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뇌를 닮은 초거대 인공지능(AI) 챗GPT의 출현 등 AI 기술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사회 전반으로 AI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이 핵심인 의료 분야에서도 AI를 접목한 '의료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국내 정부도 의료 분야에서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국민 AI 일상화' 프로젝트와 함께 디지털과 바이오의 융합을 추진 중이며, 보건복지부는 최근 신규 의료AI 분야에 건강보험 수가 적용 기준안을 마련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의료AI 시장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의료AI 시장은 연평균 약 46%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2026년에는 약 7,45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약 773억 원 대비 10배 가까이 확대되는 수준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AI 시장도 2021년 약 110억 달러에서 2030년 약 1,88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AI
의료AI는 진단, 치료, 결과 등을 포함해 환자를 지원하고 개선할 목적으로 ML(기계 학습), NLP(자연어 처리), DL(딥러닝) 및 기타 AI 지원 툴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료AI의 주요 장점으로는 △인적 오류 없이 신속하고 깊은 정보 분석을 통한 질병 및 종양의 조기 발견 △전 세계 질병 데이터 통합을 통한 신속한 치료 방법 개발과 의학 혁신 △수술 절차 간소화 및 운영 비용 절감 등이 있다.
다만, 현재 의료AI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AI 윤리 규정, 강력한 보안 프로토콜, 대량의 데이터 저장 및 처리 등을 위한 적절한 인프라 구축이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구축하지 않으면 환자의 의료 정보가 잘못 사용되거나 사이버 공격 및 다른 위협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
국내 정부의 의료AI 산업 성장 전략 : 디지털·바이오 융합, 전국민 AI 일상화 프로젝트, 의료AI 건강보험 적용안
의료AI 산업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국내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제도 개선 및 지원 정책 강화에 힘쓰고 있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이하 과기정통부)는 제4차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회의를 개최하고, AI 및 첨단바이오 분야의 '국가전략기술 임무 중심 전략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로드맵을 통해 정부는 디지털과 바이오를 융합해 바이오 연구 한계를 극복하고 바이오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생성형 AI와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사물이나 시스템 등을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 등을 진단·치료에 활용하고, AI를 기반으로 신약을 설계하는 등 바이오·의료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AI 모델링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또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바이오 융합인력 양성, 글로벌 주요 거점 네트워킹 및 국제표준 선점, 주요국 파트너십 강화 등을 제시했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AI·첨단바이오 분야는 기술패권 경쟁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성장과 모든 산업의 혁신을 이끌 기술"이라면서 "해당 분야는 임무 중심적 연구개발 및 초격차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전략로드맵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집중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내년부터 의료 등 전방위적인 산업에 AI를 도입하는 '전국민 AI 일상화' 추진에 9,09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AI 기술의 보급을 통해 일상생활에 더 큰 편의성을 제공하고, 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AI에도 건강보험 적용...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수가 기준안 마련
보건복지부도 최근 의료AI 분야에 대해 구체적인 건강보험 수가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의료AI 분야에도 최초로 건강보험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보건복지부는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개최하고 논의를 거쳐 디지털 치료기기와 AI 혁신 의료기술의 구체적인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의결했다"라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선 '디지털 치료기기'의 경우에는 주로 정신·만성질환 대상으로 사용이 효과적으로 관리될 필요성을 고려해 의료진에 대한 수가가 신설될 예정이다. 수가는 원가를 기반으로 책정되며, 처방료는 5,230원, 효과평가료는 16,130원으로 결정됐다.
또한 'AI 혁신 의료기술' 수가는 영상전문의가 판독하는 경우 AI 적용 영상검사 비용의 10%~30% 수준에서 군별로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1군(병리검사) 2,920원 △2군(MRI·CT 등 특수영상진단) 1,810원 △3군(내시경, 초음파) 1,180원 △4군(기타) 310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결정을 통해 혁신적인 분야 기술의 현장 사용 기회를 부여하는 체계를 구체적으로 마련한 데 큰 의의가 있다"라며 "향후 사용 현황을 자세히 관찰하고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의료AI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9년부터 혁신적 의료기술의 요양급여 여부를 평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기반을 마련했고, 2020년에는 기존의 영상의학 분야 외에도 AI 기반 의료기술에 병리학 분야를 추가했다. 이어 올해 8월에는 의료AI 등 국내 의료용 신기술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인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완화했다.
하나증권, 의료AI 올해의 메가 트렌드로 선정... "강한 반등 전망"
정부가 의료AI 관련 제도의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의료AI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제시됐다. 제도 개선 및 규제 완화로 의료AI 분야의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하나증권 미래산업팀은 산업분석 리포트를 통해 "역사적으로 증시에서 과도한 하락이 발생할 경우, 이는 종종 저점 매수의 기회로 작용했다"라고 언급하면서 올해 강한 반등이 예상되는 메가 트렌드로 의료AI, 로봇, 폴더블 등 3가지를 지목했다.
특히 미래산업팀은 의료AI에 대해 "지난 10월 26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와 AI 의료기기에 대한 구체적인 건강보험 수가 적용안이 제시됐다"라면서 "이에 AI 의료기기 건강보험 등재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의료AI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매출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도 "과거 의료AI 성장의 허들로 작용했던 부족한 기술력으로 인한 AI 솔루션의 낮은 신뢰성, 정부 규제 및 건강보험 등재의 어려움으로 인한 낮은 사업성 등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에 힘입어 국내 의료AI 기업들의 성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김 연구원은 "해외 기업들의 경우 보험 적용 이후 매년 가속화되는 실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 또한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 "올해 국내 주요 의료AI 기업들의 국내 보험 수가 적용과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나증권은 의료AI 테마 관심종목으로 제이엘케이, 뷰노, 딥노이드, 셀바스헬스케어 등을 제시했다. 이 중 제이엘케이는 뇌질환에 대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며,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이엘케이의 AI 뇌졸중 유형 분류 솔루션인 'JBS-01K'에 대해 비급여 수가를 인정했다.
[이슈 +] 카카오브레인, 아주대학교병원과 의료 영상 진단 초거대 AI 모델 공동연구 MOU 체결

카카오도 의료AI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아주대학교의료원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의 AI 연구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과 아주대학교병원은 초거대 AI 기반 의료 영상진단 솔루션 개발 및 AI 모델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는 양 기관이 의료 영상 분야에서 초거대 AI 모델 고도화를 위한 공동연구와 실증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이들은 흉부 엑스레이, 유방 엑스레이, 초음파, CT, MRI 등의 의료 영상 판독 및 진단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AI 모델 개발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의료 영상진단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아주대학교병원을 비롯한 국내 주요 병원들과 긴밀히 협업할 예정"이라면서 "이러한 협업은 카카오브레인이 초거대 AI 멀티모달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의료 영상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현 아주대학교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협약은 환자 중심의 스마트병원 인프라 구축을 지향하고 있는 아주대학교병원이 카카오브레인과의 협업을 통해 AI 의료기술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최신의 AI를 기반으로 한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카카오브레인은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킬 AI 기술 기반의 솔루션 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아주대학교병원을 포함해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의료 분야 내 초거대 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