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R(확장현실) 솔루션 전문기업 이노시뮬레이션이 수요예측에 이어 공모청약까지 흥행에 성공했다. 설립 초창기부터 현대자동차그룹과 시뮬레이션 부문 협력사로 활동해온 것이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치러진 이노시뮬레이션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는 총 16만 8787건의 주문이 접수됐으며 이에 따른 경쟁률은 2113.78대 1, 증거금은 3조 56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수요예측과 공모청약 모두 올해 IPO 기업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장공모는 신주모집 90만 주의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중 73.35%(66만 177주)는 기관투자자, 25%(22만 5000주)는 일반투자자, 나머지 1.65%(1만 4823주)는 우선배정자인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배정됐다.
이노시뮬레이션은 앞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869.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희망밴드(13,000~15,000원) 최상단인 15,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 1931개 가운데 98.5%인 1903개 기관이 밴드 상단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단 미만의 금액을 제시한 기관은 단 한곳도 없었다. 다만,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정하는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5.98%에 그쳐 이노시뮬레이션을 단기적 투자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높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노시뮬레이션의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781만 9826주)의 44.24%인 345만 9866주다. 일반적으로 상장 직후 유통물량이 40%를 넘어가면 물량 부담에 따른 오버행 이슈가 있는 만큼, 이노시뮬레이션은 최대주주인 조준희 대표이사의 보유 주식 203만 580주(공모 후 지분율 25.97%)에 대한 의무보유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다만, 투자기간 2년 미만의 벤처금융 및 전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206만 6828주(26.44%)는 상장 후 1개월 시점에서 의무보유 종료로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
이노시뮬레이션은 청약증거금 환불 및 남은 절차를 마무리한 뒤 내달 6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최종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173억 원이다.
이노시뮬레이션 주요 사업 분야

2000년 5월 설립된 이노시뮬레이션은 XR 솔루션 기업으로,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 시뮬레이터 및 XR 가상훈련, XR 디바이스, XR 실감 콘텐츠를 주력 사업으로 한다. 지난해 기준 사업별 매출 비중은 스마트 모빌리티가 54.9%(92.7억 원)로 가장 높았고 XR 가상훈련이 33.1%(55.9억 원), XR 실감 콘텐츠가 7.4%(12.4억 원), XR 디바이스가 4.6%(7.8억 원)를 차지했다.
회사는 시뮬레이터를 구성하는 솔루션과 구성품에 대한 자체 설계·제작 능력을 기반으로 자동차, 철도, 중장비, 제조·건설회사 등 국내외 기업체와 국공립연구소,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공공기관을 포함한 300여 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설립 초기 국내 최초로 자동차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현대자동차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세계 80여 개국 수출처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이노시뮬레이션이 추진 중인 신규사업은 시뮬레이터 제품을 비대면 원격으로 교육할 수 있는 '비대면 중장비 원격 스마트 트레이닝'이다. 교육훈련에 필요한 디바이스나 컴퓨터 시스템 등을 모듈화해 임대함으로써 원격지에서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2024년 7월 출시를 목표로 시제품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용자의 월단위 또는 연단위 구독 서비스 과금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연도별 목표 수주 금액은 2024년 19.5억 원, 2025년 72.5억 원, 2026년 190억 원 수준이다.
이노시뮬레이션 조준희 대표는 "XR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의 확대로 글로벌 ICT 산업 성장의 키워드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분야로 자리 잡았다"라며 "당사의 주력 제품과 관련된 시뮬레이터 기반 XR 시장은 기술의 진화 및 5G 네트워크의 상용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ICT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뮬레이터
실제 수행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상환경 또는 가상환경 시스템을 지칭한다. 새로운 기술 개발 과정에서의 고난도 실험, 특수 직종의 전문가 훈련, 모의전투 등은 실제 수행 시 사고 위험성이 높고 과도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시뮬레이터를 통해 모의실험을 실시함으로써 다양한 사업 분야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말한다. 주로 실제 제품을 제작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산업 효율성 및 경제성을 개선하고 의사결정을 강화하는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적 및 자금 사용 계획

높은 사업성에 반해 재무건전성은 낮은 편이다. 설립 직후부터 매출을 발생시키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으나, 흑자전환은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노시뮬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16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14억 원, 당기순손실은 16.3억 원 확대되면서 각각 18억 원, 48.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노시뮬레이션 측은 "XR 기반 시뮬레이터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경상 연구개발 비용 지출 외에 선행기술을 확보할 목적으로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 프로젝트('21.9.~'23.12.)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자 규모가 심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 비용을 선제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는 것인데, 회사가 제시한 2025년 예상 실적은 매출 671억 원, 당기순이익 115억 원이다. 연평균 48%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영업이익률 2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노시뮬레이션은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139.1억 원(의무인수금액 포함) 가운데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132.2억 원을 연구개발 및 운영자금,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먼저, 인건비 및 기자재·재료비에 46억 원을 투입한다. 이노시뮬레이션이 속한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수 인력 확보 및 관리가 중요한 바, 인건비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이에 이노시뮬레이션은 연구소 내 개발 인원을 지속 충원할 계획이며 제품의 연구 및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익을 실현할 방침이다.
마케팅 비용에는 4억 원, 기타 운영자금에는 3.8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회사는 각 사업분야의 대표 해외 전시회 참가를 통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외 광고매체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타 운영자금은 임직원 근무환경 개선 및 복지, 원재료 취득, 마케팅 인력 충원 등에 사용된다.
그 외 자금 20억 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인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이노시뮬레이션의 단기차입금 잔액은 총 29억 원이며 이중 20억 원은 내달 31일 만기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