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혹한기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대폭 줄어들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스타트업 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의 투자 건수는 총 584건으로 약 2조 3,226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 건수는 414건(41.5%), 투자 금액은 4조 9,973억 원(68.3%) 감소한 수치다.

금액별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는 3건에 그친 반면, 10억 원 미만의 투자는 348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투자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로, 초기 스타트업의 시드 펀딩에 투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타트업 투자 악화 '인력 감축, 사업 중단'으로 이어져

경기 불황으로 투자유치가 어려워지면서 흑자를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은 인력 채용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축소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부담은 곧 전체적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기업 클래스101은 재무 상태가 악화되면서 또다시 인력 감축에 나섰다.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조정으로 생존 중심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클래스101은 지난 6일 진행된 스페셜 타운홀 미팅에서 1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6월 말과 비교해 현재 70%가 채 안 되는 인원만이 남아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클래스101 관계자는 "투자 및 스타트업 업계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고 예측하기 어려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며 "더 안정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조직 슬림화 등 고통스러운 과정을 진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는 최근 인력의 절반가량을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VCNC의 전체 직원 80여 명 가운데 지난달 말 희망퇴직한 임직원은 3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이달 말 추가로 퇴직 예정인 직원까지 포함하면 40명 안팎이 회사를 떠난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2020년 국회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 이후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경영이 불안정해지고 있어서다.

인력 감축 이외에도 사업 자체를 중단하거나, 성장이 좌초된 기업도 적지 않다.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지난달 28일 운영하던 브랜드 커머스 플랫폼 미미즈의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투자에 난항을 겪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썰즈, 파닥, 쓰리제이, 바로필 또한 올해 서비스가 중단됐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비대면 진료가 재진 중심의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면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혹한기를 버티기 위해서는 결국 대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이자 부담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수 있는 정부의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벤처 생태계 활성화 위해 팔 걷은 정부

◆ 민·관 '8조+α' 기업형 CVC펀드 조성

CVC 얼라이언스 투자 계획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CVC 얼라이언스 투자 계획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정부와 국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회사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이 힘을 합쳐오는 2025년까지 8조 원 이상의 CVC 펀드를 조성한다.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국내 CVC 42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CVC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산업부는 1조 원 규모의 정책펀드와 함께 7조 원의 CVC 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모기업·계열사를 통해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전 주기를 지원함으로써 국내 산업 혁신성장에 이바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CVC 참여형 연구개발(R&D) 오픈이노베이션 추진, CVC 투자기업 성장 지원, CVC 제도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CVC 활성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대·중견기업과 벤처기업 간, 주력산업과 신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핵심 주체로서 CVC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우리 CVC 업계가 국내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방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관계 부처와 함께 법령 개정에 착수하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CVC 투자와 연계한 산업기술 R&D 사업을 확대하고 모든 기획·평가 과정에 CVC 참여를 확대하는 등 기술 수요자 중심으로 R&D 절차를 개편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민·관합동 CVC 펀드 조성의 첫걸음으로 효성벤처스 510억 원,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700억 원 등 총 1,210억 원 규모의 제1호·2호 민·관합동 CVC 펀드 결성식이 함께 개최됐다.

◆ 모태펀드 2차 출자 '1조 1,433조 원 규모 벤처펀드 42개 조성'

2023년 모태펀드 2차 정시 선정 결과 (출처: 중소벤처기업부 / 단위: 억 원)
2023년 모태펀드 2차 정시 선정 결과 (출처: 중소벤처기업부 / 단위: 억 원)

26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2023년 2차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통해 총 1조 1,433억 원 규모의 42개 벤처펀드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세컨더리펀드 및 LP지분유동화펀드 등 구주 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펀드가 대거 조성되고, 초격차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벤처펀드도 하반기부터 투자 기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중기부 소관 출자 분야로 선정된 펀드는 총 8,298억 원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먼저,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초격차펀드'는 2,442억 원 규모로 조성된다. 10대 초격차 분야 및 딥테크 중소·벤처기업이 주목적 투자대상이다. 창업 3년 이내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창업초기펀드'는 1,867억 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이나 중견 후보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는 '스케일업·중견도약펀드'는 1,250억 원 규모로 출범한다.

스타트업 IPO(기업공개)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간회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6년 만에 출자된 '일반세컨더리펀드'는 2,335억 원의 출자 금액이 결정됐다. 중소·벤처기업의 기발행 주식 등의 인수를 목적으로 한다. 'LP지분유동화펀드'는 404억 원 규모로 확정됐다. 이는 장기 운용되는 벤처펀드에 자금이 묶인 유한책임 출자자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기획된 펀드다.

이 밖에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7개 부처에서 선정한 중·저예산영화, 관광, 스포츠, 뉴스페이스, 미래환경, 국토교통, 사회서비스, 대학창업 등의 신산업 또는 섹터펀드들은 총 3,135억 원 규모로 결성될 예정이다.

중기부 이은청 벤처정책관은 "올해 2분기 발표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방안'에 이어 이번 2차 정시로 선정된 모태 자펀드들이 벤처·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애로 해소의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1차 정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2차 정시를 통해 선정된 자펀드들 역시 벤처투자 촉진 인센티브가 적용된다. 조합등록일부터 만 1년 이내에 출자약정 총액의 40%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펀드에게는 추가 관리보수와 펀드 기준 수익률 하향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분야 스타트업 투자 유치 '강세'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규모에 따른 투자 상위 분야는 콘텐츠·소셜이 4,956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제조(2,628억 원), 유통·물류(2,156억 원)가 뒤를 이었다.

음악 지식재산권(IP) 투자사 비욘드뮤직은 지난 5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약 5,000억 원의 누적 운용자산(AUM)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뮤직카우 또한 지난해 시리즈D 펀딩을 통해 1,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지 1년여 만인 올해 5월 600억 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 외 ICT 기반 디지털 디자인 전문기업 디스트릭트는 올해 2월 1,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VFX(특수효과)를 제작하는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는 250억 원, 콘텐츠 IP 스타트업 디오리진은 133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들이 IP를 다각도로 활용하면서 관련 스타트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제조 분야에서는 시스템반도체 디자인 솔루션 기업 세미파이브가 두산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680억 원을 투자 받았고, 특수정밀화학소재 제조사 프로그린테크는 시리즈C 펀딩에서 362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특히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가운데 첫 유니콘에 등극한 파두는 상반기 12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유통·물류 분야에서는 새벽배송 커머스 플랫폼 컬리가 1,200억 원, 모바일 팀 구매 커머스 플랫폼 레브잇이 6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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