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다올금융그룹의 벤처캐피탈(VC)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7일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최대주주인 다올투자증권이 보유한 지분 52%를 우리금융그룹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금액은 약 2100억 원 수준으로, 이날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570억 원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상세 실사를 거친 뒤 오는 3월 최종 주식매매계약(SPA) 협상을 마칠 계획이다.
다올금융그룹, 이번 매각으로 재무 안전성 회복 가능할까

다올금융그룹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올금융그룹은 레고랜드 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사태로 핵심 계열사인 다올투자증권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계열사들을 잇따라 매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다올신용정보를 메이슨캐피탈과 리드캐피탈매니지먼트에 매각했으며, 태국법인 또한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번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 또한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우려를 조기에 불식시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으로 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면, 다올금융그룹의 재무 상황이 안정되고 유동성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1981년 정부가 출자한 한국기술개발을 모태로 설립된 다올금융그룹은 증권·저축은행·자산운용 등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40년간 국내외 1200여 개 벤처기업에 약 2조 원을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기업은 300여 곳에 달한다. 최근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토스 개발사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있다.
다올금융그룹의 VC 계열사로서 올해 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금은 2858억 원, 운용자산(AUM)은 1조 4593억 원의 자금현황을 보였다. 반면, 실적은 부진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169억 원(2021.3Q 1043억), 영업이익은 32억 원(2021.3Q 774억)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우리금융그룹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퍼즐 맞춘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5대 금융지주 중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비은행 사업 분야(증권·보험·VC)에서 본격적인 몸집 확장에 나선다.
우리금융그룹은 2019년 지주사 설립, 2021년 민영화 이후에도 보험·증권사 인수합병(M&A)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취약한 사업구조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적극적인 M&A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는 우리금융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약 2년 전에도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인수를 추진했으나, 매각가에 대한 의견 차이로 거래가 불발된 바 있다. 반면, 최근 증권업의 실적 부진 및 밸류에이션 급락으로 업계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이번 M&A는 우리금융그룹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할 수 있는 시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인수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손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진두지휘함으로써 연임 의지를 내비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과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소통하며 논의를 해왔고 가격 협상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라며 "이번 인수는 손 회장 연임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역시 활발한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손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펀드 사태에 따른 책임성 제재 조치를 받아 오는 3월 이후 재선임이 불확실한 상태이지만, 총수 리더십과 무관하게 금융그룹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사업 다각화 M&A에는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