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이 고금리 및 국제 금융환경의 불안으로 인해 최근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정부가 연이은 금융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수출기업들은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지난 6일 수출기업 57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무역업계 자금조달 및 정책금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실시된 '제1차 금융애로 실태조사'의 후속으로 진행된 본 조사는 전반적인 자금사정 및 정책금융 체감도에 대한 건의사항 수렴을 목표로 추진됐다. 응답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95%)이었으며 직급별로는 CEO(25%), 실무자(75%)가 주를 이뤘다.
수출기업 금융 애로 갈수록 쌓여… '원자재 가격, 금리 인상 주된 원인'

먼저, 자금 사정 현황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9.8%가 전년 대비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답변했다. 이는 1차 조사(45.7%) 대비 약 14% 증가한 수치로, 최근 들어 기업의 금융 환경이 보다 어려워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CEO의 '자금 사정 악화' 응답비율은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73.5%로 나타나,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이들이 느끼는 금융 애로가 실무자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금 사정 악화의 원인(복수응답 기준)으로는 금리 인상(55.3%), 원부자재 가격 상승(53.9%), 매출 부진(44.7%) 등을 꼽았다. 기업이 부담하는 이자비용 수준이 영업이익을 초과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5.3%로, 1차 조사(15.1%) 대비 10.2% 상승했다. 대내외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이자 부담조차 어려운 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관련 부처에서는 연이어 정책금융 확대를 발표했으나, 기업들의 체감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금융 체감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0.4%가 체감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지원조건의 높은 문턱, 정보 파악의 어려움, 복잡한 신청 절차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과다한 서류 요구, 기관별로 산재해 있는 정보 파악의 어려움 등 정책금융 전달 체계와 관련된 업계 애로사항이 높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이와 같은 행정업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수출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책금융의 종류로는 금리 부담 완화(49.6%), 대출·보증 한도 확대(34.8%), 만기상환 유예(26.9%) 등에 대한 언급 비율이 높았고, 대기업의 경우 무역보증·보험 등 해외 수출에 특화된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그 밖에도 △단기 대출 상품 확대 △대출 보증 중복 신청 가능 △정책금융 정보 제공 통합 포털 구축 △홍보 및 안내 강화 △서류 제출 절차 간소화 등의 건의사항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 파산 등으로 금융 시장의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연말 대비 올해 수출기업들의 금융 애로가 가중됨을 확인했다"라며 "대외 금융 환경이 시시각각 변함에 따라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응답기업을 대상으로 한 방문 인터뷰 및 심층조사 후 금융당국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중기부·산업부 수출기업 지원사업 살펴보기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디지털 경제 시대 수출 신시장 개척을 위한 '중소기업 수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올해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사업에 지난해 예산 2150억 원보다 6.6% 늘어난 총 2292억 원을 투입,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기부는 올해 플랫폼 기반 온라인 수출 확대를 목표로 온라인 수출 전 과정을 원스톱 패키지로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하고 국내 최초의 항공 수출 중소기업 전용 물류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간접수출기업 등 국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에 대해 수출바우처 지원한도를 2배로 확대하고, 정책자금 또한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급격한 환율 변동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환변동보험료, 수출보험료를 지원하고 17.8조 원 규모의 수출금융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벤처펀드 조성 및 교류행사 개최 △수출액 500만 달러 이상 수출기업 정책금융 집중 △중소기업 수출지원정책 참여 시 자부담 10% 완화 △다변화 성공기업 금리 인하 등 다양한 수출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올해 중기부는 지속적으로 수출 중소기업의 현장애로를 해소하고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별 중소기업 수출지원센터의 기업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한다. 접수된 건의사항은 범부처 합동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 및 민·관·연 합동 '중소기업 수출 활성화 TF'와 공동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 [관련기사] 중기부,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총력… '중소기업 1038개사 해외 진출 지원 나서'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방안도 제시됐다.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민·관 합동 IRA 배터리 산업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본 전략에는 우리 배터리 및 소재 기업의 북미 시설 투자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향후 5년간 7조 원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배터리 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해 대출한도 확대, 금리·보험료 인하 등의 금융 우대 혜택도 함께 제공한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대출한도를 최대 10% 포인트 확대하고, 대출금리를 최대 1.0% 포인트 감면한다. 무역보험공사는 보험료를 최대 20% 할인하는 동시에 보증한도 역시 총 사업비 기준 최대 20% 포인트 더 확대한다.
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IRA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힘을 모아 주요 과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정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최고의 성과들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미국 IRA 세부안 발표… 한국 '탈중국'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