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책을 꺼내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그때의 예측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확인하는 재미가 가장 크다. 특히 7년 전, 현직 VC 5명과 시니어 VC들이 함께 쓴 책을 다시 펼쳤을 때,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7년이 훌쩍 넘은 책인데도 마치 오늘 쓴 것처럼 느껴지는 내용들 때문이었다.
책의 내용은 당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VC와 AC가 같은 문제투성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책 펀드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7년 전의 고민들이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사실은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때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떠들었던 이들의 통찰력이 얼마나 깊었는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투자 전문가들을 위한 반성문,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제안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책일까? 단순히 투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일까? 아니면 VC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교과서일까? 나는 이 책이 투자라는 단어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처절한 자기 고찰과 직면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VC 스스로가 자신의 투자 행태와 철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제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투자의 실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정책 펀드의 한계, 회수와 후속 투자가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 등 시스템적인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 이는 비단 VC·AC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화두다. 투자는 단순히 돈을 넣고 빼는 행위가 아니라, 산업의 미래와 성장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는 쌍방향 소통이다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모든 투자는 쌍방향'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VC가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해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것이 명확할수록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VC는 자금을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성장을 통해 가치를 증명한다. 이러한 상호 합의된 이유와 명확한 소통이 없다면 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
책의 저자들이 이토록 솔직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더 나은 투자를 위해 함께 의논하고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처절한 자기 고찰은 7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고민을 준다. 과연 우리는 그때의 문제들을 얼마나 해결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7년 후, 이 책을 다시 펼쳤을 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지 지난 역사를 기록한 책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묻는 질문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