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에서만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이 국내에서 연이어 발생하면서 럼피스킨병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동물백신 및 방역' 관련 기업들이 연관 테마로 묶이면서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성미생물의 주가는 29.96%(3,350원) 상승한 1만 4,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성미생물은 지난 50년간 동물용 의약품만을 생산해왔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부터 동물용 소독제의 정식 허가를 획득한 바 있는 이글벳과 동물용 백신 전문 기업인 중앙백신도 각각 상한가인 6,580원, 1만 3,640원까지 치솟았다.
이 외에도 우진비앤지(24.90%), 파루(16.31%), 진바이오텍(13.14%)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 LSD)
럼피스킨병은 소에게만 생기는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주로 모기와 같은 흡혈 곤충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이 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감염된 소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은 고열과 피부 결절(단단한 혹)이며, 이러한 전신성 피부질환 증상으로 인해 유량 감소, 비쩍 마름, 가죽 손상, 유산, 붙임 등의 심각한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폐사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국내에서 발생한 럼피스킨병의 매개체도 모기와 같은 해외에서 유입된 흡혈 곤충으로 파악됐다.
국내 럼피스킨병 확진 증가에 방역당국 긴장... '14곳'으로 확대
최근 태국, 중국, 몽골,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서 럼피스킨병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첫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방역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충청남도 서산시 소재 한우농장에서 피부병변이 있는 개체(4마리)가 발견·신고됨에 따라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럼피스킨병으로 판명됐다.
이후 주변 지역과 경기도에서 확진 사례가 추가로 보고됨에 따라 국내 럼피스킨병 발생지는 총 14곳으로 늘어났다. 현재까지 확진된 지역은 경기도 4곳(김포 2, 평택 2)과 충청남도 10곳(서산 6, 당진 2, 태안 1, 음성 1)이다.
전날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 김포시 한우농장(109마리) △충남 서산시 한우농장(21마리) △충남 당진시 한우농장(39마리) △충북 음성군 한우농장(9마리) 등이 이날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하루 새 4곳이 추가됐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총 14건으로 늘어났고, 약 638마리의 소가 살처분됐다"라며 "확진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정부, 위기경보 '심각'으로 격상하는 등 방역조치 강화

국내 확진 사례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고 방역 대책 강화에 나섰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은 사전에 비축해 둔 백신을 통해 최초 발생농장 반경 20㎞와 추가 발생 반경 10㎞ 범위의 한우농장에 대해 10월 말까지 백신접종을 마치고, 접종지역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11월 초까지는 170만 마리 분에 대한 백신을 추가로 구매해 위험도가 높은 경기‧충남권 지역의 모든 소(120만 마리)에 대한 백신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긴급 백신 구매예산은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20일 발령했던 전국 48시간 일시이동중지 조치는 종료하되, 위험지역인 충남‧경기‧인천에 대해서는 48시간(10. 22. 14시~10. 24. 14시)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농식품부와 행정안전부는 합동으로 서해안 5개 시·도(인천, 경기, 충남, 전북, 전남)에 대한 '소 농장 방역 정부합동점검'도 실시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중수본 본부장)은 "럼프스킨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소는 살처분으로 식품 시스템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으므로 국민께서는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겨울철에는 럼프스킨병 이외에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시기이므로 농가와 관계기관은 이를 대비한 철저한 방역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 100억 원 규모 특별교부세 지원 결정
행정안전부도 가축 전염병 방역 대책 강화의 일환으로 100억 원 규모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별교부세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시·군·구)에 교부하는 지방교육세의 한 형태로, 보통교부세와 달리 특정한 조건이 붙거나 사용 목적이 제한된다.
23일 행정안전부는 "럼피스킨병 발생으로 전국적인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현재 발생 지역인 충남과 경기를 비롯해 전국 시도에 총 100억 5천만 원의 특별교부세를 긴급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특별교부세는 지난 21일 럼피스킨병 초동방역에 만전을 기하라는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선제적 지원이 결정된 것이며, 오염원의 전국 확산 방지를 위한 거점 소독시설 운영과 소 농장 등 위험지역의 소독 강화 등 지자체의 방역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는 지자체의 방역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특별교부세로 선제적으로 지원하고, 전국적인 합동점검을 실시하는 등 럼피스킨병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우·우유 가격 상승 우려... 정부 '제한적 영향' 전망

럼피스킨병의 빠른 확산에 유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우 및 우유 공급에 차질이 생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이동제한 등으로 일시적으로 한우 가격이 상승할 수 있지만, 사육 마릿수 등을 고려할 때 수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는 약 356만 마리로, 평년 대비 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농식품부는 우유 가격에 대해서도 "원유의 가격결정 특성상 크게 변동될 가능성이 없다"라며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등심(1++등급, 100g)의 평균 가격은 1만 2,642원으로 전일 대비 0.2%(25원) 올랐으며, 안심 가격은 전일과 비슷한 수준인 1만 4,435원을 유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687원(-21.3%), 2,697원(-18.7%)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우유(흰우유, 1L) 평균 가격은 3,107원으로 전일 대비 10원(0.3%), 전년 대비 258원(8.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