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제1회 산업AI 엑스포'가 막을 올렸다. 'AI와 산업의 융합,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다'라는 거창한 주제 아래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HD현대, LG CNS 등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1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저마다의 기술력을 뽐냈다.
데이터 수집·분석에 쏠린 현재, 제어·판단은 미래의 과제

행사장을 가득 메운 부스들은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과 '지능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자동차, 조선, 전자, 배터리 등 국내 주력 산업 분야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이 전시됐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혁명'보다는 '개선'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 산업 설비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예지보전, 품질 검사, 공정 최적화 등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솔루션이 주를 이뤘다. 이는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가장 현실적인 첫 단계다. AI가 직접 기계를 제어하고 판단을 내리는 단계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한 기업 담당자는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AI를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지가 현실적인 고민"이라며 "안정성이 최우선인 산업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AI 제어 알고리즘을 섣불리 도입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데이터를 통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AI는 아직 산업 현장의 조력자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안정성을 담보하며 새로운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현실에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주도 행사의 명암, 'AI 압박'은 없나

정부 주도로 열린 이번 엑스포는 국내외 산업 AI 수요-공급기업 간 비즈니스 미팅, 스타트업 IR 피칭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을 마련해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로 행사장 상당 부분을 정부 유관 기관이 차지하는 모습은 이번 행사가 정부 주도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AI라는 거스를 수 없는 키워드에 밀려, 준비가 덜 된 현장의 산업체들에게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정부 주도 행사가 자칫 보여주기식으로 흐르고,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제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지속적인 후속 지원과 산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특정 기술이나 기업에 편중될 경우,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엑스포는 국내 산업계가 AI라는 거대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줬다. 화려한 구호 뒤에는 안정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다. 데이터 분석을 넘어 AI가 산업의 두뇌 역할을 하는 진정한 의미의 '산업혁명'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셈이다. 이번 행사가 그 걸음을 재촉하는 의미 있는 '멍석'이 될지, 아니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잔치'로 끝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