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생성형 AI 열풍이 온디바이스 AI로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클라우드 기반 AI 대신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는 하이브리드 AI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글로벌 IT·전자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휴대용 전자기기에 AI를 탑재한 온디바이스 AI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으며, 올해 고성능 AI 칩을 탑재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선보였다. 또한 올해 총 1억 대의 '생성형 AI 스마트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말 개인용 컴퓨터 맥북에 최적화된 'M3 칩'을 출시, 현재 아이폰용 AI 모델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국내 정부도 온디바이스 AI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대전환 선도를 위한 온디바이스 AI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고, 국내 기업이 해당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시마이즈마켓리서치(MMR)에 따르면 전 세계 온디바이스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74억 6천만 달러로 평가됐으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0.1%로 성장해 2030년에는 약 629억 3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온디바이스(On-Device) AI

온디바이스 AI는 엣지 AI라고도 불리며, 스마트기기 내부에 AI 칩이 내장돼 있어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등 기기 자체에 AI가 결부돼 있어 작업 처리 속도가 빠르며, 실제 사용자 환경을 직접 경험해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별도의 네트워크 없이도 실시간 번역 등 다양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의 기존 AI 기술보다 보안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 AI 기술은 스마트기기에서 수집한 정보를 중앙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해 분석한 후, 다시 기기로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져 보안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돼왔다.

현재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온디바이스 AI로는 구글의 제미나이 나노, 퀄컴의 스냅드래곤 8 3세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400 등이 있다.

삼성·애플, 이번엔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붙나

AI의 중심이 '클라우드 기반 AI'에서 '온디바이스 AI'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 AI의 일상화,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수요 증가 등으로 시장 성장이 기대되면서 새로운 기술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출처 = 삼성전자

국내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9년부터 일찌감치 온디바이스 AI 기술에 주목하면서 스마트폰, 로봇청소기, 세탁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적용해 왔다. 당시 삼성은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통역 기술과 시스템 반도체를 탑재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9'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삼성은 올해 AI를 탑재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AI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 3세대'와 삼성의 '엑시노스 2400' 등 온디바이스 AI 용 칩이 최초로 탑재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1월 개최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24' 행사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된 갤럭시 AI는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 기반의 AI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AI를 표방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는 2024년에 약 1억 대의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를 제공해 모바일 AI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모바일을 넘어 TV, 가전, 자동차 그리고 다양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의 AI 에코 시스템을 확대해 나가면서 AI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애플
출처 = 애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양각을 다투고 있는 애플도 휴대용 장치에 최적화된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애플은 대외적으로 AI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내부적으로는 AI 회사를 인수해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 및 AI 칩을 개발하하는 등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준비해 온 것이다. 

지난해 10월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 맥북에 최적화된 'M3 칩' 3종(M3, M3 Pro, M3 Max)을 출시했다. M3 칩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AI 칩으로, 기존 M1 칩 대비 렌더링 속도가 최대 2.5배,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및 효율 코어가 각각 30%, 50%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머신러닝, 이미지·모션 인식 등 추론 연산에 특화된 뉴럴엔진(NE)의 처리 속도도 무려 60% 개선됐다.

