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진행된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통합 경쟁률은 834.92대 1, 증거금은 약 1조 4,089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모가를 낮춰 상장 진행을 결정한 것이 투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장공모는 신주모집 150만 주(공모주식의 100%)의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배정물량은 기관투자자 105만 5,000주(70.33%), 일반청약자 37만 5,000주(25%), 우리사주조합 7만 주(4.67%)다. 상장 주관은 유안타증권이 맡았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22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밴드(9,000~11,000원) 최하단인 9,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991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85.7%에 해당하는 781개 기관이 밴드 하단 이하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신청수량 기준 14.47%다.
특히 주관사인 유안타증권은 몸값을 낮추는 동시에 6개월의 환매청구권을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환매청구권은 공모 시 배정받은 주식을 당해 인수회사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로, 공모가의 90%를 권리가격으로 행사할 수 있다. 기술특례트랙으로 상장하는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환매청구권 의무가 없지만, 유안타증권이 자발적으로 해당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상장도 전에 공시 위반?… 실적도 안 좋은데 과징금만 1.6억 '폭탄'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이전 금융감독원의 공시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10억 원 이상의 새로 발행하는 증권 취득 청약을 권유하면 이는 '모집'에 해당한다. 즉, 공모발행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 반드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와이바이오로직스는 과거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50인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했음에도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회사는 지난 2018년 9월 1차 유상증자를 진행한 뒤, 한 달이 지난 10월 2차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참여인원은 각각 21명, 41명으로 총 62명의 투자자로부터 324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집했다. 즉, 공모에 해당했던 것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 측은 "당시 자본시장법을 면밀히 따졌어야 했는데 처음 투자를 받는 상태라 공모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라며 "2년 전 코스닥 상장 심사를 받으면서 법률 자문을 받았고 그때 위반 사실을 인지하여 금융당국에 자진신고를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와이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1억 6,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회사는 올해 3분기 재무제표에 잡손실 6,500만 원 및 충당부채 1억 6,200만 원을 인식했다. 해당 이슈는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적자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정적인 신호로 평가받고 있다. 실적을 내지 못해 기술특례로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이 같은 이슈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8일 증거금 납입 및 환불 등의 과정을 거쳐 내달 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343억 원이며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수(1,492만 9,391주)의 약 29.5%에 해당하는 440만 5,968주다.
와이바이오로직스 사업 분석

2007년 12월 설립된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항체치료제 및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사업모델은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조기 기술이전을 진행하거나, 계약연구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 등으로 나뉜다. 소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자원을 집중해 직접 임상 개발을 수행하기보다는,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임상개발 전 조기에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아크릭솔리맙(YBL-006) 면역관문억제제 △YBL-011 면역관문억제제 △AR062 항체치료제 △AR148 항체치료제 △AR092 T-세포 연결 이중항체치료제 등이 있으며, 파트너사와 공동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으로는 △YBL-001 항체약물접합체 △YBL-003 신규타깃 항체치료제 △AR044 신규타깃 항체치료제 △YBL-013 T-세포 연결 이중항체치료제 등이 있다.
특히 선도 후보물질인 면역관문억제제 '아크릭솔리맙'의 임상개발이 크게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만 해도 임상 1상을 진행 중이었으나 최근 한국, 호주, 태국 등 다국가에서 임상 2a상을 마치고 지난 7월 임상 결과를 수령했다. 당시 희귀암인 신경내분비암(NEC)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25%를 보였다. 현재 회사는 임상 2a상 결과를 근거로 이후 임상개발과 사업화를 맡아줄 파트너사를 물색 중이다.
박범찬 와이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아크릭솔리맙은 경쟁약품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니볼루맙) 등에 비해 우수한 반응률을 보였다"라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주요 적응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희귀암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적 및 자금 사용 계획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41.5억 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88.3억 원, 당기순손실은 188억 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다소 아쉬운 실적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연구개발 투자에 따른 일시적 지표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약이 출시되면 그에 따른 이익의 규모가 비교적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제품의 성공 여부와 시장 점유율, 경쟁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제품 출시 이후에도 연구개발 비용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장기적인 경영 전략과 자금 조달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024년부터 본격적인 순이익을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은 "아크릭솔리맙과 AR062의 기술이전 등으로 인해 내년에는 당기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새로운 후보물질의 기술이전 선급금과 아크릭솔리맙의 임상 진입에 따른 단계별기술료를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금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139.1억 원(상장주선인 의무인수금액 포함) 가운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130.7억 원을 시설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신규 파이프라인 및 차세대 플랫폼 연구개발에 62.8억 원 △연구인력 인건비에 61.1억 원 △시설장비 구입에 6.7억 원을 투입한다. 그 외 나머지 자금은 금융기관에 예치해 운용할 계획이다.
박영우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의 핵심 요소인 우수 항체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내겠다"라며 "지속적인 기술이전과 파트너십 확장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이루는 항체 신약 전문기업의 모델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