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 최미래 기자(자료출처: DART)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28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마감하며 코스닥 상장 절차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이번 IPO는 첨단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개발 역량을 토대로 국내 첫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5일부터 28일까지 2거래일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그 결과 14만 6,305건의 청약이 접수되며 858.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 상장 공모는 신주 120만 주로 구성됐으며, 배정물량은 일반투자자 30만 주(25%), 기관투자자 90만 주(75%)다.

모집총액은 확정 공모가(21,000원) 기준 2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16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06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최상단인 21,000으로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투자기관 2,287곳이 참여했으며, 동물실험 금지로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참여기관의 99.5%(2,275곳)가 희망밴드(17,000~21,000원)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다만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6.33%로, 최근 IPO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을 보였다.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공모 후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상장주식의 27.6%(179만 5,299주, 377억 원)이며, 상장 1개월 후 보호예수가 해제(27.5%)됨에 따라 유통가능물량은 55%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1호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기대와 우려 교차

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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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국내 최초로 '초격차 기술특례'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면서, 첨단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023년 도입된 초격차 기술특례는 딥테크·딥사이언스 등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중 성장 잠재력이 검증된 기업에 대해 단수(1곳) 기술평가만으로 상장 신청을 허용하는 제도다. 기존 기술특례 상장이 두 곳의 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했던 것과 달리, 초격차 기술특례는 한 곳에서 A등급만 받으면 된다. 대상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전략기술을 보유하고 시가총액 1,000억 원 이상 및 최근 5년간 10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 실적이 있는 기업이다.

특히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상장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연이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어려움을 겪으며, 제도 첫 적용 사례로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기업가치 산정 근거와 임상 일정 지연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관련 내용을 보완해 상장 절차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정신고서 제출이 10일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또한 신약 개발 및 연구개발(R&D) 중심의 바이오 기업 특성상 회사는 아직 본격적인 수익 실현 단계에 도달하지 못해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회사는 설립 이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결손금은 916.6억 원에 달한다. 다만, 신소재 평가 솔루션 사업을 통해 일부 운영자금을 자체 조달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당시 기업가치보다 낮은 공모가로 인해 상장 후 손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리즈B 라운드 당시 기업가치는 1,600억 원이었으나, 이번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366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초기 투자자 일부를 제외하면, 공모가 기준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사업 분석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Organoid) 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치료제 개발과 신약 및 신소재 평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이다.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해 실제 인체 장기와 유사한 구조체인 오가노이드를 제작하며, 이를 활용해 난치성 질환 치료제와 신약 개발의 효율을 높이는 평가 플랫폼을 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파이프라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 파이프라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사업은 크게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 개발과 신소재평가솔루션으로 구분된다. 재생치료제 개발 분야에서는 'ATORM' 플랫폼을 통해 장, 침샘, 자궁, 간 등 다양한 인체 조직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 오가노이드를 적용한 난치성 장궤양 치료제 'ATORM-C'가 있으며, 이 제품은 줄기세포의 재생능력과 오가노이드의 자가 조직화 능력을 결합해 손상된 조직의 효과적 재생을 목표로 한다. ATORM-C는 이미 보건복지부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승인을 받아 임상에 진입한 상태이며, 회사는 침샘(ATORM-S), 간, 자궁 등 다양한 질환 영역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신소재평가솔루션 분야에서는 평가 플랫폼 'ODISEI'을 통해 인체 조직에서 유래한 20종 이상의 오가노이드와 미세환경 구현 기술을 융합해 실제 인체 내 환경을 체외에서 정밀하게 재현하는 평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세포·동물 실험이 갖는 한계인 인체 내 복잡한 신호전달 경로나 세포 간 상호작용을 충분히 모사하지 못하고, 동물과 인간의 종간 차이로 인해 임상 결과 예측에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항암제 평가 솔루션(ODISEI-ONC)은 대장암, 폐암, 담도암 등 13개 암종의 종양 오가노이드와 다양한 면역세포를 함께 배양해 실제 종양 미세환경을 재현하며, 항바이러스제 평가 솔루션(ODISEI-VIR)은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 모델을 구현한다.

이러한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회사는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시약(OrganoEZ), 위탁생산(CDMO), 정밀의료 및 동반진단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고 있다. 맞춤형 연구시약 제품군은 연구자들의 다양한 실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위탁생산(CDMO) 사업은 세포처리시설 기준의 표준화된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 병원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최적의 면역항암제를 선별해주는 정밀의료·동반진단 분야도 추진 중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기술력은 정부에게도 인정받았다.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선정했다. 이는 해당 기술이 국가적으로 보호·육성할 필요가 있는 미래 핵심 산업 기술임을 의미한다. 다만, 기술이전 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 승인 없이 기술이전을 진행할 수 없는 점, 복잡한 승인 절차 등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자금 사용계획

인포그래픽 = 최미래 기자(자료출처: DART)
인포그래픽 = 최미래 기자(자료출처: DART)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확정공모가(21,000원)을 기준 약 252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244.5억 원을 임상시험 및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자금 운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생산설비 확장, 채무상환, 타법인 투자 등 일반적으로 상장기업이 선택하는 자금 사용처가 배제되고, 핵심 파이프라인의 가치 제고에만 모든 자원이 배분된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공모자금 중 약 81.5억 원이 임상시험비로, 163억 원이 연구개발비로 각각 배정됐다. 임상시험비는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장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ATORM-C) 임상에 투입된다. 국내에서는 식약처 임상 1상과 2상, 첨단재생바이오법 임상에 사용되며, 미국과 독일 등 해외 임상도 병행 추진된다.

연구개발비는 연구원 인건비, 연구자재 구입, 시험분석비, 신소재 평가 솔루션 매출 연동 연구자재비로 구성된다. 연구원 인건비는 생산본부, COO그룹, 바이오 사업본부의 연간 인력계획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반영해 산출됐으며, 연구자재 및 시험분석비는 2023년 실비용을 기준으로 매년 증가하는 구조다. 신소재평가솔루션 매출에 따른 연구자재비는 표준 원가율 20.2%를 적용해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