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KB증권)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KB증권)

연초부터 IPO(기업공개) 시장에 훈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차전지 관련주 타이틀을 내세운 배터리 믹싱 장비 전문기업 제일엠앤에스(구 제일기공)가 증시 입성을 위한 공모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높은 부채비율과 아직까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상장 이후 다량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점 등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제일엠앤에스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1438.96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증거금은 약 9조 4,971억 원 규모다. KB증권이 주관사로 나선 금번 공모는 240만 주의 전량 신주로 구성됐으며 배정 물량은 기관투자자 180만 주(75%), 일반투자자 60만 주(25%)다.

지난 5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2,164개 기관이 참여해 645.9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당시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곳 제외, 참여기관 전원이 공모가 희망밴드(15,000~18,000원) 상단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23,000원 초과 금액을 적어낸 기관의 비율이 89.8%로 가장 높았다. 그 결과 제일엠앤에스의 최종 공모가는 밴드 상단보다 22.2% 높은 22,000원에 확정됐으며,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신청수량 기준 5.49%로 나타났다.

"작년엔 44억 손실, 올해는 247억 이익?"… 최종 공모가 어떻게 산정됐나

제일엠앤에스는 이익미실현 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입성에 나선다.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라고도 불리는 이익미실현 특례는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상장 적격성을 평가함으로써 손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기업이라도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주관사인 KB증권은 현재 이익이 나지 않고 있는 제일엠앤에스의 공모가 산정을 위해 PER(평균주가수익비율) 배수 계산 방식을 적용했다. 제일엠앤에스의 2024년 추정 순이익(247억 원)을 기준으로 피엔티, 윤성에프앤씨, 이노메트리, 엔시스 등 4개사를 피어그룹으로 최종 선별했으며 이들의 평균 PER은 25.85배다. 이를 기준으로 도출된 주당 평가가액은 24,801원이며 11.3% 할인율을 적용해 22,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투자자들은 추정 순이익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결정한 만큼,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제일엠앤에스는 지난해 1,43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44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회사 측에서 제시한 247억 원의 순이익과 이를 통해 도출된 공모가는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일엠앤에스 측은 "사실상 매출이 확정적인 PO(Purchase Order, 발주서) 단계 추정 매출액이 98%를 차지하고 있으며 RFQ(Request for Quotation, 견적의뢰) 단계의 추정 매출액은 2% 수준인 만큼 올해 추정 매출액과 순이익은 사실상 확정적인 수치"라고 설명했다.

제일엠앤에스가 올해 추정 실적대로 견고한 재무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도 관건이지만, 상장 후 쏟아지는 다량의 물량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제일엠앤에스의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2,060만 665주)의 17.39%에 해당하는 358만 2,159주로 적은 편이지만, 상장 후 1개월 시점에는 33.5%(690만 4,952주), 3개월 시점에는 무려 42.4%(872만 7,270주)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특히 상장 전 투자를 단행한 SKS한국투자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지분율 12.45%), 한국투자2022사모투자합자회사(12.23%)의 보유물량 508만 주 가운데 279만 주에 대한 의무보유확약이 1개월에 그친 만큼, 이들 물량은 차익실현을 위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주관사인 KB증권은 상장일로부터 3개월간 자발적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여하며 투심 살리기에 나섰다. 환매청구권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경우 공모주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관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로, 손실률을 최대 10%까지 제한할 수 있는 일종의 투자자 친화 전략이다. 즉, 공모주 투자자는 상장일로부터 3개월간 제일엠앤에스의 주가 추이를 살펴본 뒤 KB증권에 환매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일엠엔에스는 오는 23일 증거금 납입 및 환불 등의 과정을 거쳐 이달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총 공모금액은 528억 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4,532억 원이다.

제일엠앤에스 사업 분석

제일엠앤에스 사업영역 (출처: 제일엠앤에스 IR Book)
제일엠앤에스 사업영역 (출처: 제일엠앤에스 IR Book)

