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 속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가 그 좋은 예시다. 2025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아내와 별거 중인 주인공이 인공지능(AI) 운영체제와 대화하면서 이성적 호감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로, '그녀'는 AI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지칭한다.
실제로 2025년이 가까워짐에 따라 영화 '그녀'의 주인공처럼 AI와 소통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감성을 인지·해석하고 처리하는 '감성 컴퓨팅'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감정 교류가 가능한 AI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AI가 일상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산업구조,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 경험 등을 재구성하는 'AX'(AI 전환)를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기존 산업계를 발전시킨 DX(디지털 전환)가 5G와 클라우드 기반의 ICT 인프라를 통해 자동화에 가까워진 개념이라면, AX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온디바이스 AI'로 AX 사업 속도내는 국내 이동통신 3사
AX의 중심에는 '온디바이스 AI'(On Device AI)가 자리잡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에 AI가 탑재된 것으로, 데이터 처리와 분석을 기기 내부에서 수행함으로써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주요 기업들이 온디바이스 AI를 접목한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율주행차, 드론 등 다양한 기기에 AI를 탑재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온디바이스 AI 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T

SKT는 지난 2022년 5월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A.)을 시작으로 온디바이스 AI 사업을 본격화했다. 에이닷은 한국어 GPT(언어모델) 기반의 대화형 AI로, 이용자의 질문과 요청에 맞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에이닷과 전화 서비스를 결합한 ’에이닷 전화‘를 출시했다. 에이닷 전화는 △AI 요약 △AI 예측 △AI 피싱·스팸 차단 등의 기능이 탑재돼 있으며, 올해 9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 55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SKT는 지난달 에이닷의 PC 버전인 '멀티 LLM(대규모 언어 모델)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멀티 LLM 에이전트는 챗GPT, 클로드, 퍼플렉시티, SKT 자체 모델 A.X 등 총 7종의 글로벌 LLM을 통합한 것으로, 별도의 설치 없이 PC와 태블릿의 다양한 브라우저를 통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동일한 질문에 대한 결과물을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U+

LGU+(LG유플러스)는 지난 7일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한 '익시오'(ixi-O)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AX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익시오는 LG의 생성형 AI 모델 '엑사원'과 sLLM(엔지니어링 특화 소형 언어 모델) '익시젠'을 기반으로 개발된 AI 통화 에이전트다.
익시오는 서버나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동작하는 세계 최초의 온디바이스 AI 비서로,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통화 녹음 및 요약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아이폰 14 이상, iOS 17 이상 운영체제만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버전은 내년 1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KT

KT는 지난 5일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 '지니TV 셋톱박스 4'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세계 최초로 IPTV 셋톱박스에 8K(3,300만 화소) UHD 칩셋을 탑재한 것으로, 고객 맞춤형 AI 기능과 스마트홈 연동으로 AX 혁신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니TV 셋톱박스 4'의 주요 기능으로는 고객의 미디어 이용 패턴을 학습해 자주 사용하는 시간대에 TV를 켜주는 '자동 TV ON' 기능, 날씨·계절·시간대에 맞는 '배경화면 추천' 기능,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인물이나 장면만 신속하게 찾아볼 수 있는 'AI 골라보기' 기능, 긴급 재난 방송 시 AI 휴먼이 실시간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AI 수어' 기능 등이 있다.
KT는 또한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국내 AX 확산에 힘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형 클라우드·AI 모델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실제로 KT는 이달 초 글로벌 데이터·AI 전문 기업인 데이터브릭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KT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AI 플랫폼을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AX 법인 출범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X 법인은 컨설팅 전문가 100명 규모로 구성돼 대형 기업 중심의 AX 전환 기술 컨설팅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CTO)은 "KT가 고객들의 AX 확산을 위해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고객들도 보안이 강화된 안전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최신의 데이터, AI플랫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KT는 앞으로도 국내외 다양한 전문 솔루션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