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개발사 아폴론이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추천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최종 선정됐다.

팁스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유망 기업을 발굴해 정부와 민간 투자사가 2년간 최고 7억 원의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2021년 6월 설립된 아폴론은 체내 물질의 라만 신호(Raman signal)를 획득하는 데 강점을 가진 스타트업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김준기 교수와 주미연 박사가 회사의 과학자문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으며 올 상반기 더벤처스, 비하이인베스트먼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시드 투자를 완료했다.

현재 아폴론은 바늘 없이 연속적으로 체내 포도당을 측정하는 초소형 라만 분광장치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LBRC)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박사급 연구원을 MIT에 방문연구원으로 파견함과 동시에 보스턴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임상부터 인허가, 상업화까지 모두 현지에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론 홍아람 대표는 "선진국일수록 당뇨병 환자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당뇨로 인한 과도한 재정지출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각종 당류 저감 종합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라며 "환자뿐만 아니라 고위험군의 일반인들도 혈당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건전한 보건재정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즉, 바늘이 없는 형태여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이철환 실장은 "아폴론은 독자적인 딥테크를 통해 혈당 측정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한 기업으로, MIT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제품화를 달성할 수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팁스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Q. 팁스 선정을 위해 추구한 전략은 무엇인가.

이제 막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팁스 선정을 위해 별도의 전략은 취하지 않았다. 아폴론의 구성원들은 라만분광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연구로 다수의 논문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를 개발하기 위해 MIT의 레이저생의학연구소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전임상 결과도 확보한 상태였다. 이러한 내용들을 문서로 정리해 제출했다.

당사를 추천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오송의료단지 내에 위치해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이력이 많고 산업에 대한 이해가 넓은 바, 발표 또한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때 스타트업과 팁스 운영사의 컬러가 융합돼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느꼈다. 예컨대, 회사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데, 투자사는 ICT에 특화된 곳이라면 조금 어색할 것 같다.

결국, 아폴론은 이미 성숙한 기술력을 보유했고 아이템도 시장성이 확인된 것이라는 점이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 또, 해외 진출에 대한 팁스의 지원이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보다 적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좀 더 발빠르게 움직였다면 딥테크 팁스에 지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Q. 지원금의 사용 계획은?

인재 채용과 연구개발을 위한 장비 및 소모품 구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아폴론의 경우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그곳에서 임상, 인허가, 제품개발까지 모두 진행할 계획이라 미국 법인을 만드는 데에도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 해당 비즈니스 영역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시장의 규모를 보고 결정했다. CGM 시장은 미국에서만 약 80억 달러, 한화 약 11조 원이 넘는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피칭 시 전체시장(TAM, total addressable market)과 유관시장을 합친 가상의 시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CGM은 오롯이 그것만으로 80억 달러 규모를 보이고 있으며, 더 놀라운 것은 아직까지 미국 당뇨병 환자의 사용률이 10%가량에 그친다는 점이다. 참고로 제1형 당뇨에 공보험(Medicare)이 적용된 것이 2018년, 제2형 당뇨에 적용된 것은 지난해에 불과하다. 미국은 당뇨 진단을 받으면 CGM을 사용하도록 권고받기 때문에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의사로부터 권고받고 보험도 적용되는데 왜 상당수의 환자들이 CGM을 사용하지 않을까. 그 해답은 바로 '센서' 때문이다. 현재 CGM의 원리는 포도당에 반응하는 효소를 바늘에 코팅해 몸 안에 삽입하는 형태다. 바늘 때문에 피부질환이 발생하는 것도 꺼려지지만, 진짜 큰 이유는 바늘 효소의 수명이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주 교체할수록 비용은 상승하게 되며, 평균적으로 1년에 5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센서 교체 없는 CGM의 개발은 필연적이다.

바늘 없이 체내의 포도당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광학을 이용한 것 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폴론의 원천기술인 라만분광은 매우 섬세해서 체내의 포도당을 직접 관찰하기가 용이하다. 당사는 전임상을 통해 오차가 낮다는 것을 유명 저널에 발표한 바 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초소형 장치에 대해서도 특허를 획득했다.

