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부터 줄곧 강세를 보이던 금융주가 몰락하고 있다. 새 정부의 관치금융 리스크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비중을 줄이면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오르던 세계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증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감소폭을 더 키웠다.
'불확실성'에 갈린 아시아 증시… 코스피 지수 무너지는데 상해종합.니케이 225 지수는 연일 신고가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18~19일) 코스피 지수는 3,225.66에서 거래를 시작한 이후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18일에는 1.5% 하락한 3.177.28를 기록했으며, 19일에는 0.81% 추가 하락해 3,151.5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금융 섹터가 이끌었다. KRX 은행(-2.87%)과 KRX 300 금융(-2.27%)이 급락하며 지수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은 18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매도세에 5.3% 하락한 10만 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비록 19일에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2.05% 반등하며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외인은 이틀 연속 순매도를 지속하며 총 743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반면, 일본과 중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3,200선이 붕괴되며 2.3% 하락한 국내 증시와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상해종합지수는 3712.50에서 3727.29로 0.4%, 니케이 225 지수는 43,452.90에서 43,546.29로 0.22% 올랐으며, 2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기록했다.
배드뱅크·국민성장펀드 민간조달 압박에 교육세 인상 '겹악재'… 금융권 리스크 심화

관치금융 리스크는 정부가 금융기관의 운영이나 금융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과 위험을 말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배드뱅크, 국민성장펀드, 교육세 인상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인도에서 처음 제기된 개념인 '배드뱅크'는 부실채권전담은행을 일컫는 말로, 은행이 보유한 위험자산을 독립된 회사로 분리해 관리하는 기업구조를 지칭한다. 인도 금융업계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여러 대기업과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실자산을 떠안으면서 배드뱅크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시중은행이 보유한 대량의 부실채권 현황이 드러나면서다.
이재명 정부는 장기 연체자와 소액 채무자의 채무 탕감을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은행에서 채권을 넘겨받아 조정·탕감하고 채무자의 재기와 회복을 지원하는 동시에, 금융권의 재무 건전성과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이다. 부실채권을 장부에 들고 있으면 기업 신용도와 업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배드뱅크가 금융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체된 내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필요한 재원을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부담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필요재원 8,000억 원 중 절반을 금융권이 부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금융권은 부실채권을 헐값에 배드뱅크에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항공우주 등을 집중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투자 기금이다. 미래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벤처·중소기업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금융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은 해당 펀드의 규모를 100조 원으로 제시했으나, 업계에서는 이보다 50조 원 많은 15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 50조 원은 산업은행에서, 나머지 100조 원은 은행, 증권사 등 민간에서 조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민간이 부담해야 할 100조 원은 금융권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첨단·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 합동 펀드의 구체적 규모나 재원 조성 방식 등은 현재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각 은행에 수천억 원 규모의 불가피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새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매출 1조 원 이상의 금융·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과표구간을 신설하고,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0%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획재정부는 교육세 개편이 금융·보험업의 성장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명확한 기준 없는 '횡재세'라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기관들은 교육세 납부가 부당하며, 인상으로 인한 추가 부담이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교육세 인상에 대한 반발은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 주요 금융업권 협회들은 기획재정부에 교육세 인상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세법개정안 시행 시 금융사들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세율 인상으로 추가될 세금은 5대 은행(KB·하나·신한·우리·NH농협) 기준 약 4,700억 원, 금융권 전체로는 1조 3,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한편, 다음 달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과 수십 명의 해외 투자자들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및 4대 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의 연쇄 회동을 위해 대거 한국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행보는 현 정부의 다각적인 금융권 압박이 금융사들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해외 투자자들의 깊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외인 지분 비중이 높은 KB금융(77%), 하나금융지주(67%), 신한지주(60%), 우리금융지주(47%) 등은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