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글로벌 긴축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기업의 M&A(인수합병) 시장도 지난해 들어 주춤세를 보였다.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계열사를 정리하며 위기관리에 주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2022년 기업결합 심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결합 건수는 1027건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으며 결합 규모 역시 325조 5천억 원으로 6.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결합 건수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기업결합이 둔화되는 추세 속에서도 한국의 경우 2년 연속 기업결합이 1천 건을 돌파하는 등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이 비교적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글로벌 기업결합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과 캐나다는 전년 대비 43%, 유럽은 33% 하락하는 등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기업 비계열사 결합 17.7%↓… '위기관리 주력'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총 876건으로 전체 85.3%를 차지했지만, 규모는 58조 원으로 17.8%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신규 성장 동력 확보를 의미하는 비계열사 간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580건으로 17.7%, 규모는 44조 7천억 원으로 16.8% 급감했다.

반면 사업구조 재편 등을 위한 계열사 간 기업결합 건수는 296건으로 18.9%, 규모는 13조 1천억 원으로 21.3% 증가했다. 위드 코로나 및 금리인상 등의 환경 속에서 불확실성 및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업결합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는 263건으로 12.9%, 규모는 18조 6천억 원으로 44.1% 감소했다. 비계열사에 대한 기업결합 건수는 23.7% 줄어든 반면, 계열사 간 기업결합 건수는 7.7% 늘었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의 경우 계열회사가 많은 집단일수록 기업결합 건수도 많아 사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 간 결합을 포함한 전체 기업결합 건수는 SK(30건)가 2021년에 이어 가장 많았고 카카오·한화(19건), 현대자동차(10건), 롯데·다우키움·유진(9건), 반도홀딩스(8건), DL·네이버(7건)가 뒤를 이었다.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의 경우 미국(33건), 일본(32건), 중국(13건), 싱가포르·영국(11건) 순으로 높은 신고율을 기록했다. 2022년 전체 기업결합 중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총 151건으로 전체 건수의 14.7% 수준이었으나, 규모는 267조 5천억 원으로 전체 82.2%에 달했다.

특히 외국기업 간 기업결합 신고가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고('18년 95건→'22년 111건) 국내기업 간 기업결합에 대한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등 향후 경쟁당국 간 국제공조의 필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종 기업결합 '압도적' 전체 66.7% 차지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피취득회사의 영위업종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서비스업이 685건으로 전체 66.7%를 차지했으며 제조업이 342건(33.3%)으로 뒤를 이었다. 제조업 중 기계금속·식음료 분야는 2021년 대비 기업결합 건수 및 비중이 모두 증가했고 비금속광물·기타 분야는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전기전자·석유화학의약 분야의 건수는 감소했으나 전체 기업결합 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동산과 함께 소프트웨어·반도체 등의 IT 및 신산업 분야에 대한 기업결합 역시 활발한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글로벌 기업결합 동향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아울러 배달·택배 등과 연관된 플라스틱 및 종이 상자·용기 관련 기업결합과 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사업을 의미하는 무점포 소매업 관련 기업결합도 다수 나타났다.

공정위는 "경쟁당국 간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연간 1천여 건이 넘는 기업결합 신고를 신속하고 면밀하게 심사하기 위하여 국제기업결합과를 신설, 심사인력을 확충했다"라며 "단순 투자 목적 기업결합에 대한 간이심사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을 통해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는 간이신고 기업결합 대상을 확대하는 등 기업결합 신고·심사의 효율성을 제고했다"라고 전했다.

향후 공정위는 2023년 기업결합 신고면제 대상을 확대하고 자진 시정방안 제출을 통해 경쟁제한적 M&A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심사하는 등 기업의 자율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제도를 숙지하지 못해 신고기간을 도과하는 등의 신고의무 위반 사례가 감소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 업무설명회를 지속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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