 

Q. 인허가 및 스마트워치 루머에 대한 의견은?

제품이 개발되더라도 FDA 인허가라는 녹록지 않은 관문이 있다. 연속혈당측정 기능은 의료기기로서 의미가 있을 뿐 간접적인 방식으로 추세를 보여주는 방식은 비정상적인 혈당에 대처해야 하는 환자들 및 고위험군에게는 자칫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사용은 무관)

CGM은 2형에 해당한다. FDA 인허가 절차는 다양한 트랙이 있지만, 간단하게 510(K)와 PMA로 나눌 수 있다. 510(K)는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이 있기 때문에 성능이 동일한지만 확인하면 비교적 간단히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현재 일반적인 CGM은 많지만 라만신호를 이용한 비침습 CGM은 허가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에 510(K)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PMA 트랙이 예상되며, 이 경우 임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의료기기는 신약처럼 1상, 2상, 3상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 100여 명 정도를 대상으로 테스트해 기기의 안전성 등을 평가받는 방식이다. 해당 임상의 비용은 약 30억 원대로, 신청 비용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11만 달러 수준이다.

누군가는 스마트워치에 혈당측정 기능이 들어가면 CGM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스마트워치의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기 전에 유독 그런 기사가 많지만, 제조사가 직접 밝힌 적은 없다. 일단 스마트워치에 들어가는 것은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아폴론뿐만 아니라 현재의 CGM 기업인 덱스콤, 애보트도 타격을 입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시장인 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의료기기는 환자의 상태와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FDA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데이터와 자료가 공개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어느 스마트워치 회사도 이 단계에 와있는 곳은 없다. 광학을 기반으로 고안한다면 레이저소스, 필터, 이미지센서라고 하는 필수적인 세 소자가 워치 안에 들어갈 수 없는 크기이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 중이라면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들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간접적인 측정 방식을 고안할 것으로 보인다.

 

Q. 회사의 단기적인 목표와 최종 비전은?

현재 회사는 MIT의 레이저생의학연구소와 라만 기술을 활용한 비침습 CGM 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년 동안 소규모 임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그전에 인체에 작동하는 시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그 즈음에 Pre-A 라운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 비전이라면 바늘 없는 CGM을 개발해 당뇨병 환자는 물론 고위험군의 일반인들이 불편함이나 비용에 대한 우려 없이 아주 일상적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당뇨 고위험군이 미국에만 1억 명이 넘고, 우리나라도 1,5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선진국의 1/3은 혈당 관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들의 일상을 회복해주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우리의 비전이기도 하다. 그 후에는 개인의 실시간 혈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을 생각한다면 기업 가치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가까운 비교로, 덱스콤이라는 미국 스타트업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들은 CGM 아이템 하나만으로 현재 5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스타트업의 원조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로, 덱스콤은 시가총액과 더불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Q. 관련 분야 창업 또는 팁스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제 2년이 갓 지난 초보 창업자이기 때문에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할 입장은 못되지만, 창업을 하게된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바이오/헬스 분야가 뜨겁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수준이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밀공학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또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의료, 생명공학, 약학으로 꾸준히 투입되어 왔다.

이제 필요한 사람은 이 구슬들을 꿸 사람이다. 시장을 잘 살피고 영민하게 운영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분야는 뜨겁고 인재는 압도적인데, 오히려 경영자 풀이 적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6년 전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아폴론을 창업했다. 게다가 이 비즈니스는 그 자체로 사회적인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보람 있다. 이것이 해당 사업의 매력이다.

팁스는 참 좋은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초기창업패키지나 디딤돌, 스케일업 팁스 등 단계별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된 덕에 초기 스타트업들이 예전보다 나은 조건에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만, 팁스는 공적자금이기 때문에 지분의 희석이 없다고 해서 상금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진지하게, 책임감 있게 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 한번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후 작성됐음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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