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의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정부에 대한 반란(프리고진 반란)을 일으키면서 러시아 내부 분열이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프리고진 반란은 발생 하루 만에 진압됐지만, 러시아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중요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주요 외신과 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푸틴 정부의 허약함을 보여준 계기"라며 "러시아의 진정한 균열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러시아와 관련된 수많은 국제 분쟁에 직접 개입하여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푸틴의 요리사', '푸틴의 더러운 칼'로 불린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현재 미국의 공개 수배자이며, EU의 경제제재 대상에도 올라와 있다.
러시아 무장반란 발생에 내부 분열 확대 가능성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정부를 비난하면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에 앞서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부의 정당성을 거짓으로 규정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러시아 엘리트층의 이익을 위해 푸틴 대통령을 속여 전쟁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새벽 바그너 전사들은 모스크바에서 1,100km 떨어진 도시 로스토프(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한 후 모스크바를 향한 행진을 시작했다. 이후 바그너 전사들은 보로네시를 지나 모스크바에서 약 400km 떨어진 리페츠크 주로 진격하면서 도시의 모든 군사시설을 장악했다.
하지만 25일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돌연 모든 군대를 철수시켰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프리고진이 러시아 영토에서 바그너 그룹의 이동을 중단하고 단계적 축소를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자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제안을 수락했다"라고 발표했다.
바그너 그룹은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진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보내질 예정이며 반란 혐의는 모두 철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러시아 내부 분열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 바그너 전사들의 반란으로 인해 러시아 정부 내 분열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프리고진 반란을 시작으로 푸틴 권력에 대한 도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이 향후 반란 차단을 위한 대규모 작전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푸틴 대통령이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해 대규모 위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요 변곡점 맞아... "러시아 붕괴 앞당겨졌다"

전시 상황에서 일어난 러시아의 내부 분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무장 쿠데타를 일으킨 바그너 그룹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공격의 주축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점령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지도력에 불만을 갖고 촉발된 이번 반란은 푸틴 대통령 정권의 예상치 못한 허약함을 보여준 계기"라며 "프리고진 반란은 푸틴이 23년 전 처음 대통령이 된 이후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러시아 붕괴를 앞당기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러시아의 균열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토니 블링켄 미 국무장관은 "바그너 봉기는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방향의 '진정한 균열'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고, 미국 고위 외교관은 "봉기가 푸틴 정부의 '진짜 균열'을 보여줬으며,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이점을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마이크 터너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근거가 러시아 최고위층이 날조한 거짓에 근거하고 있다는 프리고진의 주장에 의해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향후 행동을 방해받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도 이번 반란은 러시아 당국의 '약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표현하면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확신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의 대화 이후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미국 양국은 러시아의 최근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라며 "우리는 러시아 당국이 약하다는 사실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 크렘린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데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부대의 반격과 국방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라며 "모든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 중이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 우크린포름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적진 뒤의 모든 혼란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쿨레바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과에 대해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봤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프리고진 반란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장거리 무기에 중점을 둔 국방 협력 확대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건이 블라디미르 푸틴 통치의 약점을 드러냈다"라고 말하면서 성명을 통해 러시아에 가해지는 세계적인 압력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