제일엠앤에스는 1981년 제일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1986년 법인 전환을 마친 40년 업력의 국내 최초 믹싱 장비 전문기업이다. 창업주인 이효원 대표이사와 오너 2세인 이영진 대표가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설립 초기 식품·제약 관련 장비 공급을 시작으로 현재 2차전지, 방산 및 화학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요 매출시장은 2차전지 분야로, 지난해 총매출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 수준까지 올라섰다. 2차전지 제조업체의 핵심 요구사항인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2차전지 고형분의 함유량을 높여야 하는데, 경쟁사(1,000만cPs) 대비 높은 수준(1,200만cPs)의 반고체 상태 물질 혼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일엠앤에스는 2007년 국내 최초로 2차전지 믹싱장비 국산화 및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노스볼트 등 글로벌 2차전지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제일엠앤에스는 앞으로의 성장 로드맵에 대해 신규 사업군 탐색 전략, 차세대 공정에 대한 선제 개발, 신규 고객사 확대 등을 꼽았다. 기존 적용 중인 우주항공 사업뿐 아니라 배터리 수재 등 2차전지 전반에 걸쳐 믹싱 기술을 적용하고, 고객사 니즈에 맞춘 믹싱 자동화 공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팩, 모듈, 셀 넘버 단위까지 생산 단위별 역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차세대 믹싱 공정을 개발함으로써 생산 속도를 높이고 기계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엠앤에스의 수주잔고는 3,033억 원이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 측이 제시한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3,487억 원 수준이며 2025년 프로젝트를 선 반영할 경우 추가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2차전지 시장 수요에 발맞춰 생산능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바, 올해 2차전지 분야 매출 비중이 98%까지 올라설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제일엠앤에스 이영진 대표는 지난 11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믹싱 자동화 공정과 연속식 믹싱 공정, 건식 공정용 믹서를 개발해 고도화된 믹싱 설계 역량을 갖출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2차전지 소재 공정 등 신규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며 우주항공 산업 분야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믹싱공정
2차전지 제조 과정 중 가장 먼저 진행되는 것은 '전극 공정'으로, 이는 2차전지 양·음극재의 활물질을 각 전극의 집전판인 알루미늄과 동박에 도포하는 공정이다. 전극 공정은 믹싱(Mixing), 코팅(Coating), 프레싱(Pressing), 슬리팅(Slitting), 건조(Drying) 공정으로 세분화되며, 이 중 믹싱은 양극과 음극 각각의 가루 형태 활물질에 바인더와 도전재, 용매를 혼합해 슬러리 형태로 만드는 단계다.

실적 및 자금 사용 계획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제일엠앤에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1,432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부채 규모 또한 확대되면서 지난해 기준 346%의 부채비율을 기록, 업종평균(101%) 대비 열위한 수준을 보였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산업 특성상 수주잔고의 확대는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며 그에 상응하는 매입채무 또한 늘어나는 구조"라며 "당사와 같이 기간에 걸쳐 수익을 인식하는 경우 고객에게 시스템을 공급하기 전 일부 계약금을 지급받게 되는데, 이를 선수금으로 인색해 부채비율이 증가한 탓"이라고 말했다. 즉, 부채의 증가는 계약 구조와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필수불가결한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2023년 매출총이익률은 10.9%, 영업이익률은 1.2%로, 업종평균(각각 21.2%, 7.4%)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이천공장 증설 및 김해공장 신축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북미 지역 수주에 따른 고객사 요구 스펙의 2차전지 믹싱장비 및 믹싱시스템 설계에 대한 학습비용, 인력 충원 등에 따른 비용 증가에 기인한다.

특히 제일엠앤에스는 2022년을 기해 적자로 전환됐는데, 이는 2020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상환전환우선주의 파생상품평가손실(257억 원)을 인식한 데 따른다.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재무제표상 계상되는 비용으로, 현금이 유출되지 않는 비현금성 손실이자 전환권이 행사되기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일회성 손실로 간주된다. 현재 기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상환전환우선주는 전량 보통주로 전환됨에 따라 추후 파생상품평가손실에 따른 수익성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일엠앤에스는 금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538억 원(주관사 의무인수분 포함) 가운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520억 원을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특히 공모자금의 상당 부분인 296억 원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해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현재 회사의 장·단기차입금 규모는 총 426억 원으로, 이 중 장기차입금(136억 원) 대비 단기차입금(290억 원)이 더 많은 상황이다. 차입금 상환을 통해 이자 부담을 줄이고 부채비율을 개선함으로써 추가 차입 여력을 확보, 중장기 사업계획 상 필요한 투자자금은 장기 시설대차입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영진 대표는 "제일엠앤에스는 국내 믹싱 업체 중 가장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되는 믹싱 공정 스펙트럼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믹싱 장비의 적용 범위 및 신규 사업군을 확대해 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믹싱 장비의 세계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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