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기업의 서비스 베끼기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피해 호소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스타트업 기술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현행 3배에서 5배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또한 지난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스타트업 기술 탈취 해결사례 간담회에서 "최근 5년 동안 기술 탈취 사례가 39만 건, 피해 규모가 44조 원에 이른다. 실제로 드러난 사례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추가하면 굉장히 많을 것이다"라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분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산업의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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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대기업 간 아이디어 도용 논란 속, 협업은 적극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3일 팰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2021년 삼성전자와 5나노 공정에서 AI(인공지능) 반도체 '아톰'을 생산하기로 계약했다. 이렇게 탄생한 아톰은 지난 4월 AI 반도체 분야에서 공신력 있는 벤치마크 대회 '엠엘퍼프'에서 성능테스트 한 결과, 글로벌 선두기업 동급보다 높은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하반기부터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베트남 대기업 및 스타트업과 협력한 바 있다. 베트남 최대 규모의 기업인 빈그룹을 방문해 자동차 제조 자회사인 빈패스트와 전기차 및 자율주행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동남아 최대 ICT 기업일 FPT를 방문해 현지 기업과 적극적인 사업 협력을 진행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 그룹과 지난해 5월 미래 혁신성장과 경쟁력 강화 및 사업 시너지 제고를 위해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에 224억 원 규모로 공동 투자했으며, 같은 해 9월 전략적 사업 협약을 맺었다. 비마이프렌즈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수익을 창출하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빌더 '비스테이지'를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협력 외에도 사내 스타트업 제도나 오픈이노베이션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스타트업과 협력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성장을 지원하고자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 2호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1일 작년 8월에 이어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보스반도체에 20억 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실시했다. 보스반도체는 차량용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설계 기술, 안전 및 신뢰성 관련 기술, 자율주행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현대차·기아는 2017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올해 1분기까지 200여 개의 스타트업에 총 1조 3000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 분야별로는 모빌리티가 7537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은 전동화 2818억 원, 커넥티비티 1262억 원, 인공지능(AI) 600억 원, 자율주행 540억 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 원, 로보틱스 114억 원, AAM 34억 원 등의 순으로 투자되었다.
이외에도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플랫폼 기업 뉴빌리티는 2021년에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를 참여한 후 현재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기세로 뉴빌리티는 작년 4월 삼성웰스토리 등으로부터 2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지난 3월에는 삼성전자가 출자한 삼성벤처투자로부터 30억 원을 추가로 투자 받아 누적 투자 금액이 3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초에는 세계 정보기술·가전 박람회인 CES 2023에서 뉴비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신사업화하는 전용공간 '이노플레이'를 개관했으며, 바이오 사업 부문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R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이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광합성 미세조류 기반의 바이오 소재 연구·제조 전문 호주 스타트업인 프로벡터스 알지에 투자를 공식화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CJ제일제당은 프로벡터스 알지의 미세조류 기반 바이오 소재 제조기술 상용화를 지원하고 바이오 사업 부문의 미생물 발효 기술 역량과 프로벡터스 알지의 미세조류 대량 생산 기술 간 시너지를 모색한다.
이처럼 독창적인 기술력이나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에 자사 인프라와 결합한 협업을 타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대기업의 업무 구조상 개발이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혁신 기술을 스타트업과 협력해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올 상반기 동안 아이디어 도용과 관련된 문제들이 제기되며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의 대립이 있었지만 정부에서는 기술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현행 3배에서 5배로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제도적 밑받침이 활성화될 경우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을 도모하며 상호 유익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