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주얼 테크 솔루션 기업 포바이포(4by4)가 e스포츠팀 인수를 통해 게임 산업 내 다양한 소비자 접점을 확보, 본격적인 비즈니스 영역 확대에 나섰다.
27일 포바이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주식회사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자회사인 SBXG의 주식 2790주를 양수했다고 밝혔다. 포바이포가 이번 인수를 위해 투입한 대금은 총 78.6억 원으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구주 1950주에 15.6억 원, 신주 840주에 63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포바이포는 SBXG의 지분 60.5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SBXG의 소수 지분을 보유, 앞으로도 상호 전략적 협력관계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SBXG는 게임, 콘텐츠, 리테일 부문에 걸쳐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갖춘 e스포츠 기업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레인보우 식스 시즈>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소속돼 있는 e스포츠팀 '리브 샌드박스'를 비롯해 게임 전문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롤큐'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역 인근 300평 규모로 조성된 프리미엄 e스포츠 복합 문화 공간 '포탈(Portal)'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구단 패션 브랜드 'MONITOR GROUP'을 론칭해 의류 유통 사업에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포바이포는 이번 인수를 통해 리브 샌드박스 소속 선수 등 SBXG가 보유한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초실감 콘텐츠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리브 샌드박스의 연고지인 부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생 대상 e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을 콘텐츠화하고, 180여 명에 달하는 롤큐 소속 스트리머들의 방송 영상을 고도화하는 등 콘텐츠 관련 비즈니스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포바이포의 AI 기반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제작 기술을 게임 관련 영상 요소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개념의 게임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윤준호 포바이포 대표는 "게임이라는 영역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주얼 콘텐츠를 통한 몰입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바이포의 큰 전략 방향성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산업"이라며 "이번 SBXG 인수를 시작으로 대중의 콘텐츠 경험을 넓힐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Electronic Sports)
e스포츠는 컴퓨터·비디오 게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 스포츠로, 「이(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정의에 의하면 '게임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활동'을 말한다. e스포츠라는 명칭은 1990년대 이후 게임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프로게이머의 등장,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발달하며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e스포츠의 주요 종목은 RTS, FPS, AOS, 액션 게임, 레이싱 게임 등 경쟁·대전 요소를 갖춘 게임이다.
구조조정 단행했던 샌드박스네트워크, 수익 개선 가능할까

2015년 설립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며 마케팅·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MCN 기업이다. 설립 직후 10억 원의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16년 시리즈A(40억), 2018년 시리즈B(110억), 2019년 시리즈C(250억), 2020년 시리즈D(500억) 라운드를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설립 6년 만에 매출액 1천억 원을 돌파하는 등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반면, 속내는 그렇지 못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영업손실은 2020년 -72.7억 원에서 2021년 -121.3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마지막 투자 라운드였던 시리즈D 펀딩에서 5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음에도 2021년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자산 총액은 전년 대비 100억 원가량 줄어든 827.1억 원을 기록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자금난은 MCN의 취약한 수익구조가 배경이 됐다. MCN의 주요 수익원은 소속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사업자를 연결했을 때 발생하는 수수료로, 이들의 광고 수익 중 일정 부분을 배분 받는다. 인기 크리에이터일수록 광고 수익이 높기 때문에 MCN은 이들에게 유리한 수익배분 계약을 제시, 결국 MCN이 가져가는 비율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유명 크리에이터의 경우 소속사가 없더라도 자체 장비, 인력, 기획 능력 등을 갖추고 있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영입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2021년 영업비용을 살펴보면, '인터넷 방송인에 대한 광고 수익 분배'가 포함된 외주용역비가 약 788억 원으로 62.6%를 차지했다. 수익 중 상당 금액을 크리에이터에게 정산해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이유로 MCN이 보다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초기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만,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그렇지 못했다. 자사 크리에이터의 IP를 활용한 굿즈 사업,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의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주요 수익원이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상황이 어려워진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9월 경영성과 악화 등의 이유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사업·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당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을 내세우며 콘텐츠 글로벌 유통, 국내 미디어 판매 등 사업의 자체 운영을 중단하고 외부 제휴 혹은 파트너십을 통해 해당 사업들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 추진하기로 했던 e스포츠 대회 운영 대행 사업을 포기하고, 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을 외부에 매각하겠다고 덧붙인 바 있다.
올해까지 이어져 온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긴축경영은 SBXG의 새로운 인수자인 포바이포를 필두로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MCN 업계 관계자는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자체 IP를 활용해 오리지널 콘텐츠 및 게임 등을 제작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만큼 초실감화 콘텐츠 디자인 및 화질 고도화, 버추얼 휴먼 제작 부문에 전문성을 보유한 포바이포와의 협업 과정에서 높은 시너지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SBXG는 기존과 같이 정인모 대표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포바이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샌드박스네트워크가 모회사이던 당시에도 게임단의 운영 주체는 SBXG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포바이포와 게임단 간 관계는 기존 샌드박스네트워크와 게임단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