 시제품 시연까지 선보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사업적으로 뜻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 및 사업 협력에 대한 제안을 모두 무산시켰다.

이 후 롯데헬스케어가 이달 5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에서 알고케어의 제품과 흡사한 디자인의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 '캐즐'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가 투자하겠다며 접근한 뒤 핵심 아이디어와 사업 전략을 탈취해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뉴트리션 엔진 VS 캐즐, 얼마나 비슷하길래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 자료 출처 : 알고케어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 자료 출처 : 알고케어

실제 양사의 제품을 살펴보면, 상당 부분에서 흡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의 제품을 두고 슬롯을 끼우는 방식과 구조, 수납 가이드 구의 형태, 장착 감지부의 위치 등이 자사의 영양제 디스펜서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알고케어의 뉴트리션 엔진은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영양제를 공급하는 디스펜서로, 자체 제작한 카트리지 형식의 영양제를 디스펜서에 넣으면 성분과 섭취 방식, 교체 시기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영양제가 토출되는 방식이다. 해당 디스펜서는 기술성을 인정받으며 CES에서 3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롯데헬스케어가 선보인 캐즐 역시 알고케어와 동일한 형태의 카트리지형 영양제 디스펜서다.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APP)을 통해 투약 정보, 유전자 검사 등의 개인 건강정보를 수집한 후 전용 디스펜서인 '필키'와 연동해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법적 대응 나선 롯데 "진실 공방 펼치겠다"

롯데헬스케어 CES 2023 캐즐 전시관 /롯데그룹 제공
롯데헬스케어 CES 2023 캐즐 전시관 /롯데그룹 제공

제품 도용 의혹 논란에 롯데헬스케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알고케어를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떳떳하다는 것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이미 맞춤형 건간광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디스펜서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등을 추천하는 것이 통상적인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또, 롯데헬스케어는 자사 제품과 알고케어의 제품이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알고케어는 제품 정보를 담은 메모리칩을 카트리지 내에 삽입해 생산하는 반면, 롯데헬스케어는 유통업계에서 흔히 쓰고 있는 RFID 스티커를 활용해 카트리지 내 영양제 정보를 인식했다는 설명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공은 헬스케어 산업이 롯데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된 시점부터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사업"이라며 "알고케어와 투자 논의가 종료된 이후 사업 방향에 맞는 자체 디스펜서를 제작하기로 했고 시중 약국에서 사용하는 '전자동 정제 분류 및 포장시스템 기계'를 참고해 디스펜서와 카트리지를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정부, 스타트업 피해구제 적극 지원 나서

제품 도용에 대한 양사의 갈등이 깊어지자, 이와 관련해 정부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피해기업이 기술침해 행정조사와 기술분쟁 조정을 신청할 경우 신속히 조정이 성립될 수 있도록 하고, 조정 불성립 때는 소송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부는 피해기업의 아이디어 탈취에 대응하고자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법무지원단의 지원을 받아 중소기업 기술 보호와 관련 법령상의 위법 여부 및 신고서 작성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 요청이 있을 시 공정거래위원회·특허청 등 소관 부처 신고를 위한 법률 자문도 지원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새 정부는 기술탈취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는 등 법·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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