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면역세포치료제 개발사 큐로셀이 기관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CAR-T 치료제 안발셀의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세우며 하반기 '바이오 대어'로 주목받았으나, 아직까지 적자 기업 타이틀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큐로셀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170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거금은 약 6,800억 원 규모다. 금번 상장공모는 신주모집 160만 주의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배정물량은 기관투자자 112만 7,385주(70.46%), 일반청약자 40만 주(25%), 우리사주조합 7만 2,615주(4.54%)다.
큐로셀은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20.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밴드(29,800~33,500원) 하단 보다 약 33% 낮은 20,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562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이중 83%인 464곳이 희망밴드 하단 미만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단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 기관은 56곳에 불과했다. 의무보유 확약비율 또한 신청수량 기준 4.74%로 낮게 나타났다.
◆ 스톡옵션·CB, 상장 이후 주가 영향 미칠까?
큐로셀은 기술인력의 유치 및 육성을 위한 수단으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큐로셀의 미행사 스톡옵션은 95만 7,223주(상장예정주식수의 7.04%)로 이 가운데 최초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주식은 50만 9,750주, 최초 행사가능 시점이 지난 주식은 44만 7,473주다. 이에 따라 44만 7,473주는 상장일부터 일부물량의 행사가 가능하며 상장 당일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은 총 9만 6,434주다.
이에 더해 큐로셀은 연구개발 자금 및 인건비 조달을 위해 29만 5,719주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 있다. 즉, 미행사 스톡옵션 행사분 및 CB 전환가능 물량을 포함한 모든 희석가능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상장예정주식수는 현재의 1,359만 8,293주에서 1,485만 1,235주로 9.2%가량 늘어나게 된다. 이렇듯 추가 지분희석 가능성이 존재하는 바, 유통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함에 따라 경영 안정성에 대한 위험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큐로셀은 임원에게 부여된 미행사 스톡옵션 총 48만 4,784주에 대해 상장 후 3년간, 직원 및 외부전문가에게 부여된 미행사 주식매수선택권 총 47만 2,439주에 대해 상장 후 18개월간 의무보유를 설정함으로써 추가 물량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에 대응했다. 아울러 최대주주인 김건수 대표이사의 보유주식 154만 주(공모 후 지분율 11.32%)에 대해 상장 후 5년간, 특수관계인 및 우호주주의 보유주식 319만 7,966주(23.53%)에 대해 상장 후 3년간 자발적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큐로셀은 오는 3일 증거금 납입 및 환불 등의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이달 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총 공모금액은 320억 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723억 원이다.
큐로셀 사업 분석

큐로셀은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세포 치료제의 암 치료효과 개선을 목표로 2016년 설립됐다. CAR-T는 환자의 면역 T세포를 체외에서 유전자 조작해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원을 발현시킨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면역세포 치료제다. 식약처로부터 국내 최초 CAR-T 치료제의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한 큐로셀은 현재 CD19(B세포 특이적 항원 중 하나)을 비롯해 혈액암, 고형암, 공종유래 등 여러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큐로셀은 CD19를 타깃으로 하는 CAR-T 치료제 안발셀(Anbal-cel, 성분명: 안발캅타진 오토류셀)을 개발, 2021년 2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했다. 현재 안발셀의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임상 데이터 공개와 동시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승인이 완료되면 큐로셀은 국내 첫 CAR-T 치료제 타이틀을 얻게 된다.
큐로셀은 국내 최초 및 최대 상업용 CAR-T 치료제 GMP 시설도 갖추고 있다. 현재 시설은 완공됐으며, 허가를 위한 밸리데이션을 진행 중이다. CAR-T는 생산이나 보관, 유통 등에서 까다로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자체 GMP 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은 사업의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사는 자사 공장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여 CAR-T 치료제의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큐로셀의 상장 전 지분 투자 유치금은 971억 원으로, 올해 비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이다. 설립 이래 총 5회의 기관투자를 통해 1,064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특히 88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지난 3월에는 4,3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IMM인베스트먼트, 이앤벤처파트너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고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37,250원으로 책정됐다.
실적 및 자금 사용 계획

큐로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0년 3,600만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발생한 매출이 없다.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손실 규모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초기 단계의 바이오 기업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연구개발 투자에 따른 일시적인 지표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신약 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손실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신약이 출시되어 매출이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이익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제품의 성공 여부, 시장 점유율, 경쟁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제품 출시 이후에도 연구개발 비용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장기적인 경영 전략과 자금 조달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파이프라인 품목허가 후 제품 직접 판매 및 기술이전을 통해 취득하는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등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손실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만 2025년 하반기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바, 이를 통해 매출 발생과 함께 이익 증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큐로셀은 금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329.6억 원(상장주선인 의무인수금액 포함) 가운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315.8억 원을 연구개발과 시설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26년까지 △DLBCL·성인ALL·MM/T림포마·고형함 연구개발에 200.6억 원 △GMP 시설의 노무비 및 경비 등에 97.2억 원 △GMP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18억 원을 투입한다.
김건수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CAR-T 치료제는 말기 혈액암에서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증명해 향후 고형암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상황"이라며 "큐로셀은 대한민국 최초의 CAR-T 치료제 상업화를 시작으로 차별화된 차세대 CAR-T 기술과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앞세워 혁신적인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