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항암제 기반 신약 개발 전문기업 이뮨온시아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마무리했다. 이뮨온시아는 지난 3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약 일주일 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신약 개발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엄격해진 심사 기조에 따라 4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이 이뤄지면서 상장 일정이 일부 조정됐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뮨온시아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최종 경쟁률은 913.24대 1로 나타났다. 청약 건수는 16만 9,191건에 달했으며, 청약 증거금은 3조 7,5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공모주식 수는 914만 482주로, 전량 자사주를 활용한 100% 구주매출 형태로 구성됐으며, 우리사주조합 배정분 없이 기관투자자(685만 5,361주)와 일반투자자(228만 5,121주)에게 각각 75%, 25%가 배정됐다.
청약에 앞서 실시된 수요예측에는 2,205개 기관이 참여해 897.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98% 이상이 희망밴드(3,000~3,600원) 상단 이상을 제시함에 따라 공모가는 3,600원으로 확정됐다.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 수의 29.4%(2,146만 852주)이며,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총수량 대비 8.3%다. 최대주주인 유한양행(공모 후 66.97%)과 주요 FI 지분(13.14%)에 1~3년 보호예수가 걸려 있어 상장 직후 오버행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뮨온시아, 100% 구주매출 IPO... 유한양행 전폭 지원으로 성장동력 확보
이번 IPO의 가장 큰 특징은 신주 발행 없이 100% 구주매출로 진행된 점이다. 다만 일반적인 구주매출과 달리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아닌,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이 선택됨에 따라 공모로 조달된 자금은 전액 회사로 유입된다.
이 같은 구조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최대주주 유한양행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지난해 이뮨온시아는 IPO 준비 과정에서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642억 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를 전액 보통주(1,842만 960주)로 전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한양행은 메리츠그룹이 보유하던 RCPS를 전량 매입해 1,100만 주를 이뮨온시아에 무상 증여했다. 이번 IPO에 활용되는 공모주식은 모두 유한양행이 이뮨온시아에 무상 증여한 물량의 일부다.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의 상장 추진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2016년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와 합작해 이뮨온시아를 설립했으나, 소렌토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2023년 말 소렌토 지분을 전량 매입해 이뮨온시아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67%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공모 방식과 관련해 사측은 기존 FI들이 매수한 지분 단가가 높아 신주발행 시 지분 희석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주 보호와 성장자금 마련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구주매출 전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뮨온시아 사업 분석
이뮨온시아는 2016년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의 합작으로 설립됐으며, 2023년 유한양행이 소렌토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유한양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뮨온시아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T세포와 대식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다.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 2개(IMC-001, IMC-002)와 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2개(IMC-201, IMC-202)를 포함해 여러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IMC-001(Anti-PD-L1)은 NK/T세포 림프종과 종양 변이 부담이 높은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NK/T세포 림프종은 치료제가 거의 없는 희귀암으로, IMC-001은 지난해 유럽혈액종양학회(EHA)에서 객관적 반응률 79%라는 긍정적인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뮨온시아는 국내 식약처 허가와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AI와 혈액 바이오마커 연구를 통해 환자 선별 전략도 고도화하고 있다.
IMC-002(Anti-CD47)는 암세포가 대식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항체다. 삼중음성유방암, 간세포암, 담도암 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이며,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이 부작용 문제로 개발을 중단한 CD47 계열 약물과 달리, IMC-002는 정상세포 결합을 최소화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중국 3D메디슨과 약 5,4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기술이전도 추진 중이다. 임상 1b상을 통해 2026년까지 개념증명(PoC)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이중항체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IMC-201은 두 표적을 동시에 저해해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이중항체로, 삼중음성유방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비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IMC-202는 유한양행과 공동개발 중으로, 대장암 등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암종을 겨냥한다. 이중항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4%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분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뮨온시아 실적 및 자금 사용계획

지난해 개별 기준 이뮨온시아의 매출액은 6.5억 원으로 전년(1.1억 원) 대비 491% 급증했다. 회사의 수익원은 크게 기술이전과 연구용역으로 구분되는데, 지난해 매출은 전액 연구용역에서 발생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은 전년(118억 원) 대비 6.8% 확대된 126억 원을 기록했다. 연구개발(R&D)에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며 영업비용 총액이 133억 원에 달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당기순손실은 89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기술이전 수익을 제외한 본업 부문의 수익성 미흡과 R&D 투자 확대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R&D 비용과 임상시험 관련 지출 증가로 영업활동 현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회사의 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2년 267억 원, 2023년 210억 원, 2024년 82억 원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단기금융상품의 감소로 전년 순유출(53억 원)에서 순유입(17억 원)으로 전환됐으며,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순유입 규모가 79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순유입 규모 감소는 2023년 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비롯됐다.
◆자금 사용계획

이뮨온시아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공모가(3,600원) 기준 총 329억 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했으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약 314억 원을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및 연구개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공모자금은 임상개발운영에 91.8억 원, 임상시약제조에 144.7억 원, 연구개발에 32.5억 원, 기타연구개발비에 45.2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임상개발운영 예산은 NKTCL, TMB-H, 고형암 등 주요 파이프라인(IMC-001, IMC-002)의 임상 1·2상 시험에 사용된다. 이 자금은 임상시험연구비,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비용, 임상시험용 의약품 관리, 중앙실험실 및 영상 판독, 통계분석, 보험 등 임상시험 전 과정에 걸쳐 집행된다. 임상시험의 성공률을 높이고 특허 확보를 위한 생체표지자 발굴, 데이터 분석 등도 포함된다.
임상시약제조(CMC) 부문에서는 핵심 파이프라인(IMC-001, IMC-002, IMC-201, IMC-202)의 임상시험용 의약품 대량 생산과 상업공정개발, 제품 물류 및 보관, 외주 분석, 표준품 보관 등 의약품 생산과 품질관리 전반에 자금이 투입된다. 회사는 올해 IMC-001의 국내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CMC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CMC(Chemistry·Manufacturing·Controls)는 FDA 및 국제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요구 사항으로, 의약품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품질·안전성·효능을 보장하기 위한 과정 및 기준을 말한다.
연구개발비는 IMC-201, IMC-202, IOH-005, IOH-006 등 신규 및 기존 파이프라인의 면역원성, 독성, 영장류시험, 기전연구, 특허출원, 바이오마커 연구 등 다양한 R&D 활동에 사용된다. 외부 전문 연구기관 위탁연구를 통한 신약 후보물질의 안전성 및 효능 검증,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에도 일부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기타연구개발비는 연구원 급여와 연구자재(소모품, 세포, 시약 등) 구매에 사용된다. 연구인력 확충과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로, 중장기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