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엠폭스 확진자 이달에만 4명 발생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엠폭스(MPOX·옛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국내에 다시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엠폭스는 천연두와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경미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치명률은 10% 미만이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명의 엠폭스 확진자가 추가되면서 현재까지 국내 엠폭스 확진자는 총 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 국내 6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10일~11일 2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전날 9번째 확진자까지 추가로 발생했다.
지난 3월 올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4명의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6번째 확진자의 역학조사 결과, 총 36명(고위험 3, 중위험 23, 저위험 10)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가 확진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6번째 확진자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마치고 감염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나머지 7~9번째 확진자에 대해서는 감염원 및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국내 6번째 확진자
전남에 거주하는 내국인으로, 금년도에 해외여행력은 없으나 최근 부산지역을 방문했다. 첫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국내에서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밀접접촉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국내 7번째 확진자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내국인으로, 4월 10일 발열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했다. 의료기관은 엠폭스 감염을 의심해 4월 10일 관할 보건소로 신고,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돼 확진자로 판정됐다. 동 환자는 첫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국내에서 밀접접촉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국내 8번째 확진자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내국인으로, 4월 11일 오한과 피부병변으로 보건소에 자진 신고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돼 확진자로 판정됐다. 첫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국내에서 밀접접촉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국내 9번째 확진자
경기도에 거주 중인 내국인으로, 4월 12일 피부병변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의료기관에서 엠폭스 감염을 의심해 관할 보건소로 신고,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격리입원하여 치료 중이며 테코비리마트 치료제 사용을 검토 중이다. 동 환자 역시 첫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해외 여행력이 없고, 국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엠폭스 확진자 모두 해외여행력 없다... 지역사회 내 감염 추정

국내에서 지난해 6월 22일 엠폭스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총 9명의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모두 지역사회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엠폭스 공포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5번째 확진 사례까지는 모두 해외유입 또는 관련 환자였으나, 최근 발생한 6번~9번째 확진자는 이전 환자와 달리 모두 국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최초 증상 발현 전 3주 이내에 해외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해외여행력이 없는 환자의 추가 발생으로 지자체와 협력해 환자의 전염 가능 기간 동안의 동선 및 위험노출력에 대한 지역사회 심층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라며 "신속한 감염원 조사 및 접촉자 관리로 추가 환자 발생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피부접촉, 성접촉 등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으로 전파되는 질병 특성상 일반인구집단에서의 대규모 발생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또한 환자 대부분이 자연 회복되며, 치료 및 진단 등의 충분한 대응수단을 확보하고 있어 공중보건 체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엠폭스 위기경보수준 '주의'로 격상

국내 엠폭스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 모두 해외여행력이 없는 지역사회 내 감염으로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엠폭스 위기경보를 격상했다. 전 세계적 엠폭스 발생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일본·대만 등 인접 국가의 발생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발생빈도도 증가하고 있어 선제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질병관리청은 "최근 국내 엠폭스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전날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해 종합적인 검토 및 논의를 진행했다"라며 "금일(13일)부터 위기경보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현재 운영 중인 엠폭스 대책반(반장: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을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질병관리청장)로 격상하는 등 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지자체는 확진자 발생지역 및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역학조사) 감염원 파악을 위한 심층 역학조사로 추가 감염자 발생 조사 △(환자・접촉자 등 관리) 증상 발생 모니터링 및 밀접 접촉자에 대한 백신접종 권고 강화 △(교육·홍보) 의료진·성소수자 커뮤니티 등 중심으로 예방수칙 안내 및 교육 실시, 의심 증상 발생 시 신고 독려 △(진단·백신·치료제) 이미 확보 중인 진단시약·백신·치료제 등으로 대응하되, 환자 증가 대비해 필요시 추가 확보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단계 조정은 미 확인된 감염자를 통한 지역사회 내 전파 억제를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며 "지역사회 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의료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증상이 의심된다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엠폭스(MPOX, 원숭이두창)
엠폭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Monkeypox virus)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발진성 감염병이다.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인체감염 첫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해 유행으로 원숭이두창으로 잘 알려진 엠폭스는 지난해 11월 2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기존 명칭이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며 질환명에서 원숭이를 빼기로 결정했다. 다만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 위해 2023년까지는 엠폭스와 원숭이두창을 병기할 수 있도록 했다.
◆감염 경로
엠폭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물-사람, 사람-사람, 감염된 환경-사람 간 접촉을 통해 감염이 가능하며, 주로 유증상 감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호흡기 분비물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나, 비말전파는 호흡기감염병(코로나19 등)에 비해 가능성이 작다.
◆증상
일반적으로 발열, 오한, 림프절 부종, 피로, 근육통 및 요통, 두통, 호흡기 증상(인후통, 코막힘, 기침 등) 등을 시작으로 보통 1~4일 후에 발진이 나타난다. 발진은 얼굴, 입, 손, 발, 가슴, 항문생식기 근처에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손에는 수포성 발진과 함께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잠복기는 보통 6~13일이며, 발현된 증상은 약 2~4주간 지속된다. WHO에 따르면 최근 치명률은 3~6%로 보고되고 있다.
◆백신 및 치료법
엠폭스에 감염된 경우,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고 2-4주 후 자연적으로 완치가 되므로 주로 대중적인 증상 완화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중증환자의 경우에는 필요시 항바이러스제 같은 치료제를 투여한다. 항바이러스제(테코비리마트)는 환자에게 기대되는 임상적 유익성이 위해성을 상회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예방 백신으로는 천연두와 엠폭스 모두에 대해 효과성이 입증된 3세대 두창 백신(JYNNEOS)이 도입됐다.
◆세계 엠폭스 현황
지난해 5월 영국에서 1건의 원숭이두창 유입사례(나이지리아)가 보고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미국(29,687명) △브라질(10,293명) △스페인(7,416명) △프랑스(4,114명) △콜롬비아(3,908명) 등 다수 국가에서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풍토병지역과 연관성이 없는 감염사례가 유행하면서 확진자와 발생지역이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한국을 비롯한 110여 개 국가에서 엠폭스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