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후보물질 연구개발사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기관 수요예측 부진을 딛고 일반 공모청약에 성공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2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희망 밴드(16000~21000원)를 밑도는 13000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 지었다. 당시 국내외 참여 기관 563곳 중 82.77%(466곳)가 희망 밴드 하단 미만의 가격을 제시했으며, 최상단 이상을 제시한 곳은 4.62%(26곳)에 불과했다. 투자 참여 물량 중 일정기간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정하는 의무보유 확약비율 역시 0.23%에 그쳤다.
당초 계획했던 희망 공모가보다 약 38%가량 낮아진 가격에도 불구, 상장을 강행하게 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26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총 8521.5억 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공모청약은 신주모집 200만 주(100%)의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중 기관투자자에게는 총 공모주식의 75%인 150만 주를, 일반투자자에게는 25%인 50만 주를 배정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총 공모금액은 260억 원으로 인수수수료, 등록세, 교육세 등의 발행제비용을 제외한 순수입금은 248.6억 원이다. 회사의 공모자금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임상시험 비용에 114.5억 원 △비임상 연구개발에 87.7억 원 △연구설비 등 시설자금에 8.8억 원 △인건비 및 관리비에 37.5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코스닥 시장 상장일은 오는 30일로, 주관사는 NH투자증권·하나증권·삼성증권이다.
사업 분야 및 임상 현황

2017년 7월 설립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융합단백질을 기반으로 면역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주요 연구개발 분야는 면역항암제와 알레르기 치료제로 GI-101, GI-301, GI-10N, GI-30N 등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아이이노베이션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GI-101은 신규 이중융합단백질로 설계된 면역항암제로, 말초 림프기관에서 암특이적 T세포와 종양침투 항암 T세포, NK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신약 물질이다. 현재 국내와 미국에서 약 374명의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1/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신약개발 사업은 사업화 성공 시 통상적으로 특허권 및 독점판매권을 통해 일정기간 배타적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그러나 신약을 허가받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최종 제품으로의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장기투자 사업으로 불린다.
이에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신약 개발사업의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 개발 초기단계에서 국내외 대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단행, 조기에 수익을 시현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2019년 전임상 단계의 GI-101 기술을 7억 9천만 달러 규모로 중국 제약사 심지어(Simcere)에 이전했고, GI-301 역시 2020년 유한양행을 대상으로 1조 4090억 원의 글로벌 기술이전(일본 제외)을 성사시킨 바 있다.
현재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임상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임상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아울러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등 후속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과 함께 자체 신약 개발 플랫폼인 'GI-SMART™'와 'GI-SMARTab™'을 활용한 이중융합단백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융합단백질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단백질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재조합 단백질이다. 융합단백질은 DNA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를 생성하고 박테리아와 같은 타 세포에 집어넣어 발현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이는 환자의 면역 반응 조절과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다양한 신약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실적 및 향후 계획

지아이이노베이션의 2022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5% 감소한 3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유한양행과 체결한 기술이전에 따른 후속 계약금 수령액으로, 신약 사업화에 따른 수익금이나 공동연구·용역 등에 의한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유한양행과의 기술이전 계약(1조 4090억 원)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200억 원, 마일스톤 기술료 1조 3890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2020년 110억 원, 2021년 55억 원, 2022년 35억 원으로 나눠 계약금을 모두 수취했다. 남아있는 마일스톤 기술료는 임상개발-허가-상업화-판매 과정을 통해 단계별로 수령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개발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수익 발생 가능성은 불확실한 상태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679.5억 원, 당기순이익은 -798.3억 원으로 집계됐다. 3년 연속 마이너스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매출의 대부분이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정 거래처 없이 연구인력, 인프라 등에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회사는 실적 향상을 위해 시장 규모(잠재력 및 환자 수), 경쟁약물의 개발 단계, 전략적 적합성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파트너사의 요구를 채워줌으로써 내부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다수의 해외 파트너사들과 CDA(비밀유지계약서)를 맺고 기술이전을 위한 활동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바, 충분한 실적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GI-101의 글로벌 판권(중국 제외) 기술이전 타깃으로 면역항암제 개발 및 판매 점유율 상위권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설정했다"라며 "당사에서는 GI-101을 병용치료제로서 사용 시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에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에서 관심과 기대를 갖고 기술이전을 진행하고자 논의 중에 있다"라고 기술이전 계획에 대해 전했다.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에 대한 기술수출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염두에 둔 타깃 시장은 일본으로, 꽃가루 비산량이 많은 환경적 특성상 비염, 천식,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 관련 약물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GI-301 글로벌 수출 계약에 일본은 포함되지 않은 바, 일본과의 체결될 경우 임상 및 기술수출 전 과정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회사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약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유·무선 교류를 가짐으로써 기술수출에 대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올해 GI-301의 일본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이후 면역항암제 2종과 고형암 치료제, 신규 알레르기 치료제 등 5건의 기술수출을 5년 내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 IPO에서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증시 입성 후 상장사로서의 지위를 확보해 기업가치 재고 및 주가 상승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