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자료출처: 바이온사이트)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스타트업 바이온사이트(공동대표 양희정·유호진)가 지난달 16일 55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DSC인베스트먼트와 슈미트가 지난 2021년 2월 프리시리즈A에 이어 후속 투자를 단행했으며 SV인베스트먼트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바이온사이트는 화학단백질체학(Chemoproteomics)에 기반을 둔 AI 신약 개발 전문기업이다. 강원대 약학대학 부교수인 양희정 공동대표와 머신러닝 엔지니어 유호진 공동대표가 2019년 10월에 설립했다. 회사는 현재 자체 AI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온사이트의 AI 플랫폼 기술은 글랜스(Glance)와 재블린(Javelin), 스켈레톤(Skeleton)이 대표적이다. 글랜스로 바이오 객체 간 관계 정보를 분석해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재블린으로 단백질과 약물의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방식이다. 스켈레톤은 3차원 구조 기반 딥러닝 모델로, 분자 구조를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후보물질 도출부터 임상시험계획(IND)까지 3~6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을 1~2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바이온사이트는 이번 투자금을 설비와 연구 인력 채용에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말 화학단백질체학 플랫폼 서비스 출시를 앞둔 만큼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R&D)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Q. 투자 유치 전략은?

창업 초기부터 '신약개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 멤버가 가진 배경지식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앞으로 시장에서 니즈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화학단백체학 기술에 대한 개발을 집중적으로 시도했다. 그 결과 차별화된 기술적 성과와 외부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연구 진행이 가능했던 점이 금번 투자 유치의 성공 요인인 것 같다.

 

Q. 투자에 앞서 VC들이 우려한 사항은 무엇인가.

여러 VC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실제 매출 모델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회사가 가진 기술은 궁극적으로 '유효성은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한 신약개발 기술'이기 때문에 실제 디자인한 약물이 기술이전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실제 기술개발 완성과 그에 따른 매출 성과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회사는 효과가 있는 약물을 가지고 있으나 명확한 타겟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제약사들로부터 타겟 프로파일링 서비스 사업을 통한 단기 매출 성과 모델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화학단백체학 기술 이전에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또는 기능성 소재 제안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기 매출 모델도 함께 제시함으로써 다각적인 매출 성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Q.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과 기존 방법의 차이점은?

신약개발 단계는 Target identification(표적 식별)-Hit discovery(히트 발견)-Lead discovery(리드 발견)-Lead optimization(리드 최적화)-Preclinical study(임상 전 연구)-Clinical Study(임상시험)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주로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 접목되여 기존의 개발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실제 실험검증 단계 이전에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상의 결과를 도출하고 이 중 성능이 가장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들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실험검증을 진행한다는 점이 기존 방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최근에는 초기 약물구조 예측뿐 아니라 약물의 물성평가 및 전임상실험 결과 예측까지도 인공지능기술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신약개발 각 단계에 광범위하게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될 경우 신약개발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Q. 인공지능을 접목할 경우 비용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가.

신약개발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 지 불과 5년여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은 1-2조 원 이상으로, 이 중 초기 단계(Hit-lead discovery)에서만 9,000억 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을 증명한 사례가 여러 건 발표되면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같다.

 

Q. 경쟁사 현황은?

Belharra나 Jnana를 경쟁사로 꼽고 싶다. 같은 화학단백체학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고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금액의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Roche, Genentech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사는 이들 기업의 성공적인 협업 유치를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로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화학단백체학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는 지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포인트는 바이온사이트의 자체 AI 플랫폼 '재블린'의 정확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단백질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눈 것을 '펩타이드'라고 부르는데, 당사는 펩타이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Identification rate)를 상당 수준 끌어올렸고, 오차 또한 미미한 수준이다. 추가적으로 재블린은 약물의 결합 구조를 3차원 정보로 확인할 수 있어 더 진보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Q. 타사 대비 바이온사이트만의 차별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있다면?

기존 신약개발은 초기 단계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 중에서도 신약후보물질이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타겟 프로파일링'이라고 부르는데, 기존에는 방대한 양의 약물후보를 실험실에서 하나하나 검증했다면 화학단백질체와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특히, 기존 신약개발 인공지능 기술은 퍼블릭데이터에 기반한 모델생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당사가 구축하는 화학단백체학 기술은 자체 디자인한 실험으로부터 생성되는 약물-단백질 간 결합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타깃 검증뿐 아니라 새로운 타겟 발굴에도 확장 적용될 수 있다. 해당 기술을 통해 인체 내 모든 단백질에 대한 약물의 결합 효과를 검증하고 다양한 제약사와의 공동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회사는 전망하고 있다.

 

Q.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회사가 목표로 하는 기술이 신약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실험 조건에서 높은 재현성을 보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협업을 통해 성공사례를 확보함으로써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이에 회사는 최신 설비나 시설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접목하여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재교육하는 것에도 끊임없이 신경 쓰고 있다.

 

Q. 신약개발 기술 및 시장의 전망은?

화학단백체학 부분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회사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당사는 화학단백체학 중에서도 'Limited Proteolysis'라는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신 논문에서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고 또 발전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 개발에 있어 대규모 데이터 확보와 분석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화학단백체학이라는 결합된 방법론을 사용한다면, 해당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Q. 향후 추가적인 투자 유치 계획은?

본격적인 사업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하반기나 2025년 상반기에 추가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확보를 위해 추가 질량분석장비 및 인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제약사와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후속 계약 체결 및 다양한 파트너사를 확보함으로써 매출실적에 집중하는 한편, 특허 및 논문 실적에도 집중해 기술적 차별성을 확보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후 작성됐음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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