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 최미래 기자(자료출처: DART)

반도체·배터리 검사장비 전문기업 쎄크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마무리했다. 쎄크는 지난해 11월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지 약 2개월 만에 심사를 통과했으나, 증권신고서 정정이 두 차례 이뤄지면서 상장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이는 기술특례 기업에 엄격해진 금융당국의 심사 기조에 따른 행보로, 쎄크는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에서 매출과 원가율, 시장 전망 등 추정 실적의 근거를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21일 주관사인 신영증권에 따르면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쎄크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933.59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약 건수는 약 10만 건에 달했으며, 청약 증거금 2조 1,000억 원이 몰렸다. 총공모주식 수는 120만 주의 전량 신주로 구성됐으며, 우리사주조합 배정분(9만 주)을 제외한 110만 주는 기관투자자(81만 주)와 일반투자자(30주)에게 각각 배정됐다.

청약에 앞서 실시된 수요예측에서도 1232.5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당시 트럼프 관세 이슈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최근 공모주 시장의 강세에 힘입어 공모가는 희망밴드(13,000~15,000원) 상단으로 확정됐다. 총 2,203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으며, 이 중 99.6%(2,194곳)가 상단 이상 가격을 제시했다.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 수의 36.8%(320만 8,936주)이며,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3.76%다.

◆FI 비중 높은 쎄크, 짧은 보호예수에 오버행 우려… 경영권 안정성은?

쎄크는 금융투자자(FI) 비중이 높은 지배구조로 인해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매도 물량 출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대주주인 원익뉴그로쓰2020사모투자합자회사는 공모 후 23.21%의 지분을, 3대 주주인 산은캐피탈은 9.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창업주 김종현 대표의 지분율은 13.5%에 불과해 경영권 안정성에 대한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특히 보호예수 기간이 짧게 설정된 점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보호예수 기간은 1개월이며, 원익뉴그로쓰2020사모투자합자회사는 단계적 보호예수로 △즉시 출회 4.66%(40만 6,706주) △1개월 4.66%(40만 6,706주) △3개월 6.99%(61만 60주) △6개월 6.99%(61만 60주)로 나눠 설정했다. 이로 인해 유통가능 물량은 상장일 36.78%에서 1개월 후 56.03%(488만 7,957주)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오버행 리스크 완화를 위해 투자자들과의 개별 협의를 통해 분할 매각이나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출회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종현 대표는 특수관계인 및 임원들과 3년간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해 경영권 안정성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 임원, 자사주를 합치면 지분율은 약 33%에 달한다.

쎄크 사업 분석

▲Battery 고속 In-line 3D CT (출처 = 쎄크)

쎄크는 전자빔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배터리, 방산 산업용 검사장비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김종현 대표는 삼성전자 자동화설계팀 경험을 바탕으로 1991년 개인사업체로 출발해 2000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초기에는 공장 자동화 장비 분야에서 활동하다 검사장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쎄크의 핵심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X-ray 튜브 기술에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X-ray 발생장치를 자체 개발·생산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품 가격 경쟁력과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다. 직원의 40%가 연구개발 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창업자인 김종현 대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쎄크엔지니어링 시절부터 45년간 축적해온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은 X-ray 시스템, 선형가속기(LINAC) 시스템, 탁상형 주사전자현미경(Tabletop SEM)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이 중 X-ray 시스템은 반도체용과 배터리용으로 세분화되며, 2024년 기준 전체 매출의 71%를 차지했다. 제품별 매출액은 반도체용 X-ray 시스템 211.6억 원(39%), 배터리용 X-ray 시스템 171.6억 원(32%), LINAC 시스템 92.3억원(17%), Tabletop SEM 33.9억 원(6%)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용 X-ray 시스템'은 AI 산업 발전으로 급성장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핵심 검사장비로, HBM 반도체의 실리콘관통전극(TSV) 및 마이크로 범프의 접합 상태를 검사하는데 활용된다. 시장조사기관 욜(Yole)에 따르면 HBM 시장은 2024년 141억 달러에서 2029년 377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관련 검사장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쎄크는 200나노미터급 오픈 튜브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16단 HBM 적층 검사까지 대응가능한 고출력·고정밀 장비를 개발 중이다.

