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탓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1월 IPO(기업공개) 시장에 등장한 새내기주들이 연속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되고 상한가를 기록)'에 성공하며 시장 분위기가 환기되고 있다. 그중 콘텐츠 분야에서 유독 강세를 드러낸 애니 제작사 스튜디오미르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 밖의 콘텐츠 분야에서도 다양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 국내 토종 OTT, 웨이브(wavve)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OTT) 제공사 웨이브는 지난해 글로벌 사업화와 IPO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웨이브는 SKT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스마트폰 OTT 애플리케이션(APP) '옥수수'와 지상파 3사(KBS·MBC·SBS)의 연합 콘텐츠 플랫폼 '푹(Pooq)'이 통합된 서비스로, 2019년 출범 당시 SKT가 뛰어들며 자금 유치에 속도가 붙은 바 있다.
SKT는 웨이브를 서비스하는 신설법인 '콘텐츠웨이브'의 900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30%의 지분을 확보했고, 이와 별개로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통해 2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추가 조달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유치의 배경에는 5년 이내 IPO를 보장하는 조건이 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2024년 11월까지 IPO를 하지 못하면 CB 만기상환이 불가피한 상황. 시한이 2년 남은 시점에서 외형을 키우고 수익성까지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한편 대주주인 SK스퀘어는 올해 원스토어, SK쉴더스 등의 상장을 철회하면서 IPO 전력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계열사, 스튜디오앤뉴
올해 IPO를 앞두고 있는 스튜디오앤뉴는 지난 3년간(2018~2020년) 200억 원대 매출에서 2021년 제작비 500억 원 규모의 <무빙> 계약을 성사시키며 7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 <사랑한다고 말해줘>, <굿보이>, <해시의 신루>, <간헐적 멜로> 등 4개 드라마 편성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무빙>을 비롯해 2023년 공개 및 제작 라인업만 총 10여 편에 달한다. IPO를 앞두고 창립 이후 최다 편성을 기록, 올해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KT스튜디오지니
지난해 밀리의 서재, 케이뱅크 등 자회사의 IPO 추진을 목표로 내세웠던 KT는 그룹 내 콘텐츠 사업 컨트롤타워인 'KT스튜디오지니'의 IPO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IPO 대어로 불렸던 케이뱅크가 서류제출을 목전에 앞두고 기존 계획을 철회, 밀리의 서재 역시 상장을 포기했다.
대내외 환경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IPO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KT스튜디오지니 역시 IPO와 관련해 불투명한 입장이지만 설립 2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룬 것은 희망적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 일등공신으로 여타 드라마와는 달리 시청률 수직 상승을 기록, 신드롬 급 인기를 얻으며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정체성을 입증했다.
스튜디오지니는 제2의 우영우를 위해 올해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분야에서도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ENA 윤용필 대표는 "2022년은 초석을 다지는 해였다면 2023년은 장기적인 성과로 이어져 광고매출과 ENA브랜드를 확장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콘텐츠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엑스' 폐업 수순
X맨·런닝맨 등 SBS 출신 스타 PD들이 모여 설립한 콘텐츠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엑스'가 작년 폐업 수순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당시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나섰지만, 2017년 사드(THAAD) 사태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으로 사업이 급격히 위기를 맞고 국내 제작 콘텐츠들도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회사 경영난이 악화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VC들이 투자에 활용한 펀드에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자금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투자한 VC들은 자금 회수를 거의 포기한 상태다.
◆ 네이버웹툰, 시장 변화에 굴하지 않는 IPO 추진 의지 내비쳐
웹툰은 IP 원소스 멀티유즈 확장성, 참신하고 자유로운 세계관, 트렌디함, 디지털 시장의 성장성 등 다양한 강점을 기반으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웹툰은 국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해외 장벽을 넘기 한결 쉬워진 상황이다.
그 가운데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수년 내 미국 IPO 도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는 현재 글로벌 웹툰 초기 단계임에도 미국 외 웹툰 시장에서 수익, MAU(미국 월간 이용자 규모) 모두 1위를 하는 등 선발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직은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확고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더 많은 경쟁자가 탄생될 전망인 만큼, 최소한의 투자로 시장 경쟁의 과열을 막고 보다 확고한 성장 기반과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네이버웹툰의 장기적인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