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치매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 및 기타 형태의 치매는 상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약 1억 5,200만 명 이상이 치매로 고통받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협회는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올해 3,450억 달러(무급 간병 비용 제외)에 달하며, 2050년에는 1조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솔루션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42여 개의 치매 관련 신약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제도 바이오젠의 '아두헬름'과 에자이의 '레켐비' 두 가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높은 가격과 부작용 논란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두헬름을 복용한 알츠하이머 환자 4명은 ARIA(뇌영상 비정상 소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 치매 초기 증상 35% 억제하는 치매치료제 '도나네맙' 임상 결과 발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솔루션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Eli Lilly)가 자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치매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의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아두헬름, 레켐비에 이어 FDA 승인을 받을 3번째 치매 치료제가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일라이릴리는 초기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도나네맙의 임상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라이릴리는 "자사가 개발 중인 도나네맙이 인지 및 기능 저하를 현저히 늦춰 초기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35%가량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임상 결과, 1차 및 2차 평가척도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라고 밝혔다.
일라이릴리에 따르면 이번 임상은 타우 수치가 중간 수준인 초기 증상 알츠하이머병 환자 1,1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차에서는 재정 관리, 운전, 취미 활동, 시사에 대한 대화 등 일상생활의 인지 및 활동을 평가하는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iADRS)'를, 2차에서는 모든 인지 및 기능 저하를 평가하는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를 측정했다.
그 결과, 도나네맙은 1차 및 2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시켰다. 도나네맙 투여 후 18개월 동안 iADRS로 측정된 저하는 35% 지연됐고,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로 평가된 저하는 36% 지연된 것으로 분석됐다. 즉, 도나네맙 투약군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위약군 대비 35~36%가량 느려진 것이다.
또한 도나네맙을 투여한 참가자들은 위약군 대비 18개월 후 일상생활 수행 능력 저하가 40% 더 적었으며, 질병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위험도 39% 낮았다.
치매 중증 환자 552명 및 타우 수치가 높은 환자 2명을 포함해 총 1,7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연구에서도 도나네맙은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iADRS와 CDR-SB로 측정된 저하가 각각 22%, 29% 지연됐다.
이러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일라이릴리는 최대한 신속하게 글로벌 규제 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이번 분기 내로 FDA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라이릴리 최고 과학·의학 책임자이자 연구소 사장인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지난 20년 동안 일라이릴리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 병리의 기본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병리를 추적하는 영상 및 혈액 바이오마커 도구를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라며 "이번 임상에서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도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전했다.
9명 중 1명은 알츠하이머 환자...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커진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3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FMI에 따르면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올해 30억 5,230만 달러의 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33년에는 연평균 9.2%씩 성장해 73억 5,97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2021년 40억 4,000만 달러였던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 156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면서 2022~2030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16.2%로 추정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빠른 증가세가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봤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6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 9명 중 약 1명(10.7%)은 알츠하이머 환자(총 670만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에 따라 2050년에는 1,27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알츠하이머 환자 수(65세 이상)는 지난해 기준 67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91만 명으로, 이 중 알츠하이머 환자 비율은 74%(67만 명)로 집계됐다. 또한 치매 환자 관리로 인한 국내 사회적 비용은 오는 2060년 약 43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