'배터리용 X-ray 시스템'은 전기차 및 ESS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파우치형, 각형)의 전극 정렬 불량을 검사하는 장비다. 쎄크는 2020년 배터리용 3D CT X-ray 시스템 제품화에 성공했으며, 2초 이내 200장 이상의 초고속 스캔이 가능한 CT 기술을 적용해 분당생산속도 10~30ppm까지 구현이 가능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99.9% 이상의 검사 신뢰도를 자랑한다.

'LINAC 시스템'은 방산 산업에서 로켓 추진체, 탄두 등 대형 제품의 비파괴 검사에 활용된다. 회사는 2016년 X-ray 튜브 대비 100배 수준 높은 고에너지 X-ray를 발생시키는 LINAC 모듈을 국산화했으며, 이를 통해 국내 방산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2021년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이후 국내 방산업체의 미사일 개발이 확대되면서 LINAC 시스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Tabletop SEM'은 작은 크기의 미세조직과 형상을 관찰할 때 널리 쓰이는 현미경으로, 소재, 바이오, 화학,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분석용으로 사용되는 장비다. 쎄크는 국내 최초로 SEM 개발·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원가 경쟁력 확보 및 생산공정 단순화를 위해 2~3년 이내에 기존 모델은 단종을 시키고 2023년 출시한 'SNE-ALPHA' 모델을 단일 판매하고 있다. SNE-ALPHA는 3D 렌더링 기능, 설치 공간 최소화, 최고 25만배 배율, 5nm 해상도 등이 특징이다.

쎄크 실적 및 자금 사용계획

출처 = 쎄크
출처 = 쎄크

재무적으로 쎄크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4%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504억 원의 매출액과 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액 539억 원, 영업이익 1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9%, 456.2% 증가했다. 판매관리비는 151.3억 원으로 전년(150.1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매출 성장과 원가 관리 효율화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금융수익 증가에 힘입어 당기순이익 또한 전년 (-)69.3억 원에서 지난해 20.7억 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지난해 금융수익은 전년 대비 682% 오른 492.8억 원에 달했으며, 이 중 347.7억 원은 파생상품 평가이익에서 발생했다.

자본 측면에서도 긍정적 흐름이 나타났다. 2023년 쎄크의 자본총계는 69.3억 원 규모의 결손금으로 인해 (-)131.9억 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전환사채(120.7억 원)와 상환전환우선주(185.8억 원)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205.7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회사는 자본잠식에서 탈피했다.

◆자금 사용계획

인포그래픽 = 최미래 기자(자료출처: DART)
인포그래픽 = 최미래 기자(자료출처: DART)

쎄크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확정 공모가(15,000원) 기준 약 180억 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중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173억 원을 시설투자, 연구개발(R&D) 투자,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첨단 검사장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반도체, 배터리, 방산분야 검사장비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2027년 매출액 1,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전체 공모자금의 절반 이상은 경기도 수원시 본사 예비부지에 공장동 건설과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시설투자에 투입된다. 공장동 건설(60억 원)과 더불어 LINAC 수요 확대에 대응한 초정밀 가공기 추가도입 및 브레이징 시설투자(35억 원), X-ray 튜브 양산시설 구축(5억 원)에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회사는 73.9억 원 규모의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 중 23.1억 원을 공모자금으로 충당한다. 주요 연구과제에는 △반도체 전·후공정 In-line X-ray 검사 기술 △고정밀·고신뢰성 X-ray 튜브 초격차 개발 △TGV 홀가공기(EBM) 등이 포함되며, 해당 분야 전문 인력과 기타자원 지출에 연구자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나머지 자금 50억 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 이자율이 높은 차입금 일부를 상환해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기준 쎄크는 본사 사옥 토지 매입 및 건축을 위한 차입금을 포함해 총 213억 원(단기 92억 원, 장기 121억 원)의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