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NH투자증권)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NH투자증권)

국내 1호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가 기관투자자들에 이어 일반청약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로봇주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 기술특례기업으로서 사업성과 성장성을 두루 갖춘 점 등이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진행된 엔젤로보틱스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2242.01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번 상장공모는 신주모집 160만 주의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일반투자자 배정물량인 40만 주에 대해 9억 만주에 달하는 청약물량이 몰리면서 약 8조 9,681억 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엔젤로보틱스는 앞서 2,067개 기관이 참여한 수요예측에서 1157.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20,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당시 참여기관 전원이 공모가 희망밴드(11,000~15,000원) 상단 초과 금액을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20,000원을 적어낸 기관의 비중이 78.6%로 가장 높았다.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신청수량 기준 16.67%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로봇 시장의 견조한 흐름과 함께 엔젤로보틱스의 주력 제품인 웨어러블 로봇의 고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 대부분이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시장이 성장 초기 단계인 점,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박세민 SK증권 연구원은 "웨어러블 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폭발적이나 매출 실현 기간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만큼 단기 주가는 수급적 요소에 의한 변동폭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술특례·오버행 리스크 투자자 '발목'

사업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적자 기업으로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만큼 일부 투자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있다. 앞서 논란이 된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기업의 실적을 깐깐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지난해 8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파두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2023년 매출 추정치를 1,203억 원으로 제시했지만, 상장 후 실제 발표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0억 원에 그쳐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실제 금융당국의 심사 절차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이에 대해 엔젤로보틱스 공경철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심사를 받던 중에 파두로 인한 논란이 일면서 매출 전망치를 산정할 때 보다 보수적인 기준이 적용됐다"라며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시장에 한해 합리적인 근거를 댈 수 있는 수치만 인정했기 때문에 추가 매출 등은 전망치에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내년 흑자 전환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공 대표는 이날 발표를 통해 기술 개발 및 시장 개화 시기인 올해까지는 전략적 적자를 감수하고 내년부터 약 200억 원의 매출 및 1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겠다고 밝혔다. 2026년 실적 목표치는 매출액 360억 원대, 영업이익 100억 원대다.

이처럼 당장의 실적보다는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에 방점을 둔 만큼 엔젤로보틱스는 상장 전부터 누적된 재무적 투자자(FI) 보유 물량이 많은 편이다. 해당 물량이 상장 초반 단 몇 개월의 보호예수 기간을 거친 뒤 일제히 유통 시장에 나올 경우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바,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물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엔젤로보틱스의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1,401만 4,976주)의 30%에 해당하는 420만 5,146주다. 이에 더해 벤처금융·전문투자자를 비롯한 FI들의 보유 물량 343만 3,075주(우선주 포함 기준/공모 후 지분율 23.6%) 모두 1개월의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함에 따라 오는 4~5월 중 해당 물량이 동시에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

통상적으로 기술특례기업의 경우 의무보유 대상 주주가 아니더라도 자발적 협의에 따라 1개월부터 2·3·6개월, 1년 등 기간별 보호예수 물량을 나눠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오버행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엔젤로보틱스의 공모 구조는 이와 다소 배치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오히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권혁일 부사장은 "유통물량이 나눠질 경우 몇 개월 뒤 또 다른 잠재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항상 품고 있어야 하기에 오버행 리스크를 오히려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라며 "우리는 1개월 뒤 대부분의 물량이 쏟아지면서 일부 타격은 있겠지만 한 번으로 끝난다. 그 뒤부턴 오버행 우려 없이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주가 급락에 대한 변동성을 감수하고도 목표 시가총액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엔젤로보틱스는 오는 19일 증거금 납입 및 환불 등의 절차를 마무리한 뒤 26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총 공모금액은 320억 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803억 원이다.

