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든 이후 항공권 판매량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 여객수는 461만여 명으로 2019년 1월 대비 58% 증가했으며, 최근 하루 평균 공항 이용객은 14만 명대로 늘어났다.
이에 여행업계 전반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해외여행 수요 급증에 따라 국내 여행 수요 및 숙박 플랫폼 이용자 수가 감소하면서 저마다 차별화·고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대형 플랫폼들의 'OTA' 시장 경쟁

국내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종합여행업 등록을 마치고 여가·여행 경쟁전에 뛰어든 데 이어 쿠팡도 온라인여행플랫폼(OTA)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항공권·호텔·현지투어·패키지 등의 상품을 판매하며 국내 1위 포털뿐 아니라 OTA로서의 성적도 2위(이용경험률)를 기록했다. 이 기세를 몰아 오는 상반기에는 '기업 출장여행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네이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커머스CIC(사내독립기업)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호텔 예약 상품권을 선보이며 OTA 시장에 등장했다. 해당 상품권은 선물 받는 사람이 직접 원하는 일정을 선택해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서울·경기·인천을 비롯해 경상도·강원도·전라도·제주도 등 주요 관광도시 45곳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호텔 숙박권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야놀자, 여기어때 등 기존 OTA 업체들도 아직 선보인 적이 없는 서비스로, 카카오는 향후 숙박권뿐 아니라 다양한 호텔 패키지 상품도 내놓을 전망이다.
쿠팡은 지난 8일 여행 관련 카테고리 재정비 및 쿠키트래블(쿠팡 키즈 트래블)을 개편했다. 쿠키트래블은 키즈, 펫 등 가족 동반 패키지여행을 중심으로 구성된 카테고리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쿠팡이츠와 프로모션을 진행, 8월에는 하나투어와 손잡고 해외여행 프로모션 '쿠팡트래블 360'으로 해외여행 수요 확보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쿠팡트래블을 통해 7개국, 40개 도시를 여행한 여행 인플루언서의 스토리를 공개하며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쿠팡트래블은 현재 호텔, 리조트, 티켓, 펜션 등 전 세계 130만 개 이상의 숙박 및 패키지, 티켓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OTA 업계 1위 야놀자, 슈퍼앱 전략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도약 예고

업계 1위 여행·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네이버·카카오·쿠팡 등의 위협에도 슈퍼앱 전략을 통해 1위 자리를 견고히 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공격적인 M&A를 통해 데일리호텔·인터파크·트리플 3개 기업을 인수했으며, 야놀자를 포함한 4개 플랫폼의 작년 거래액은 전년 대비 135% 상승해 4조 원을 돌파했다.
다만, 야놀자가 슈퍼앱 전략으로 몸집을 키운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엔데믹 상황에 따라 약간의 전략 선회는 있을 예정이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여가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3월 31일에는 모바일 교환권 판매 서비스가 종료될 방침이다.
한편, 야놀자는 지난 23일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의 글로벌 유니콘 센터 회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유니콘 센터는 UAE 정부가 올해 안에 두바이 지역 내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 30개를 배출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다. 이로써 야놀자의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된 셈이다.
여행의 본질에 집중, 혁신을 시도하는 플랫폼들

치열한 항공과 숙박 경쟁 속에서 최저가를 내세우고, 몸집을 불려 거래액을 키우는 전략은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본질에 집중하며 혁신을 시도하는 플랫폼들이 있다.
스테이폴리오(2015년 설립)는 파인스테이 큐레이션을 콘셉트로 레스토랑의 파인 다이닝처럼 고급스러운 숙소와 최상의 여행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스테이폴리오가 여행 장소를 큐레이션하는 기준은 독창성, 디자인, 환대, 가격이며 해당 요소들이 갖춰져야 입점이 가능하다. 이는 건축가 출신인 이상묵 대표의 철학에 의한 것으로 스테이폴리오만의 개성과 차별화를 만들어냈다. 때문에 스테이폴리오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2021년 시리즈A로 50억 원을 유치하고 지난해 12월에 같은 라운드로 50억 원을 추가 조달했다.
트래블메이커스(2019년 설립)는 한 달 살기 콘셉트의 '호텔에삶'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평일과 주말의 수요가 불규칙적인 숙박업 특성에서 탈피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결과 월평균 트래픽 증가율 16.9%를 기록, 2021년 영업흑자를 내고 지난해 5월 프리시리즈A 투자로 마젤란기술투자와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10억 원을 유치했다.
트립비토즈(2017년 설립)는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여행으로 본다'라는 개념을 콘셉트로 잡고 있다. 타 플랫폼들이 사진과 텍스트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간단한 영상을 통해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콘텐츠 제작에 직접 참여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리워드(보상) 체계를 마련해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시류에 발맞춘 다양한 시도 눈길

트래블 테크 기업 '마이리얼트립'의 시류에 발맞춘 다양한 시도도 눈에 띈다. 2012년 현지 가이드 투어 전문 온라인 업체로 출발한 마이리얼트립은 당시 매출의 99%가 해외여행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해외 매출 급감세를 보였다. 그에 맞춰 마이리얼트립은 빠르게 국내 여행으로 눈길을 돌렸고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약 80%를 제주여행에서 달성하기도 했다.
이어 ▲키즈 여행 플랫폼 동키 운영사 '아이와트립' 인수 ▲제주도 워케이션(일+휴가)을 위한 공유 숙박·오피스 플랫폼 '오피스제주' 전략적 투자 ▲K-콘텐츠 관련 여행지 정보 제공 및 예약 서비스 운영사 '스타트립' 인수 등 시류에 발 맞춰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활용한 'AI 여행 플래너 서비스'를 선보이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해당 서비스는 국내 여행업계 최초로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일정을 계획하고 맛집·명소·날씨·팁·여행지 추천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계획한 일정은 마이리얼트립 상품 페이지로 연동돼 손쉬운 탐색과 구매가 가능하다.
마이리얼트립 측에 따르면 'AI 여행 플래너 서비스'는 프로젝트가 발의된 지 이틀 만에 실제 서비스 구현이 완료됐다. 지속적으로 품질 개선과 사용성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온 마이리얼트립의 이번 서비스도 주목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