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칩 전문기업 아이씨티케이(ICTK)가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하면서 IPO 초읽기에 나섰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으로, 이달 중 증권신고서 제출을 마치고 본격적인 코스닥 입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CTK는 이번 IPO를 통해 상장예정주식(1,313만 3,596주)의 약 15%인 197만 주를 공모한다. 내달 중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실시, 늦어도 5월 중 코스닥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ICTK의 이번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은 지난해 10월 심사를 청구한지 약 4개월여만에 이뤄졌다. 최근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경우 심사 기간만 6개월을 훌쩍 넘기거나, 심사 도중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도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ICTK가 거래소 승인까지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점적인 기술력이 꼽힌다. 2017년 설립된 ICTK는 반도체 보안 시스템 설계 전문기업으로, 자체 기술을 활용해 PUF(Physically Unclonable Function, 물리적 복제방지 기술)를 기반으로 한 보안칩 양산에 성공했다.
특히 PUF를 제품화할 수 있는 곳은 현재 국내에서 ICTK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인피니온, NXP 등이 경쟁사로 꼽히지만 이들 역시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ICTK는 해당 기술과 관련해 127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7개는 특허 취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회사는 LG유플러스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지난 2018년 LG유플러스의 무선공유기를 시작으로 CCTV, VPN을 포함한 차세대 양자보안 제품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여러 장비의 공동 개발 및 생산에 성공하면서 보다 공고한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이외에도 세계 최대 보안 IP 기업인 램버스, 미국 시애틀 소재의 글로벌 IT 회사 등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국내외 반도체 보안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ICTK의 실적을 살펴보면,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0억 원으로 이미 2022년 온기 매출(26억 원)을 상회한 상태다. 매출 비중은 보안칩이 56%로 가장 높고 개발용역 40%, 보안모듈 및 디바이스가 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8억 원으로 전년 동기(-25억 원) 대비 줄어든 반면, 당기순손실은 두 배가량 증가한 9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억 원으로, 당기순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음의 현금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재무상황은 점차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글로벌 메이저급 고객사와도 계약된 물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 물량의 경우 강한 비밀유지계약(NDA)이 체결돼 있어 증권신고서에도 익명의 기업으로 표기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승인 과정에서도 이 계약 물량이 ICTK의 미래 실적을 어느 정도 담보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활동 및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각각 -11억 원, -2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됐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새롭게 취득한 35억 원 규모의 단기금융상품과 특허권 및 개발비 등 무형자산에 9억 원, 비품 및 시설장치 등 유형자산에 3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의 순유출 전환은 2022년 7월 발행한 5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발행주식수 42만 1,408주/전환가격 11,865원)가 주된 원인이며, 이외에도 환율 변동으로 인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면서 22억 원가량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현재 증권가의 관심은 ICTK의 기업가치에 쏠려있다. 희망밴드와 공모 자금 규모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 투자유치 이력 등을 고려했을 때 약 1,000억 원대 중후반 수준을 목표로 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ICTK는 2022년 이뤄진 투자 라운드에서 1,3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CTK 관계자는 "해외의 대형 고객사와 체결한 계약 물량이 있는 데다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5월 중 코스닥 상장을 완료한 뒤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