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VC) HB인베스트먼트의 공모청약이 금일 종료됐다. 앞선 기관 수요예측에서 희망밴드 최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만큼 일반 공모청약 또한 흥행을 이어간 모습이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HB인베스트먼트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892.56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34만 4,303건의 청약이 접수됐으며, 약 2조 5,290억 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금번 상장공모는 신주모집 666만 7,000주의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배정물량은 기관투자자 500만 250주(75%), 일반청약자 166만 6,750주(25%)다.
HB인베스트먼트는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838.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희망밴드(2,400~2,800원) 상단을 웃도는 3,4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당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1,955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약 99%에 해당하는 기관이 희망밴드 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했다. 특히 3,400원 초과 3,600원 미만의 가격을 제시한 기관의 비중이 61.53%로 가장 높았다.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신청수량 기준 7.7%로, 3개월 확약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의 상장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지만, HB인베스트먼트가 몸값을 낮춰 시장 친화적인 공모구조를 마련하면서 기관들이 부담 없이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다만,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규모는 걸림돌이다. HB인베스트먼트의 상장 당일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2,686만 7,010주) 가운데 약 32.14%에 해당하는 908만 4,000주다. 이에 회사는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 1,510만 주(공모 후 지분율 56.2%)에 대해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기타 기존주주들의 보유 주식 248만 3,000주(9.25%)에 대해 1~6개월의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하는 등 오버행 이슈에 대응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오는 19일 증거금 납입 및 환불 등의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이달 2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총 공모금액은 227억 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913억 원이다.
HB인베스트먼트 사업 분석

1999년 설립된 HB인베스트먼트는 벤처투자 업계에서 20년 이상의 투자 경험을 보유한 황유선 대표를 포함해 평균 경력 15년의 베테랑 투자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재무적 안정성, 기술적 비교우위 등 명확한 투자 원칙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투자 기업을 발굴하는 HB인베스트먼트는 미래 고성장 산업군에 속하는 소프트웨어, 하이테크,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고른 투자로 리스크를 분산해 매년 안정적인 회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사업구조는 정책자금, 금융기관, 전문투자기관, 일반 법인 및 기타 재무적투자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투자조합 및 사모펀드(PEF)를 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초기 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형태다. 이후 피투자기업의 관리와 기업가치 증대를 통해 투자 자금의 회수 및 출자자에 대한 분배라는 일련의 과정이 이어진다.
현재 HB인베스트먼트는 18개 펀드를 통해 약 6,197억 원 상당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투자 레퍼런스로는 크몽, HPSP, 밀리의서재, 바이오플러스, 자비스앤빌런즈, 하이퍼코퍼레이션 등이 있으며 2023년 상반기에만 약 973억 원을 회수하면서 국내 벤처캐피탈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코어라인소프트, 밀리의서재, 블루엠텍 등 5개사로부터 멀티플 3~4배, 600~700억 원 규모의 투자 회수가 예정돼 있다. 이 밖에도 상장 예정인 케이웨더를 비롯해 상장 심사 중인 3개 기업과 4월 이후 상장 청구 예정인 기업을 포함하면 올해 약 13개가량의 포트폴리오가 회수될 예정이다. 2025년 청산 완료되는 투자조합 또한 기준 수익률 이상의 실적으로 성과보수 수령이 확정돼 있는 상태다.
황유선 대표는 "당사의 지난 6년간 회수 총액은 4,800억 원으로 포트폴리오의 65% 이상을 상장을 통해 회수하고 있다"라며 "대부분 섹터 지수가 하락세였던 2022년에도 HB인베스트먼트는 원금 기준 2.1배를 회수하는 등 매년 안정적인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벤처캐피탈 사업은 현재의 재무안정성 및 영업성과에 기반한 보수적 투자 방식이 아닌 대상 기업의 미래 성장 잠재력에 근거해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만큼, 차익실현을 통해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적 및 자금 사용 계획

HB인베스트먼트의 영업수익은 크게 펀드 운용을 통한 수수료수익(관리·성과보수), 관계기업 투자 관련 이익(지분법이익), 이자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투자조합 운용 규모 증가에 비례한 관리보수의 증가, 출자조합으로부터 발생하는 지분법이익의 발생, 조합 청산에 따른 출자금 회수 등에 기인해 재무 실적의 성장세를 시현하는 방식이다.
2022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9.4% 증가한 159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3억 원, 75억 원으로 각각 19.6%, 22.9% 늘었다. 2023년 3분기 또한 이미 2022년 온기 실적을 뛰어넘으며 성장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2023년 3분기 지분법이익은 45억 원 수준으로 2021년 55억 원, 2022년 82억 원과 비교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IPO 및 회수시장 관련 투자자 심리의 급격한 악화,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재무건전성 및 실적이 악화된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면서 피투자회사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에 일부 기인한다"라고 설명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금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234억 원(상장주선인 의무인수금액 포함) 가운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 225억 원을 운용 중인 벤처펀드의 운용사출자금(GP커밋)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에이치비 디지털 혁신성장 2호 투자조합'에 17억 원(결성금액 370억 원), '에이치비딥테크 상생투자조합'에 28억 원(결성금액 350억 원)을 각각 출자한다. 나머지 자금은 향후 결성 예정인 신규 펀드 3개(결성예정금액 1,500억 원)에 나눠 출자할 예정이다.
황유선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를 통해 "HB인베스트먼트는 벤처투자의 정석과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라며 "상장 이후에도 꾸준히 안정성과 수익성, 성장성을 제고해 국내를 대표하는 탑티어 벤처캐피탈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