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제 전문기업 동국생명과학이 상장 전 악재와 저조한 수요예측 실적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시장 데뷔 첫날 39%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최근 신규 상장주들의 호조와 맞물려 공모주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국생명과학은 이날 공모가(9,000원) 대비 39.22% 상승한 12,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15,500원까지 치솟아 72.22%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는 과도한 밸류에이션과 위축된 IPO 시장 분위기 등 동국생명과학의 상장 전 우려를 불식시켰다. 회사는 지난달 20~24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17.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최종 공모가도 희망밴드(12,600원~14,400원)를 크게 하회하는 9,000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투자기관 705곳 중 약 88%(619곳)는 공모가 밴드 하단을 신청가격으로 제시했으며, 의무보유 확약비율도 총수량 대비 1.92%에 불과했다. 이어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도 15.2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동국생명과학,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 시장 회복세 이어가
동국생명과학이 상장 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으나, 회사의 성장 잠재력과 시장 지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11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영상의학과 이영흔 교수 연구팀은 MRI 검사에 사용되는 가돌리늄(Gd) 기반 조영제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영상학 연구'(Investigative Rad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40~60세 성인 17만 5,125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선형 타입과 거대고리 타입 두 종류의 가돌리늄 MRI 조영제를 사용한 경우 모두 비사용군 대비 파킨슨병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 한 차례의 조영제 투여만으로도 파킨슨병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으며, 선형 타입 조영제 투여 환자의 약 90%, 거대고리 타입 조영제 투여 환자의 약 83% 이상이 첫 투여 후 파킨슨병으로 진단됐다.
이 연구는 동국생명과학이 제조·판매하고 있는 MRI 조영제 '도타'(Dota), '가도부트롤'(Gadobutrol), '가도테리돌'(Gadoteridol)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업계에 따르면 도타에는 산화 가돌리늄 메글루민 성분이 포함돼 있으며, 가도부트롤과 가도테리돌은 가돌리늄 기반의 거대고리형 조영제다.
다만,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동국생명과학은 국내 조영제 시장에서 점유율 24.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까지 제조·생산·판매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원가 절감 및 안정적 생산 역량을 갖췄다는 점 등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직전 상장한 '오름테라퓨틱스'가 수요예측 당시 우려를 딛고 9%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킨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국생명과학 사업 분석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5월 설립된 조영제 전문기업으로, 독보적인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영제는 의료 영상진단에서 내장, 혈관, 조직 등을 뚜렷하게 보이게 해주는 필수 의약품으로, 동국생명과학은 요오드화 성분인 X-ray(X선) 조영제와 가돌리늄 성분이 포함된 MRI 조영제, 인터벤션 영상의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이오다이즈드 오일 성분의 조영제 등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주력 제품인 파미레이는 1998년 아시아 최초로 원료 합성과 제품 생산에 성공했으며, 1999년 유럽연합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EU GMP) 획득과 일본 후생성의 완제품 허가 획득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2000년에는 유럽의약품 품질관리위원회(EDQM)로 부터 품질규격적합인증(COS)을 취득하며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회사는 2010년 다국적 제약사가 대부분의 국내 조영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던 환경 혁신을 주도하고, 2023년 기준 24.2%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또한 동국생명과학은 조영제 사업을 기반으로 축적된 영상의학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의료장비 및 의료기기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MEMD(진단장비 및 의료기기) 사업부를 통해 초음파, X선, CT, MRI 등 다양한 영상진단장비와 의료기기를 유통 및 판매하고 있으며, 지멘스헬시니어, 홀로직 등 글로벌 선도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과 도약을 위해 신약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2023년 7월 MRI 조영제 신약 개발사 '인벤테라'와 조영제 신약 상업화를 위한 MOU 체결한 데 이어, 독점 판매권 계약('24.3)과 성공적인 신약 개발을 위한 15억 원 규모 신주인수계약('24.8) 체결 등을 통해 신규 MRI 조영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현재 양사가 개발 중인 신약은 근골격계 조영제(NEMO-103)와 림프혈관계 조영제(INV-001)로, 철(Fe) 성분을 이용해 기존 가돌리늄 조영제보다 인체에 안전하면서도 고해상도의 밝은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의 총매출액(개별 기준)은 1,000억 원이며, 사업별 매출 비중은 조영제 사업부 70.7%, MEMD 사업부 28.7%, 기타 0.7% 순이다.
동국생명과학 자금 사용계획

동국생명과학은 코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는 확정 공모가 9,000원을 기준 약 177.7억 원의 순수입금을 확보했으며, 이를 생산능력 확충과 신제품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세부 자금사용계획에 따르면 동국생명과학은 가장 큰 비중인 123.1억 원을 안성공장 완제 라인 증설에 배정했다. 이는 고객사의 증가하는 공급 요청에 대응하고 무균의약품 품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7월부터 2028년 상반기까지 충전라인 외 생산시설 확충, 생산설비 매입, 건축 및 공조시설 공사, 유틸리티 및 보관창고 설치 등을 추진한다.
회사는 이번 증설을 통해 생산라인을 기존 1개에서 2개로 늘리고, 주력 제품인 파미레이와 메디레이의 생산량(CAPA)을 연간 219만에서 360만 바이알(Vial)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동국생명과학 측은 "고객사의 공급 요청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재의 CAPA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상기 계획을 바탕으로 2028년 설비에 대한 시운전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또한 무균의약품 품질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 무균 제조설비와 기술에 대한 관리기준을 적용하여 시설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 자금으로는 54.5억 원이 할당됐다. 동국생명과학은 '간 특이 조영제 퍼스트 제네릭'(DKM-101) 개발을 비롯해 다양한 신규 제품군을 준비 중이며, 올해부터 2029년까지 원료 및 완제품 형태의 신규 제품(DKC 101~105)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주요 투자 항목에는 인건비 및 운영비 16억 원, 연구장비(파일럿 설비, 실험장비) 도입 12.2억 원, 원부재료 매입 26.4억 원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