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규제자유특구 투자유치 데모데이'라는 행사에 참석했다. '규제자유특구'는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해 특정 지역에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재정 및 세제 지원을 집중적으로 제공해 기업들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업 모델을 시험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지방자치단체 주도 프로그램이다. 과거의 샌드박스 제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참여 기업들은 세제 혜택과 공간 지원 등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날 데모데이에서는 규제자유특구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어떤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수혜 기업 선정 과정에서 사업의 구체적인 성장 단계보다 지역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됐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 스타트업보다는 기존 사업 영역에서 규제 장벽에 부딪혔던 기업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기업들이 규제라는 족쇄를 풀고, 그간 억눌렸던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나 규제 완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법률에 기반한 국가적인 규제를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과거 핀테크 샌드박스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던 여러 스타트업들이 특례 기간 종료 후 규제의 벽에 다시 가로막히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로 인해 규제 완화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생생하다. 만약 이번 규제자유특구 역시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된다면, 참여 기업들은 또다시 불확실한 미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날 발표에 나선 기업들을 살표보면 설립된 지 7년 이상 된 기업의 비중이 유독 높았다. 이는 규제자유특구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육성보다는 기존 사업체의 규제 애로사항 해소와 성장 지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발표자료(IR)의 구성 또한 일반적인 스타트업 데모데이와 달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나 차별화된 핵심 기술의 경쟁력보다는 △현재 영업 현황 △기대 매출 △상장 계획 등에 초점이 주를 이뤘다.

시장 성장성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나 심층 분석 없이 단순히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식의 피칭은 투자자 설득에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상장을 추진할 정도의 기업임에도 전문 IR 담당자의 부재 역시 의아하게 느껴졌다. 규제자유특구라는 명확한 타이틀로 지원을 받는 기업이라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규제 환경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극복 전략은 필수가 아닐까.

아울러 이날 발표된 주요 사업 분야인 배양육, 방산 부품, 의료 데이터 등은 공통적으로 정부 및 법적 규제와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특징을 보였다. 이미 투자 시장에서 규제 이슈로 익히 알려진 기업도 있었고, 아직 시장 검증이 필요한 새로운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다만, 벤처캐피탈(VC)들이 해당 사업들의 규제 리스크를 감안하면서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선뜻 결정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제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의 성장 가능성, 정부 정책의 변화, 기업의 실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데모데이는 규제자유특구라는 실험적인 시도가 기업들에게 진정한 성장 발판을 제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한계로 작용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면밀한 관찰이 필요함을 다시 확번 확인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