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원생명과학이 미국 바이오 기업과 체결했던 플라스미드(Plasmid) DNA 공급계약이 계약상대방의 전임상 실패로 인해 조기 종료됐다.
9일 진원생명과학은 공시를 통해 올해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계약이 2025년 4월 9일 자로 마무리됐으며, 계약 금액도 당초 24억 1,957만 원에서 3억 2,393만 원으로 86.6%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계약금 비중도 6%에서 1% 미만으로 대폭 축소됐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8월 미국 바이오 기업과 177만 달러 규모의 플라스미드 DNA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계약은 2024년 9월 1일 시작해 2025년 12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계약 상대방의 전임상 실패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약 7개월 만에 중단됐다.
계약의 조기 종료 소식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시 발표일인 전날 회사의 주가는 전일 대비 2.5% 하락한 1,890원에 장을 마쳤으나, 다시 반등하며 10일 오후 12시 51분 기준 3.607% 오른 1,94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원생명과학, 지난해 '플라스미드 DNA CDMO' 수주 220억 원 달성

1976년 설립된 진원생명과학은 의류용 심지 제조사로 시작해 바이오의약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주요 사업은 플라스미드 DNA 위탁개발생산(CDMO), 의류용 심지, 컨설팅으로 구분된다.
이 중 플라스미드 DNA 사업은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지난해 기준 총 매출액의 60%(213.5억 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매출 전액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 현지법인 VGXI를 통해 임상·비임상 시험에 필요한 유전자 치료제 및 DNA 백신 원료인 플라스미드 DNA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또한 2018년 9월 미국 휴스턴 매소디스트 병원 연구소(HMRI)와 독점적 라이선스계약을 맺고임상등급의 mRNA 생산기술을 확보했으며, 생산공정 스케일업을 통해 mRNA 백신 및 mRNA 치료제의 CDMO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회사는 미국 CDMO·바이오 기업과 대규모 수주계약을 연이어 체결하고 있다. 지난해 체결한 수주계약만 1,560만 달러에 달하며, 수주잔고는 1,198만 달러(계약취소분 반영 시 1,047만 달러)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는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고객사들과 지속적으로 수주를 협의하고 있다"라며 "자회사 VGXI 신규공장의 고품질 플라스미드 DNA 공급 역량을 인정받고 있어 추가적인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약상대방은 계약 조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매출 감소와 적자로 재무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회사의 매출액은 2022년 487억 원, 2023년 402억 원, 2024년 357억 원으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으며,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는 400억 원을 넘어섰다. 적자 규모는 지난해 들어 소폭 축소됐으나, 지속된 적자로 인해 누적 결손금은 2,648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1,372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실패와 성공이 반복되는 만큼 진원생명과학의 향후 계약 수주 현황과 재무 개선 여부가 주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