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26일 양일간 코엑스에서는 'Designing the Sustainable Future – 지속 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제 2회 사회적 가치 페스타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대기업, 관련 기관, 자선단체,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해법을 제시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기관들은 정책을 통해,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일환으로, 자선단체는 활동 홍보를 통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참가기업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미래를 디자인하는 주체는 단연 스타트업이었다. 자본과 활동,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그들의 부스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CSR 활동 '극과 극' : 카카오·배민은 적극적, 대기업은 소규모 부스 운영에 그쳐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기업은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별도의 발표 스테이지를 마련하고 이틀 내내 다양한 주제의 세션을 진행했다. 이는 단순한 부스 참여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진정성 있는 활동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부스 역시 주목할 만했다. 소상공인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회적 활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음식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자원 재활용 솔루션, 딜리버리 시스템을 활용한 취약계층 도시락 지원 등. 또한 이 같은 활동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 모델과 유기적으로 결합됐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다수의 다른 대기업들은 그룹 계열사 중 일부가 참여해 소규모 부스를 운영하는 데 그쳤다. 이는 사회적 가치 활동을 여전히 기업 경영의 핵심이 아닌, 일부 부서의 CSR 활동으로 여기는 기존의 시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사회적 책무에 대한 최소한의 '체면'은 차리지만, 이를 기업의 본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는 부족해 보였다.
'지속가능성'의 진짜 의미를 묻다
전시회 이름이자 시대의 화두인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환경 보호, 사회적 약자 지원 등 좋은 의도로 시작한 수많은 소셜벤처들이 자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실을 목도해왔기 때문이다.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공정 과정에서 윤리적 가치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젊은 창업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선한 의도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냉정한 숫자 기반의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매출과 이익, 현금 흐름에 대한 치밀한 계산 없이는 선한 의도마저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의 부스는 그 어느 곳보다 활기찼고, 그들의 아이디어는 빛났다. 하지만 이들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열정이 단순한 '활동'으로 끝나지 않고, 재무적으로도 건강한 '사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사업 모델 설계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성'은 선한 의도와 함께 사업적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데서 온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열정과 비전은 물론, 탄탄한 사업적 기반 위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실질적으로 디자인해 나가기를 기대한다.