엔젤로보틱스 사업 분석

엔젤로보틱스 주요 제품 라인업 (출처: 엔젤로보틱스 IR Book)
엔젤로보틱스 주요 제품 라인업 (출처: 엔젤로보틱스 IR Book)

2017년 설립된 엔젤로보틱스는 인체에 착용해 근력을 보완하거나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설립 1년 만인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 하반신 마비 장애인 보조장비인 워크온슈트를 선보인 이후 2020년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인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주목도를 높였다.

주요 제품으로는 △보행재활 치료를 위한 훈련용 로봇 '엔젤메디(angel MEDI)' △일상생활용 보조기 '엔젤슈트(angel SUIT)' △산업안전용 보조슈트 '엔젤기어(angel GEAR)' △로봇 부품 및 모듈 장치 '엔젤키트(angel KIT)'가 있다. 주력 제품은 총매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엔젤메디다. 국내외를 통틀어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한 유일한 웨어러블 로봇으로, 의료기기 3등급과 로봇보행 재활 의료보험 수가가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특히 엔젤로보틱스는 LG전자의 투자를 받은 로봇 기업으로 일찌감치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LG전자는 엔젤로보틱스의 설립 초기인 2017년 3,000만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집행, 현재 지분 6.85%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후 엔젤로보틱스와 LG전자는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현재까지 로봇 분야에 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삼성전자, CJ대한통운 등 다양한 기업과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현재 회사는 매출처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상급종합병원, 회복기재활의료기관, 장애인복지관에서 나아가 요양병원, 재활병원, 재활학교, 대학교 등 다양한 매출처로 판매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향후 정형외과 및 신경외과, 장애인특수학교, 재활훈련센터, 의원 및 보건소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태평양(APAC) 등을 타깃으로 한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선다. 먼저, 유럽 현지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CE 인증 획득을 올 상반기 내 완료할 계획이며, 미국 내 주요 전시회 참가 등으로 기업 인지도를 넓힌 뒤 내년 하반기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 획득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실적 및 자금 사용 계획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DART)

엔젤로보틱스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5% 늘어난 37억 원을 기록한 반면, 49억 원의 영업손실과 78억 원의 순손실을 보이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 내부 추정에 따르면 2023년 온기(가결산) 매출액은 51억 원, 영업손실은 65억 원, 당기순손실은 93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1년 당기순손실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부채로 분류함에 따라 183억 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한데 기인한다. 2023년 8월에는 상환전환우선주의 전액 보통주 전환으로 338억 원의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됐고,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까지 있었던 자본 잠식이 해소되면서 엔젤로보틱스의 자본은 -229억 원에서 95억 원으로 개선됐다. 이외에도 연구개발 및 인력 충원 등으로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매출액 증가와 더불어 매출총이익률은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회사 측이 내다본 흑자 전환 시기는 2025년이다. 권혁일 부사장은 "과거 3년간 급격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 확충 및 임원의 영입, 생산시설 확충 등으로 인해 판매비와 관리비 또한 증가함에 따라 부의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해외 수출 개시,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한 판매가격 상승과 더불어 지속적인 매출 성장이 예상되며 부품 내재화를 통한 원가율 절감, 임원 및 연구개발 인력의 고정비 증가폭 축소 등을 통해 흑자 전환을 이뤄 재무안정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엔젤로보틱스는 금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330억 원(상장주선인 의무인수금액 포함) 가운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314억 원을 시설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26년까지 △웨어러블 로봇 표준 플랫폼 및 B2C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144억 원 △해외시장 인증에 74억 원 △체험센터, 플래그십스토어 등 마케팅 비용에 63억 원 △신제품 양산 금형 설비에 22억 원 △생산시설 유지 및 확장이전 설비에 10억 원가량을 투입한다.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대표는 "고령화, 저출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웨어러블 로봇은 우리 삶의 필수재로 진화하고 있으며 엔젤로보틱스는 핵심 기술의 개발 및 검증을 통해 웨어러블 로봇의 표준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라며 "올해 엔젤슈트 로봇 상용화를 시작으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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