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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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수준의 '독자 범용 인공지능 모형'(이하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가 국가 전략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민·관 협력 기반의 한국형 챗GPT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산업·공공 분야 전반의 AI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일,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들 중 서면 및 발표 평가를 거쳐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SK텔레콤 △NC AI △업스테이지 등 5개 컨소시엄을 정예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선발을 독자 AI 모델 확보를 위한 첫 단계로 보고, 총 2,000억 원 규모의 GPU, 데이터, 인재 확보 비용 등을 각 팀에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정예팀과의 협약은 이르면 8월 초 체결되며 이후 각 팀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조정한다. 

네이버·LG· SKT·NC AI·업스테이지 본격 경쟁 돌입... 정예팀별 전략 방향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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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 과정에서는 각 팀의 기술력, 개발 목표, 전략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졌다. 이들은 향후 6개월 단위의 경쟁형 단계 평가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단 2개의 최종 팀으로 압축되는 서바이벌 경쟁을 치르게 된다.

빅테크 기업부터 통신, 게임, 스타트업까지 참여한 이번 국가대표 AI 정예팀은 국내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 기술 전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각 팀은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한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먼저, 네이버클라우드는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까지 모두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옴니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전국민이 이용 가능한 AI 플랫폼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참여 기관으로는 서울대, 카이스트(KAIST), 포스텍(POSTECH), 고려대 등 산학연이 대거 포함됐다.

LG AI 연구원은 LG CNS, LG U+, 퓨리오사AI 등 LG 그룹 기술력을 총동원해, 전문성과 범용성을 겸비한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주력한다.

SK텔레콤은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B2B와 B2C에 대한 AI사업을 확장하고 디지털 소외계층까지 포용하는 국민 접근성 강화 방안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 서울대, 포티투닷, 셀렉트스타 등과 협력한다.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NC AI는 자체 개발한 'VARCO'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게임, 패션, 미디어 등 산업 특화형 AI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도메인옵스' 플랫폼을 구축한다. 정예팀에는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포스코DX, 롯데이노베이트, 인터엑스 등 산업별 기업들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업스테이지는 유일한 스타트업으로서 노타, 래블업, 플리토, 뷰노 등과 팀을 이뤄 천만 명 이상 사용자 확보와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Solar WBL'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업스테이지는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기술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LLM 분야를 선도하여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AI에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발탁... 카카오·KT는 고배

정부 주도의 독자 AI 구축 프로젝트에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NC소프트의 자회사 NC AI가 선정된 반면, 최종 5개 정예팀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카카오와 KT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희비가 엇갈렸다.

카카오는 올해 초 미국의 인공지능 기업 오픈AI와의 협약을 통해 챗GPT 기술을 도입한 AI 서비스 '카나나'를 선보이는 등 AI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섰지만, 이번 사업에서 제외됐다. 회사는 자체 개발 역량과 카카오톡 등 대국민 서비스 운영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KT 역시 자체 언어모델(LLM) '믿:음 2.0'을 오픈소스를 통해 공개하고 솔트룩스, 크라우드웍스, 매스프레소, 투모로 로보틱스, 경찰청, 고려대 의료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두를 위한 한국적 AI 비전을 제시했지만 탈락했다.

두 기업 모두 외국계 빅테크와의 AI 공동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정부가 강조한 '기술 자립' 기조와 충돌하면서 감점 요인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AI 개발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행보는 사실상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소버린(국가 주권형) AI 기조와 상충된다. 

업계에선 이번 사업이 단순한 모델 보유 여부를 넘어 독자적인 개발 역량과 생태계 기여 의지, 인프라 운용 주체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된 만큼, 외산 기술 의존 성향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앞으로도 AI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와 기술 주권 확립에 기여해 나가겠다"라며 "특히 에이전트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델을 통해 '모두의 AI'를 실현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