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변호사 단체와 법률플랫폼 로톡 간 법적다툼에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손을 들었다.
23일 공정위는 소비자 선택권과 법률시장 경쟁을 제한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서울변회)에 대해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로톡 쓰는 변호사 대놓고 징계한 변협, 이래도 돼?

로톡은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변호사 정보 제공 플랫폼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소비자에게는 각 분야별 적합한 변호사를 손쉽게 찾고 상담예약을 할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업계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논란은 산업자본이 법률시장 생태계를 장악해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변협과 서울변회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에 4천여 명에 달했던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2천 명 가까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10월 변협이 가입 변호사 9명에게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 징계 처분을 내리며 심화됐다.
실제로 변협과 서울변회는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 및 가입을 막기 위해 규제를 새로 만들었다. 2021년 변협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법질서 위반 감독센터 규정」에는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언급하며 「변호사 윤리장전」 제31조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적 매체 기반의 영업에 대하여 이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변협은 위 규정을 바탕으로 서비스에 가입한 1400여 명의 변호사들에게 약 3개월 동안 소명서를 비롯해 로톡 탈퇴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로톡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무부 판단에도 불구 탈퇴를 요구하고, 탈퇴하지 않는 변호사들에게는 결국 징계를 내린 것이다. 서울변회는 탈퇴 요구에서 나아가 탈퇴 절차까지 안내하고, 광고사들에게는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무너진 리걸테크 산업… 로톡 회생으로 살릴 수 있을까

현재 로앤컴퍼니는 플랫폼 가입 변호사 수가 급감해 운영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내달 말까지 근무 후 2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받는 조건으로 직원 50% 감원을 위한 희망퇴직 접수에 나섰으며, 지난해 6월 입주한 신사옥을 내놓고 재택근무로 전환, 직원 봉급 동결 및 경영진 임금 삭감 등을 진행 중이다.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으로 로톡이 입은 피해액은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앤컴퍼니는 "지난 8년간 변호사 단체로부터 변호사법, 전자상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의 위반혐의로 수차례 고소·고발을 당했다"라며 "하지만 전부 예외 없이 무혐의를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백한 합법 서비스인 로톡을 상대로 변협과 서울변회가 행한 변호사 징계 및 탈퇴 압박은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 매우 버거운 불법행위이다"라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혁신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도 같다"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매체를 통한 광고가 합법임에도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광고를 막은 행위는 엄연히 법에 상충하는 행위다"라며 과징금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변협은 "로톡 이용 변호사를 제재한 것은 소비자 보호 등 공익 목적의 행위일 뿐, 공정거래법을 적용받는 사업자단체로서 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영훈 52대 대한변협회장은 "공정위의 결정은 본래 시장 질서를 규율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그 본분을 잊고 사기업의 법조시장 침탈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전하며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톡의 회생 여부는 법무부에 이관된 상태로, 결과는 내달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 그에 따라 리걸테크 분야가 투자 기피 사업군으로 내몰릴 수 있어 투자사들 역시 결과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