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각국이 기술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EU,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AI 개발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수백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 유치를 발표했고,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SW·알고리즘 혁신을 통해 미국 빅테크 수준의 AI 모델을 공개했다.
이에 대응해 국내 정부도 AI 스타트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서비스 및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는 AI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AI 활용을 대폭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주요 선진국의 AI] 미국·EU·프랑스,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

최근 AI 분야에서 미국, 유럽연합(EU),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이 대규모 민간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를 발표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공동 설립하는 회사로, AI 인프라 확대를 목표로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3사는 설립 초기 1,000억 달러를 즉시 투입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첫 번째 프로젝트 일환으로 텍사스에 100만 제곱피트의 데이터 센터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게이트는 전국의 데이터 센터를 포함해 차세대 AI를 구동하는 물리적 및 가상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라며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10만 개의 미국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EU는 이달 11일 파리에서 열린 AI 액션 서밋에서 2,000억 유로 규모의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 기금과 민간 투자자 그룹인 'AI 챔피언스 이니셔티브'(European AI Champions initiative)를 통해 각각 500억 유로, 1,500억 유로를 조달할 예정이다. 해당 투자금은 AI 모델 훈련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 센터 및 '기가팩토리' 설립에 활용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유럽 내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AI 챔피언스 이니셔티브는 벤처캐피털회사 제너럴 카타리스트가 주도하며, 에어버스, ASML, 지멘스, 인피니온, 필립스, 미스트랄, 폭스바겐 등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자국 AI 산업에 1,090억 유로의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스타게이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AI 분야에서 프랑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투자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500억 유로 규모 데이터 센터 캠퍼스 구축 계획과 캐나다 브룩필드의 200억 유로 AI 인프라 투자 등이 포함된다.
[중국의 AI]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 출시... 챗GPT 개발비의 5.5% 수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지난달 저비용 고효율의 AI 모델을 출시하며 AI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23년 항저우에서 설립된 딥시크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AI 모델의 선두주자 오픈AI에 견주는 모델을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딥시크는 거대언어모델(LLM) V3를 기반으로 한 추론 특화 모델 '딥시크-R1'을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R1은 AI 모델 성능 평가에서 오픈AI의 AI 모델 'O1'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으며, 개발 비용은 약 8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픈AI의 챗GPT-4 개발비 1,450억 원의 5.5% 수준이다.
또한 RI은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 MoE) 아키텍처 기술을 적용해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MoE 아키텍처'는 특정 작업에 필요한 하위 네트워크만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하드웨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며, 결과적으로 R1은 총 671억 개의 매개변수 중 단 34억 개만을 활성화해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아울러 딥시크는 강화학습을 통해 RI의 추론 능력을 강화했다. 기존의 AI 모델들이 인간의 지도학습에 의존한 것과 달리, R1 모델은 순수 강화학습을 통해 스스로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딥시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1일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 출시된 딥시크의 생성형 AI 앱은 R1이 출시된 이후 6일 만에 앱 다운도르 수 226만 건을 기록했으며, 이달 9일 기준 출시 한달 만에 1억 1,000만 건을 돌파했다.
한편,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은 글로벌 기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들의 AI 분야 지배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다. 실제로 딥시크의 발표 이후 27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97%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6,000억 달러가 증발했고, AI 산업 수혜자인 브로드컴(17.4%), 오라클(13.79%), TSMC(13.33%)도 줄줄이 하락하면서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를 3.07% 끌어내렸다.
[국내 정부의 AI] AI 스타트업 육성으로 글로벌 변화 대응... AI 활용률 50% 달성·AI 유니콘 기업 5개 육성

국내 정부도 글로벌 AI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 현장에 인공지능 활용을 확산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제3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열고 'AI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AI 활용확산 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방안은 AI 서비스 및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는 AI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 서비스와 활용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목표는 지난해 28% 수준의 중소기업 AI 활용률을 2027년까지 50%로 높이고, 글로벌 AI 유니콘 기업 5개를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분야별 AI 스타트업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기업 간 협력을 통한 AI 모델 개발을 촉진할 방침이다.
먼저, 중기부는 제조,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AI 서비스 공급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확산하는 데 주력한다. '데이터 생성 LAB' 구축을 추진해 데이터 생성 및 합성 능력을 강화하고, 제조 AI 전문기업 100개를 선정하여 기업당 최대 100억 원 규모의 융자·보증 등 자금 지원과 함께 인력 및 판로 확대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개방형 혁신을 통한 AI 서비스의 수요시장 창출도 지원한다. 민관협력 이노베이션 사업을 활용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하여 특정 산업 문제 해결에 특화된 분야별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산업부의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를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통해 확산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경영진과 재직자들의 AI 활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과 컨설팅도 제공한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된다. 2025년에는 중소기업 신규 유동성 공급총량(9.8조 원)의 60%인 5.7조 원을 AI·반도체 등 혁신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2027년까지 정부와 민간 자금을 합쳐 약 3조 원 규모의 AI 펀드를 조성·운용해 AI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AI 기술이 TV, 세탁기, 시계와 같은 일상제품에까지 사용되는 시대가 왔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중기부와 스타트업, 중소기업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고 대비해야 할 때"라며 "딥시크가 준 충격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잘 할 수 있는 특화 AI 서비스 분야에 집중하여 AI 국가대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AI 기술과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