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반 저분자 신약 개발기업 노보렉스(대표 손우성)가 최근 115억 원 규모의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라운드에는 기존 투자자인 우리벤처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UTC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가 후속 투자를 단행했으며 KB인베스트먼트, 에이온인베스트먼트, 쿼드자산운용, 하나벤처스, 기술보증기금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0년 2월 설립된 노보렉스는 단백질 3차원 구조 및 분자 계산을 이용한 저분자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로 종양학 및 신경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저분자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AI 기술을 활용해 초기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이를 타깃 단백질과 실제로 결합하는지 검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노보렉스는 글로벌 신약 개발의 최전선에서 활용되는 FBDD(Fragment-Based Drug Discovery) 전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만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노보렉스는 신약 개발의 핵심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가능케 했다.
현재 회사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치료제가 없는 파킨슨병에 대해 경쟁사보다 좋은 후보물질을 가지고 전임상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KB인베스트먼트 김원제 본부장은 "노보렉스의 글로벌을 지향하는 데이터 수준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라며 "대규모 투자를 받은 화합물 회사들은 공통적으로 도출한 후보물질을 실제 타깃 단백질이나 RNA와의 결합 검증 실험을 완료하고 임상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국에도 이러한 방식의 검증을 앞세운 회사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는 AI를 활용한 1세대 신약 개발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손 대표는 서울대 약학대학 출신으로, 컴퓨터를 활용해 단백질 결합 구조를 계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약물 후보군을 도출하는 연구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손 대표는 미국에서 GPCR(G-단백질 결합 수용체) 연구에 참여했고, 차의과학대 약학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FBDD 연구를 이어가던 중 창업의 길을 선택해 현재 회사 경영에 전념하고 있다.
노보렉스는 신약개발 분야에서 해외 선도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하며,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틈새시장을 정확히 타겟팅했다. 이를 위해 강력한 생물리학 기술력과 효과적인 신약개발 전략을 강조하며, 회사의 잠재적 가치를 구체적인 운영 목표와 근거를 통해 입증했다.
투자금은 주로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에 사용될 예정이다.
신약개발은 다른 산업과는 다르게 매우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는 인체에 대한 많은 부분을 알지 못하지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노보렉스가 주목한 것은 신약개발의 초기 단계에 최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전임상, 임상시험 등 신약 출시까지 복잡한 많은 단계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신약개발의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초기단계의 검증된 물질들은 글로벌 거대 제약회사들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에 가치가 있는 물질을 다수 확보해 사업화하는 것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설정했다.
노보렉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초기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부분에도 강점이 있지만 도출된 후보물질을 구현하여 타겟 단백질과 실제로 결합하는지를 직접 검증하는 데 다른 인공지능 활용 신약 회사와 차별점을 두고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같이 특정한 하나의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으며, 신약개발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연구자의 손에 달렸다는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노보렉스는 시장의 수요가 입증된 신약을 빠르게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파킨슨병은 치료제가 없기에 경쟁사 보다 좋은 후보물질을 가지고 전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또한, 항체를 저분자로 접근하는 BtoS(Big To Small) 전략으로 값비싼 약을 좀 더 많은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고형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을 타겟으로 하는 저분자 물질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확보된 물질들을 통해 국내외 제약회사들과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등 빠른 상업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생체에 작용하여 생사와 직결이 되지만 많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개발하는 약물의 안정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신약개발은 규제 산업이기도 하다. 즉, 공산품 산업에서는 상품의 기능만 구현되면 소비자의 선택에 의한 가치가 결정된다. 그러나 신약은 매력적인 기능과 함께 각종 규제를 통과해야 하며, 이에 따른 깊은 과학적인 근거와 합리적인 논리가 제시되어 한다. 또한, 이 과정에 수많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바이오 창업을 넘어 신약개발이 최종 목표라면, 한두가지 도구나 플랫폼만으로 신약개발이 가능하다는 생각보다는 보유한 기술을 철저히 도구로써 인식하고 그에 맞는 신약개발 회사의 구체적인 운영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인공지능과 같이 예측의 도구가 빠르게 보편화되면 극단적으로 특정 질환 타겟에 대한 물질 디자인은 특별한 전공 지식 없이 제안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신약개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가상의 물질 제안 이후 만들고(make), 검증(test)하는 과정에 대한 가치 상승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며, 기존 제약회사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자사만의 domain knowledge와 관련 기술, 집단 지성 활용의 노하우가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후 작성됐음을 명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