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한국투자증권)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한국투자증권)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삼현의 공모청약이 금일 종료됐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삼현은 자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 전략을 내세우며 수요예측에 이어 공모청약에서도 흥행을 이어갔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삼현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1645.13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증거금은 약 12조 3,385억 원 규모다. 금번 상장공모는 신주모집 200만 주의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배정물량은 기관투자자 136만 8,000주(68.4%), 일반청약자 50만 주(25%), 우리사주조합 13만 2,000주(6.6%)다.

삼현은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649.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밴드(20,000~25,000원)를 초과한 30,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2,168개 기관이 참여하면서 2023년 이후 최다수를 기록했다. 이들 중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곳 제외, 전원이 밴드 상단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고 특히 33,000원 이상 금액을 적어낸 기관의 비율이 66.88%로 가장 높았다.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신청수량 기준 10.64%로 나타났다.

유통가능물량 최소화한 삼현… 품절주 효과 볼까?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것은 청약자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지만, 삼현의 이번 IPO는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확보한 것은 물론, IPO 걸림돌로 꼽히는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물량)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소했기 때문이다.

삼현의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1,056만 9,189주) 가운데 약 18.41%에 해당하는 194만 6,064주다. 이에 더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의 보호예수로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반 공모기업의 유통가능물량이 30% 안팎인 점을 고려했을 때 다소 낮은 수준으로, 통상 유통가능물량이 20% 미만이면 품절주로 분류된다.

유통가능물량의 비율은 수급구조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소다. 유통가능한 주식수가 적으면 상장 직후 매도 수요가 제한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유리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이유로 품절주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주목도가 높다. 실제로 올해 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우진엔텍의 경우 유통가능물량이 17.78%에 불과했으며 상장 첫날 공모가(5,300원) 대비 300% 오른 21,2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기도 했다.

반면, 이와 같은 공모구조가 오히려 투심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적은 거래량으로도 주식 가격의 등락 폭이 커지면서 단타 종목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물량이 적다는 것은 신규 투자자 유입을 제한하고 새로운 주식 유통 시 주가에 미치는 변동성도 타 기업과 비교해 크다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삼현은 오는 15일 증거금 납입 및 환불 등의 절차를 마무리한 뒤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총 공모금액은 600억 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171억 원이다.

삼현 사업 분석

삼현 주요 사업 영역 (출처: 삼현 IR Book)
삼현 주요 사업 영역 (출처: 삼현 IR Book)

삼현은 1988년 창업 이래 모터, 제어기, 감속기 설계기술을 내재화했으며 이를 일체로 통합한 3-in-1 모션 컨트롤 시스템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모터는 원운동을 하는 단순한 전동기에 불과하지만, 3-in-1 솔루션은 제어기와 감속기를 통해 움직임을 구현하는 시스템으로써 기능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동작을 수행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의 주요 제품은 스마트 액추에이터와 파워유닛에 특화된 모션 컨트롤 시스템으로, 주요 고객사로는 현대자동차그룹 및 관련 협력사, 한화그룹 등이 있다. 대표 제품은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등이 있으며 자동차의 전장 부품, 무인화 방산, 지능형 로봇의 관절모터, 구동 시스템 등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삼현의 주요 전방산업인 자동차부품 시장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및 자율주행 자동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동력 산업 전반에서 모터와 배터리 기반 동력 시스템의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바, 삼현은 미래 모빌리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매출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납품 중인 자동차, 스마트 방산, 로봇뿐 아니라 전기 농기계 및 중장비, UAM(도심항공교통), 우주항공 등 여러 사업에 걸쳐 개발 분야를 넓혀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R&D(연구개발) 인력을 두 배 이상 확충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삼현의 수주잔고는 약 1조 원으로 모빌리티 분야 7,787억 원, 스마트 방산 분야 1,610억 원, 로봇 분야 663억 원 등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삼현 황승종 상무는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 구축에 나서 올해 하반기 인도 법인을 설립해 2년 뒤인 2026년 본격적인 양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며 "현재 북미에서 운용 중인 전문 판매 대리점 또한 유럽 지역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 및 자금 사용 계획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삼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를 냈다. 2020년 486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686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27억 원으로 이미 2022년 온기 실적을 상회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각각 80억 원, 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매출 급증의 원인은 전방산업인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있다. 2023년 기준 삼현의 총매출액 가운데 자동차 제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2.4%로, 전방산업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의 문제로 매출이 다소 주춤했으나,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의 정상화는 물론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제품들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삼현의 순이익률은 2022년 4.8%에서 2023년 3분기 9.9%로 증가하면서 업종평균(2.4%) 대비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장단기차입금 대비 많은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삼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는 263억 원으로, 장단기차입금(221억 원) 대비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양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발생하고 있는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차입금과 관련해 채권 최고한도액인 315억 원 수준의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바, 자산가치 하락에 유의해야 한다.

삼현은 금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610억 원(상장주선인 의무인수금액 포함) 가운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585억 원을 건물증축, 설비투자 등 시설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설비투자에 공모자금 대부분인 480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양산이 시작된 MR Damper의 추가적인 양산 물량 증가에 대비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신규 수주한 TK 2속 ATC, SCR 모터 조립라인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신규 수주가 예상되는 지능형 로봇, 구동모터 등에 선행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매출 증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황승종 상무는 지난 5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년간 연평균 27% 성장했다면, 상장 후엔 연평균 40%가 넘는 고성장을 달성하겠다"라며 "첨단 산업의 전천후 발전에 기여한다는 책임감으로 움직임에 영혼을 불어넣는 모션 컨트롤 선도 기업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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