애플의 하드웨어 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인 조니 스루지는 "M3 칩 제품군은 개인용 컴퓨터를 위해 제작된 칩 중 가장 진보한 제품"이라며 "3나노미터 공정 기술, 차세대 GPU 아키텍처, 향상된 성능의 CPU, 향상된 속도의 뉴럴엔진 처리 속도, 대폭 확장된 통합 메모리 지원을 갖췄다"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애플은 모바일용 AI 모델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지난해 말 애플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애플이 메모리가 제한된 장치에서 대형언어모델(LLM)의 효과적인 추론을 위한 길을 닦는 방법을 개발했다"라며 "이는 컴퓨팅 성능이 낮은 휴대용 장치에서도 강력한 AI 모델 실행 방법을 발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애플이 맥북과 올해 10월 국내 출시를 앞둔 아이폰16 시리즈에 AI 칩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대' 개화... 2027년에는 출하량 5억 대, 점유율 40% 전망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생성형 AI 기반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27년엔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5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생성형 AI 스마트폰 출하량 및 인사이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대가 개화할 것"이라며 "2023년 약 4%에 불과했던 생성형 AI 스마트폰 점유율은 2024년 두 배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생성형 AI 스마트폰 점유율 및 예측 (2023-2027년)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글로벌 생성형 AI 스마트폰 점유율 및 예측 (2023-2027년)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어 2026년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AI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변곡점을 맞이하고, 2027년에는 생성형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5억 2,200만 대로 대폭 증가하면서 그 점유율이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 간 누적 출하량은 10억 대 이상, 연평균 성장률은 8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을 주도할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퀄컴을 지목했다.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생성형 AI 스마트폰 칩셋 시장에서는 퀄컴이 각각 50%, 80%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부사장이자 리서치 디렉터 피터 리처드슨은 "지난 몇 년 동안 AI는 스마트폰의 한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기존의 AI뿐만 아니라 생성형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최적화된 스마트폰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보다 개인화된 콘텐츠 제작, 고유한 개성과 대화 스타일을 갖춘 스마트한 디지털 비서, 콘텐츠 추천 등의 사용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더 이상 기기에 맞출 필요가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생성형 AI가 그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권가, 온디바이스 AI 시장 확대로 반도체·기판·농기계 산업 수혜 전망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확대로 관련 산업에 대한 수혜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온디바이스 AI가 반도체, 기판, 농기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온디바이스 AI의 성장으로 반도체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온디바이스 AI를 위해서는 스마트폰,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개인기기에 기존 대비 향상된 성능의 마이크로프로세서(NPU)가 탑재되어야 한다"라며 "이는 NPU 기술 고도화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의 수동부품 탑재량 증가를 촉발해 초소형·고용량 MLCC에 대한 수요 가속화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은 온디바이스 AI가 기판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형우 SK 증권 연구원은 "일부에서는 온디바이스 AI가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이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적과 수급개선 효과는 기판에서 더 클 수 있다"라며 "온디바이스 AI 기술의 핵심인 스마트폰중앙처리장치(AP)와 NPU의 고사양화는 결국 FCCSP, SiP, MCP 기판의 증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FCCSP, SiP, MCP 기판의 매출비중이 높은 심텍과 대덕전자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유안타증권은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농기계 산업에 주목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농기계 1위 업체 존디어가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탑재한 완전자율주행 트랙터 로봇을 출시하면서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했다"라며 "농기계 산업이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손 연구원은 "대동, TYM 등 국내 농기계 업체들도 자율주행 3단계 기술을 완료하고 완전자율주행 트랙터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며 "1차산업이 아닌 로봇 AI 산업으로 확장해가는 국내 농기계 업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슈 +] 정부, '온디바이스 AI 활성화 전략' 추진... 한·미 AI 연구 거점 만든다

국내 정부도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AI 기반 경제·산업을 대도약하기 위한 AI·디지털 정책 청사진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세계시장 선도에 나섰다.

지난 13일 과기정통부는 AI 및 디지털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설계한 '대한민국 디지털 2.0'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 전략은 △AI 기반 산업 혁신 △AI 융합 신산업 발굴 △국민 생활 속 AI 확산 △AI 혁신 기반 조성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AI 융합 신산업 발굴을 위해 '온디바이스 AI 활성화 전략(가칭)'을 마련하고 국산 AI 반도체 기반의 온디바이스 AI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AI와 신기술 융합에 올해에만 397.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외 연구진들과 공동으로 생성형 AI의 한계점(거짓 답변, 편향)을 돌파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하반기 구축을 목표로 국내(AI 연구 거점센터)와 미국(글로벌 AI 프론티어랩)에 각각 연구거점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올해는 직접 발로 뛰는 '행동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AI·디지털로의 대전환을 철저히 준비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이자 디지털 모범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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