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액이 2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오영주, 이하 중기부)가 발표한 '벤처투자 현황 진단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국내 벤처투자액은 1조 8,787억 원, 벤처펀드 결성액은 2조 3,628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42% 늘어난 것으로, 최근 5년간('20~'24년) 1분기 실적과 비교해도 연평균 6%, 23% 증가한 수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국내 벤처투자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국내 벤처투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분기 대비 15% 늘어났으나, 미국과 영국은 각각 10%, 8% 감소하는 등 둔화세를 보였다.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벤처투자 시장 활황세 : AI와 로봇이 주도
벤처투자 시장의 활황세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결과다.

실제로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대규모 투자 사례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AI 분야에서는 리벨리온(AI 반도체 설계)과 업스테이지(생성형 AI 서비스) 등이 1천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로봇 분야에서는 한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한 기업인 베어로보틱스가 8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 밖에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무인항공기 제조 업체 프리뉴가,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는 선박용 친환경 연료전지 시스템 전문 업체 빈센이 각각 150억 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딥테크 10대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피투자기업 한정)은 지난해 말 31%에서 올해 1분기 40%로 증가했다. 딥테크 10대 분야에는 △AI·빅데이터 △시스템반도체 △로봇 △모빌리티 △클라우드·네트워크 △우주항공 △친환경기술 △양자기술 △바이오 △차세대원전 등이 포함된다.

국내 벤처펀드 규모는 연기금과 외국인(법인 포함), 산업은행 등의 출자규모가 급증하며 대폭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출자규모는 연기금이 1,1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크게(730%↑) 올랐고, 외국인 879억 원(472%↑), 산업은행 1,712억 원(350%↑), 성장금융 2,046억 원(13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24년 벤처투자 시장 전망 : 고금리 장기화 등 불황실성은 여전

벤처투자 시장의 성장세는 202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고금리 등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중기부는 "연내 금리인하로 주식시장이 회복될 경우, 벤처투자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 우려, 주가지수 부진 등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벤처캐피탈 업계는 "현재 벤처투자 시장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조정으로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속되는 고금리 등으로 인해 신규 펀드결성 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 지원 전략 발표 : 국내외 투자 유치 및 기술혁신 강화 중점

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향후 벤처투자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 시장 상황을 더욱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적시성과 타당성이 높은 통계를 활용해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등 다양한 투자 주체를 아우르는 시장동향 분석체계를 구축한다.
둘째, 지역·기술·글로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적합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도록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맞춤형 투자유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중기부는 2026년까지 누적 1조 원 규모의 비수도권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전국 6개 광역권별로 해당 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또한 2027년까지 글로벌펀드 4조 원을 추가 조성하고, 국내외 VC들이 선별한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투자자에게 소개하는 'K-글로벌스타' 프로그램도 일본(5.10.)을 시작으로 미국, 아시아, 유럽 등에서 연이어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중기부는 국내 벤처투자의 성장을 위해 펀드 결성, 투자, 회수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대책도 연내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적절한 정책수단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라며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벤처투자 활성화에 대한 종합대책도 차질 없이 준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민간자금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딥테크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스타트업 코리아펀드를 통해 민간자금을 출자받아 1조 원에 달하는 벤처펀드를 조성했으며, 지역혁신벤처펀드(비수도권 투자 활성화 지원) 2천억 원, 글로벌펀드(국내 스타트업의 해외투자 유치 지원) 1조 원 등을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