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기업 이엔셀(ENCell)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IPO(기업공개) 절차에 착수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으로, 회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마치고 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총 상장예정주식수는 933만 8,404주이며 이 가운데 공모주식수는 156만 6,800주다.
이엔셀의 이번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은 지난해 7월 심사를 청구한지 약 9개월여만에 이뤄졌다. 규정대로라면 45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난해 논란이 된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기업에 대한 심사 절차가 다소 까다로워진 탓이다. 이에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경우 심사 기간만 6개월을 훌쩍 넘기거나, 심사 도중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도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다.
2018년 설립된 이엔셀은 글로벌 수준의 GMP(우수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 시설 운영 시스템과 품질 및 제조 관리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CDMO는 고객사가 요청한 위탁생산(CMO)에 개발(Develop)의 개념을 더한 것으로 △생산공정 최적화 △품질시험 최적화 △CMC(Chemistry Manufacturing Control) 등 신약 개발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엔셀 주요 고객사는 GMP 시설이 없는 제약사, 바이오벤처, 국공립 연구소 및 대학 등이며 현재까지 17개사와 33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생산, 인허가 과정을 겪으며 쌓아온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사가 보다 빠르게 임상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신 규제나 환경 변화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는 CDMO 이외에도 난치, 불치 질환을 대상으로 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및 표적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탯줄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MSC) 기반의 근육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EN001'은 샤르코-마리-투스병(CMT), 뒤센 근위축증(DMD)을 적응증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기술특례 트랙을 밟고 있는 만큼 재무건전성은 낮은 편이다. 최근 3년간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으나, 흑자전환은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엔셀의 지난해 매출액은 105억 원으로 전년(74억 원) 대비 1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액은 118억 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규모가 24억 원가량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4억 원으로 전년에 이어 순유출을 유지했는데, 이는 파생상품평가이익 조정에 의한 것으로 전기('22년)와 당기('23년)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상 큰 차이는 없다. 지난해 회사는 전환상환우선주 내재 파생상품 평가이익 78억 원을 당기순이익에 포함했으나, 이는 평가상의 이익으로 현금 유출과는 무관하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43억 원으로, 전년 147억 원의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2022년 700억 원 규모의 단기금융상품을 새롭게 취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전기말 단행한 유상증자(242억 원)의 영향으로 2022년 216억 원의 순유입에서 2023년 9억 원의 순유출로 전환됐다.
이엔셀은 설립 기간이 짧고 전략 사업도 초기에 해당하는 만큼 턴어라운드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바이오벤처임에도 지속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21년 노바티스의 CAR-T 기반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가 국내에 도입될 당시 원료세포처리 및 공급을 맡는 등 CMO 관련 수주 실적이 뒷받침된 결과다. 또한 일각에서는 EN001이 이번 임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경우 기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장종욱 이엔셀 대표는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산업은 제조 방법이 다양해 표준화가 어렵고 관련 규제를 마련 중인 만큼 국가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신성장 산업"이라며 "국내 CDMO 서비스 사업자 중 최다 수행 실적을 보유한 이엔셀은 이번 코스닥 상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향해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