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인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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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초여름, 스타트업 생태계의 심장 박동이 가장 크게 울리는 곳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코엑스 전관을 가득 메운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5' 현장을 찾았다. 첫인상은 '압도적'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산업은행과 무역협회 등 여러 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이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 스타트업 페어이자, 창업 생태계 관계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연례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규모 또한 역대급이었다. 수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했고, 그들이 보육하고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빼곡히 부스를 채웠다. 이틀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였다. 관심 있는 기업을 추리고, 듣고 싶은 포럼과 세미나 시간을 확인해 동선을 짜는 것만으로도 품이 많이 드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관(官) 주도의 장(場), 그러나 명확한 목표

사진 = 인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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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레 정부 산하 기관과 지자체의 로고가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은 각자의 세션을 통해 올 한 해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자신들이 발굴하고 지원하는 '될성부른 떡잎'들을 소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어떤 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관제 행사'의 느낌이 짙다고 평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넥스트라이즈는 한 해의 농사를 시장에 선보이고 평가받는 중요한 결실의 장이다. 자신들의 시간과 세금이 투입된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알리는 것은 이들의 당연한 책무이자 목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잘 선별된 기업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효율적인 소싱(sourcing)의 기회이기도 하다.

본질을 이해한 운영, 작은 차이가 만든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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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볼거리 속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부스 운영의 디테일이었다. 올해 주최 측은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부스를 도입했는데, 그 방식이 실로 감탄을 자아낸다.

각 부스 전면에는 마치 스타트업의 명함처럼 핵심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업체명, 핵심 사업 모델, 현재 투자 단계, 추천 기관(어떤 기관의 지원을 받는지), 참가 목적(투자 유치, 네트워킹, 홍보 등). 이것은 단순한 정보 나열을 넘어, 스타트업 전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운영 방식이다. 실제 이런 행사에 참여해 본 창업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투자 단계는 어디쯤인가요?" 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고충을 말이다.

참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부스 사이에서 어떤 기업과 대화를 나눠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이 '명함'은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참가한 스타트업과 참관객 모두의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자원을 아껴주려는 주최 측의 깊은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회의 장, 그러나 준비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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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라이즈는 분명 한 번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최신 기술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고, 잠재적 파트너와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왜 이 자리에 왔는지를 명확히 하면, 수많은 인파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어갈 수 있다.

올해 넥스트라이즈의 잘 설계된 부스는 바로 그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넥스트라이즈는 그 준비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