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출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위산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미국 로봇업체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방산업체의 해외시장 진출 기대감이 형성되는 동시에, '폴란드 정권 교체' 이슈가 국내 방산 수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강세를 이어오던 국내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대표 방산주인 LIG넥스원의 주가는 전일 대비 4.57% 하락한 12만 7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52주 신고가(13만  8000원)를 갱신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폴란드·호주와 3조 원 규모의 계약 체결로 주목받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도 2.87% 떨어진 12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 밖에 비츠로테크(-4.09%), 현대로템(-3.72%), 퍼스텍(-2.43%) 등 다른 방산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LIG넥스원, 미국 군용 로봇개 생산 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LIG넥스원은 최근 공시를 통해  미래성장 플랫폼 확보 및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로봇 개발·제조업체인 '고스트로보틱스'(GRC)의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GRC 인수 목적의 특수목적법인(SPC) 'LNGR LLC(가칭)'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GRC의 총지분(4억 달러) 중 60%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수한다. 지분 인수는 LNGR LLC가 GRC의 기존 주주들과 주식 매매계약 및 주주간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총인수대금은 3149억 7600만원, 취득예정일은 내년 6월 30일이다. 

지분 인수를 위한 대금은 △LIG넥스원의 지분출자 금액(1876.7억 원, 59.58%)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하는 기관 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PEF)의 교환사채인수대금(1259.9억 원, 40%) △박정연 등 5명의 지분출자 금액(13.1억 원, 0.42%)으로 조달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에 대해 "미래 전장에서의 유무인복합체계(MUM-T) 수요 증가와 함께 미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의 병력 감소가 예상되면서 LIG넥스원이 선제적인 기술 및 사업 아이템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양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애니보틱스 등 주요 로봇 기업들이 군사 목적 활용을 보이콧(거부운동)하고 있는 가운데 GRC의 보행로봇은 군사용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투자로 국내 방산용 다족보행 로봇에서 현대로템-레인보우로보틱스와 LIG넥스원-GRC 간 양강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로템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8월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산하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과 '대테러 작전용 다족보행 로봇 신속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고스트로보틱스(GRC)

GRC는 2015년 설립된 미국의 로봇 제조 회사로, 주로 보행로봇(Q-UGV)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동급 최고의 Q-UGV를 생산하는 데 주력해 왔으며, 방위 계약 업체, 기술 혁신 업체, 시스템 통합 업체 등에 필요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회사의 핵심 제품은 '비전60'(Vision 60)이라는 군수 및 민수용 4족 보행 로봇이며, 현재까지 약 300대 이상의 로봇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매출액은 대략 4000만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비전60(Vision 60)

▲비전60 (출처 =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비전60 (출처 =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로봇 개로 불리는 GRC의 '비전60'은 미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공군 기지 및 법 집행 기관의 경계 보안 점검 등 군사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비전60은 전자 광학, 음향 및 기타 센서 패키지가 탑재돼 있어 바위, 모래, 언덕, 얼음 등 까다로운 지형과 열악한 환경 조건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화씨 -40도에서 130도 사이(섭씨 약 –40도~54.4도)의 온도 범위에서도 작동 가능하다.

또한 여러 대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장돼 있어 주변 환경의 정밀한 분석과 이상 감지를 수행할 수 있으며, 경쟁사 로봇 대비 △긴 배터리 지속시간(한 번 충전으로 6마일 이상 이동 가능) △높은 방진·방수 등급(IP 등급) △탁월한 기동성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비전60에 대한 국내 판권은 케이알엠의 최대 주주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비상장)가 보유하고 있다.

1% 점유율에서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으로 도약한 'K방산' 조 단위 수주 이어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의 발발 등으로 전 세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K방산이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과 빠른 공급 능력이라는 주요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 1%에 불과했던 세계 무기 시장에서의 한국의 점유율은 2017년~2021년 2.8%로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세계 8위 무기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이는 세계 상위 25개 무기 수출국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이다.

20~30억 달러 수준이던 수출액 규모도 지난해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2021년 73억 달러, 2022년 173억 달러를 달성했다. 아시아와 북미로 한정되던 수출 시장도 중동,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해외 수주도 이뤄내고 있다.

▲K9 자주포(출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출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산업체의 낭보는 이달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국내뿐만 아니라 폴란드, 호주 등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조 단위 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K9(자주포) 152문, 155mm 탄약 등 3조 4758억 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기존 계약에 이어 자주포 등의 무기를 추가로 수출하기 위한 계약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군비청과 지난해 7월 K9 672문, 천무(다련장로켓) 288대를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올해 8월과 11월에는 각각 K9 212문, 천무 218대를 추가로 수출하는 1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레드백 장갑차(출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 장갑차(출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 현지 법인인 한화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HDA)는 지난해 호주 정부의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LAND400 3단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달 8일 호주 국방부 획득관리단(CASG)과 3조 원 규모의 레드백(장갑차) 수출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8년까지 레드백 129대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호주와의 계약에 성공하면서 한화그룹은 다른 국가와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이번 계약으로 첨단기술 기반의 방산이 대한민국의 중장기적인 미래 성장 동력이자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면서 "레드백이 호주 육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한 만큼 현재 여러 나라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방산업계 새 변수 '폴란드 정권 교체' 한국 방산 수출 성장 제동거나...

국내 방산업체의 성장세에 '폴란드 정권 교체'라는 새로운 변수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폴란드의 정치적 변동성으로 인해 이미 체결된 한국과 폴란드 간의 방산 계약이 무효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차기 야권 연합의 일원인 시몬 홀로니아 '폴란드 2050' 소속 하원의장은 최근 현지 민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월 총선 이후 체결된 각종 계약은 무효화될 수도 있다"라면서 "10월 15일 이후 법과정의당(PiS, 폴란드 현 집권당)은 공적 자금을 지출하지 않고 주정부 관리에만 전념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차기 국방부 장관인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도 "10월 15일 이후에 서명된 계약들은 분석 및 평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 국방부 장관이자 부총리인 마리우시 브와슈차크는 "계약을 검토한다는 것은 계약이 취소된다는 발표와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달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폴란드 군비청 간 체결한 K9 자주포 152문 등 3조 원 규모의 계약이 무효화 가능성이 있는 계약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이슈+] 정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목표로 K방산 적극 지원

K방산이 향후 한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유망 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정부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방위산업이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출처 = 대통령실
출처 = 대통령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2차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방위산업은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이라고 강조하면서 "방위산업을 첨단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방산 수출 성장세를 지속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해 방산 수출의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방위산업이 더욱 도약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세계 최고의 노광기술을 보유한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협력이 국내 방산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방산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방산 정책인 '지속 가능한 방산 수출 추진전략'도 발표됐다. 추진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목표로 우주와 인공지능, 유·무인 복합체계, 반도체, 로봇 등 5대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현재 국내 방산기업이 미국 방산시장 및 세계 방위산업 공급망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국방상호조달협정은 한·미 방산 FTA(자유무역협정)의 일종으로,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은 미국산 우선 구매법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가 미군 등에 방산 물품을 수출할 때 세금 등으로 인한 가격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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